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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17. 2024

삶을 평가하는 요소

삶을 평가하는 요소     

 학교 다닐 때 시험이나, 입사 시험, 진급 시험이 평가 전부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행위 뒤에는 평가가 늘 따르게 되어있다. 평가 결과로 새로운 삶과 행위의 피드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가장 좋은 것이지만, 대부분은 상대의 평가를 더 잘한다. 어떤 근거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평가보다는 비난이나 험담이 많다. 평가의 객관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면 자신의 행위에 잘, 잘못이 분명하여 피드백에 매우 유익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에서 볼 수 있듯이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상대를 평가하면 삶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성리학을 바탕으로 삶을 추구했던 우리나라는 선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제시했다. 신언서판은 당 태종이 과거제도를 통해 기존 권력을 지닌 사람을 견제하고 참신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이다. 국가 관리 채용에 기준으로 실력과 인성적 측면을 함께 평가했음을 볼 수 있다. 현대인의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저마다 각자의 개성과 주체성을 갖고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제시해 본다. 평가 대상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첫째는 양(量)이다. 개인이 보유하는 재산, 개인의 노력과 선천적 능력에 따른 사회적 지위, 사회활동에 따른 명예 등 양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현대는 ‘재산’의 양이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자신과 상대를 평가한다. 99% 사람들이 몰가치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재산이 많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부(富)를 축적하는 방법에 따라 평가가 다르고 부(富)를 소비하는 방법에 따라 평가는 다양하다. 40대 이상이 되어 돈 자랑하면 모두 싫어하지만, 돈을 잘 쓰면 존경은 아니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라는 속담이 적용되는 모습이다. 또한 돈 버는 일은 어려워도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조들의 행위 지침일 것이다. 부의 형성이 많으면 편리한 삶을 보장한다. 특히 권위주의적, 독재적 정권이 집권했던 한국 사회에서 부와 권력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였기에 황금만능주의 사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그 사람의 지위나 명예를 무시하고 ‘돈벌이’에 몰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현재 청년들도 직업을 선택함에 보수(報酬)의 적고 많음을 평가한다.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하여도 현실은 자신의 몫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사회적 영향도 한몫한다. 점심 식사 시간에 저렴한 가격의 식당에 가면 서빙이 불친절하고 고급 음식점에 가면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게 응대한다. 그리고 백화점에 가면 ‘VIP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여 주차장 이용부터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보면 돈이 인간의 평가 요소가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돈의 위력을 보여주는 일부분이다.     

 둘째 삶의 질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삶의 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자기 만족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질과 양이 서로 어우러져야 하기도 하지만 질은 스스로 결정하고 만족하는 측면이 많다. 양과 질의 비율은 각자의 몫이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 삶의 질을 높을 수 있다. 주체성을 바탕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의 눈치나 타인의 기대보다는 자기의 삶을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공동체 삶에서 질은 ‘베풂과 배려’를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강요받지 않고 실천하는 사람이 ‘삶의 질’ 평가 요인이 될 듯하다. ‘베풂과 배려’라 하여 거창하게 큰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이웃이나 주변 인물에게 실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등학교 동기 중에 목수 직업을 가진 친구가 필리핀 재능봉사 갔다가 항문이 없는 아이를 보고 동기 중에 항문치질 수술의 전문가에게 연락하여 경북대학교 병원에서 수술하고 이 아동이 완치될 때까지 간병비 3년분을 동기들 30명이 십시일반 보태어 봉사한 일이 있다. 신문에 난 일도 아니고 누구의 칭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필리핀 아동이 완치되고 기념으로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모두가 약간 흥분된 모습에서 이런 것이 ‘삶의 질이 높구나’ 하고 느낀 경우이다.     

 셋째는 양상(樣相)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모습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부자로 태어날 수도 있고, 가난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풍채가 좋은 사람도 있고 풍채가 초라한 사람도 있다. 얼굴이 남에게 호감형일 수도, 비(非) 호감형일 수도 있다,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40세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노력하여 경제적이든 인격적이든 자신이 가꾼 모습이다. 말에서 행동에서 느낌에서 묻어 나오는 모습이다. 양상을 평가할 때 경제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요인으로 다 평가할 수 없다. 특히 삶을 살아온 자태는 하루아침에 형성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자기 관리를 하면 외적으로는 호감이 가지만, 내면세계를 가꾸지 않아 말 한마디 하면 그 사람의 품위가 결정되는 모습에서 경제적 여유로움으로는 양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타인의 시선이 지옥이란 말도 있지만, 남에게 비추어지는 자기 모습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넷째는 관계이다. 불교의 연기설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를 중심으로 모든 유무형이 관계 지워져 있다. 홀로 독립해서 살 수 없기에 상호의존성과 연계성을 지니고 산다. 관계에서 단연코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반려 식물, 반려조까지 등장하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밑바탕에는 사람이 최우선이다. 사람의 관계는 가족, 친인척, 친구, 직장, 사회활동 모임, 학술단체, 취미생활, 봉사단체 모임 등 수많은 관계가 이루어진다. 이권이 개입되는 관계에는 비방과 암투가 빈번해진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잘 적용되는 관계이다. 여기서도 소실대득(小失大得)이 교육되어야 관계가 부드러워진다. 이권이 개입하지 않은 관계가 많으면 감사와 덕분과 양보와 인애(仁愛)가 형성되어 삶에 활력소가 생긴다. 수명이 긴 사람들이 친구가 많다는 연구 보고서가 미국에서 발표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농촌 공동체 생활의 잔재가 남아 공동체 형성을 잘한다.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발달하면 할수록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의 관계는 줄어들게 되어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재택근무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분야를 필두로 직장에 거의 나가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장점도 많이 있겠지만 사람의 관계를 소홀히 할 때 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자연 생태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산업의 효율성과 효용성을 강조하다 미래 사회에는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이 ‘회복력’이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인간관계를 무시하고 편리성과 효율성을 찾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다가 홀로 고독사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종합적으로 보면 4가지 키워드 어느 하나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4가지 모두 최우수로 평가받기도 힘이 든다. 4가지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좋아진다. 개인적으로 자기의 자신감이나 무지를 적게 표현하는 극기(克己)에 몰입하고 단체에서는 소통을 통한 합리적인 선택이 많아지면 좋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만난 친구이다. 학력이 중상(中上) 이상이고 인성적인 면이 안정되어 있다. 45년 사귄 친구이면서 싸운 적이 별로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고 자식들이 명성이 자자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인사성도 밝다. 친구들이 모이면 배려하고 작은 물건이든 마음이라도 나누려고 노력한다. 대화는 주로 듣기 위해 하고 자기 자랑은 아내 쪽에서 정보가 나와야 하고 밥값을 서로 내려고 노력한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기꺼이 도와준다. 명예가 있거나 기업에 대단한 임원도 없고 사업을 통해 큰 부자도 없다. 그렇다고 밥 굶을 정도도 아니다. 남에게 기대하는 것이 적었기에 친구 간의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 친구 모임을 하고 나면 기쁨 한가득 가슴에 안고 귀가한다.     

 상대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무관심해서도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근본을 정하고 자기 자신의 수양에 힘쓰자.      

                                      2022. 12. 12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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