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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18. 2024

새해 소망 성취

새해 소망 성취


 매년 1월 1일 아침에 해돋이를 보러 많은 사람이 바다로 산으로 간다. 첫 일출에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서다. 보통 사람들의 새해 소망은 어떤 것일까?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원을 빌 것이다. 예를 들어 고3 수험생과 학부모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99%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첫째 건강하기, 둘째는 돈 많이 벌기로 추측이 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소원인데 실제로는 최소를 빌기보다는 최대를 희망한다.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소원을 갈구해야 성취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다. 소원성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난해의 삶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새해의 소망을 설정해 보자.      

 2022년에 내가 소원을 빌었는 것이 무엇이고 실천한 것은 무엇이며, 성취한 것은 무엇인가를 분석해 본다. 욕심 많게도 설계한 것이 6가지 정도이다. 【건강하게 살기,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이벤트 만들기, 학교에서 후배 교사에게 꼰대 소리 듣지 않기, 학생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과 올바른 인성교육, 진로지도에 도움주기, 친구나 주변 지인하고 잘 지내보기,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기】를 설정했다.     

 첫째 ‘건강하기’이다. 2년마다 있는 건강검진이 있는 해이다. 보통 2월에 여유롭게 하는데 잠깐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12월 초까지 걱정하며 시간을 보냈다. 발목이 아파서 2년간 테니스를 접은 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지만 크게 아프다든가 아픈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술이다. 모임이 있으면 모임에 가서 기분 좋게 만취(滿醉)하고 모임이 없으면 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는데 아내가 늘 불만을 토로한다. 누구든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술잔을 들고 있으면 좋은 기분으로 봐줄 사람은 없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그래도 상대가 좋아하면 눈 감아 줄 수도 있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12월 초에 예약한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긴장도 했다.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 자세히 검토하니 10년 전 건강검진표와 똑같다. 너무 기쁜 일이다. 그날 저녁 동문 모임에 가서 기분 좋게 만취(滿醉)했다.     

 둘째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이벤트 자주 만들기’이다. 우리 부부는 큰 이벤트보다는 소소하게 작은 이벤트를 많이 한다. 주변 농장이나 농원 찾아 체험하기, 새로운 음식 찾아 외식하기, 영화나 공연 관람 및 문화 체험하기가 대표적이고 가족이 모두 모이면 자식들이 먹고 싶은 음식 만들기를 한다. 주로 국수, 만두, 잡채, 순두부찌개 등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이다. 추석에는 ‘선상 낚시’를 체험했다. 모두 만족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준비 단계에서 진행하는 일은 모두 가족의 의견을 수렴하였기에 더 큰 감흥을 받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셋째 ‘학교에서 후배 교사에게 꼰대 소리 듣지 않기’이다. 젊은 선생님에게 칭찬 듣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의 진정한 속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듣기는 순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1년 내내 좋은 평가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도 책으로는 존경받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은 존경하고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인 저서가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이다. 잠시 스치는 인연이면 모르지만, 우리 같이 첫 부임부터 퇴직까지 오랜 시간 같이 있는 집단에서 좋은 말만 듣기는 거의 힘들다. 오히려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초임 시절 나이 든 선생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갈등을 겪은 적이 가끔 있었다. 이제 내가 나이가 최고 많은 선생님의 위치에 있으니 젊은 선생님들의 눈길이 무척 무섭다. 꼰대를 탈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다가서서 ‘배려와 베풂’으로 해결한다. 업무 추진에 시간이 없어 힘들어하는 선생님 대신 창체 활동에 대신 감독을 한다든가, 모의고사 때 감독을 대신하고 아침 인사에 정성을 다해 응대하는 걸로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건 너무 잘 알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방도를 찾지 못했다. 방학한다거나 명절이 끝나면 많은 선생님이 인사하러 오는 걸 보면 욕은 좀 적게 먹는다는 것을 주관적으로 분석해 본다.     

 넷째 ‘학생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과 함께 올바른 인성교육, 진로지도에 도움주기’이다. 교실에서 수업이 어렵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잠을 많이 잔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내 수업에 잠자는 학생은 반에서 1~2명 정도는 있다. 내 시간에만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종일 잔다고 학생들이 이야기한다. 연말 교사 평가 주관식에 많은 분량이 수업이 재미있고 알차다고 이야기한다. 작년보다는 주관식을 적어준 학생 숫자가 적어서 고민이 크다. 나 자신이 정년을 앞두고 나태해진 것 같아서 고민이다. 인성교육은 칭찬을 통해 나쁜 습관을 바꾸어 주는 것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진로지도는 성적이 중간이나 끝부분에 있는 학생들이 자기 진로에 관심이 적은 학생이 많다. 관심이 적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 분석하지도 않고 능력이 없다고 미리 판단해 버린다. 그런 학생들과 담론 하면서 자기의 적성과 앞 진로 문제를 몇 번 상담하면 대학입시 원서에 내가 상담해 준 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 많다. 걱정은 앞으로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때 원망이 오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된다.     

 다섯째 ‘친구나 주변 지인하고 작년만큼 잘 지내보기’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려고 정성을 많이 쏟았다. 내 삶에 행복과 기쁨을 주는 것이 가족 다음으로 친구들이다. 초등학교 동기들 모임이나 경조사를 관리하는 것이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12년이 지나간다. 회비도 알뜰살뜰 관리하여 꽤 많은 돈이 저축되어 있다. 고등학교 친구 10명이 45년간 아주 친한 친구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잘 지낼 것 같아 안심이다. 주변 지인이 문제이다. 만난 연륜이 길어도 변화가 심한 사람이 몇몇 있다. 주로 직장생활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자기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토라져서 소통을 거부한다.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제 인간관계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기’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내가 여유가 있어서 베풀기보다는 늘 염두에 두고 베풀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청소하는 여자분이 3명이 있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분이다. 다정하게 인사하고 출근길에 간단한 음료를 사다 주었다. 감사하다고 하니 송구스럽다. 우리 농장에 ‘맑음이’이란 개가 있다. 사료를 먹이지만 농장에 갈 때마다 간식을 가져간다. 그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좋아하는 동물을 보니 좋다. 그리고 방생(放生)도 자주 한다. 주변 사람에게도 베풀 수 있으면 베풀려고 노력한다.     

 2023년에 소원을 빌어본다. 2022년 분석한 소원 빌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사치에 갔기에 올해도 그 소원은 유지하고 하나 더 첨가한다. ‘나 자신이 만족하고 자부심을 많이 느끼는 일 하기’이다. 큰 소원 하나 더 보태면 ‘자식들이 제 짝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2023. 1. 1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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