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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19. 2024

이름(名) 이야기

이름(名) 이야기                                                             

 우리는 잘못한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꼴값’ 떤다. 하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름값’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매일 자기 수양에 힘쓰고 품위유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공자(孔子)는 정명(正名)을 강조했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이다. 각자 주어진 일에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임금은 입금답게 하라는 것으로 임금의 책무는 ‘자기 몸을 닦아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修己以安人)’이라 했다. 또한 유교에서 가장 중시한 하나가 효(孝)이다. 효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불감훼상(不敢毁傷: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하는 것))을 효(孝)의 출발로 삼고, 입신양명(立身揚名: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를 영광되게 하는 것)을 효(孝)의 끝으로 삼았다.     

 조선 시대에는 본명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조선 초기에 양반집에서 태어나면 이름을 돌림자에 즉 항렬을 바탕으로 사주(生年, 月, 日, 時)에 의해 명리학이라 불리는 작명 법칙에 따라 인생의 앞길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성을 다해 작명하여 호적에 올리고 족보에 기재하는 것으로 족보명(族譜名)이다. 항렬에 돌림자를 넣어 이름만 들어도 문중의 상하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항렬은 문중의 공통으로 사용하여 일가친지를 쉽게 판별하도록 하였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태어나서 유아기에 많이 죽었기에 태어난 아이에게는 아명(兒名)을 많이 사용하였다. 본명과는 다르다. 주로 관례 직전까지 쓰인 이름이며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쓰였으며, 옛날에는 자주 썼던 이름이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잉태된 이후 임신 중 태아에게 붙이는 '태명(胎名:배 냇 이름)'이 어떤 의미에서는 아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부모의 태몽이나 출생 관련 사건에서 따서 아명이 붙이는 일도 있으며, 장수(長壽)의 의미를 담아 일부러 천하게 짓는 경우도 보인다(개똥이, 붙들이, 실근이). 당시 사람들은 자식에게 아명을 험하고 천하게 지으면 호환마마(虎患麻麻)도 무서워서 피한다는 전설을 믿었다. 또한, 이렇게 천한 이름을 아명으로 지어준 이유가 이름마저 아름다우면 미인박명(美人薄命)이 실제로 이루어져 장수하기 힘들고 기구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꼭지’는 주로 여자에게 붙이는 아명으로 아들을 바라는 집에서 많이 작명하였다. 필자의 아명은 ‘달수’이다. 태어나 삼칠일 지나고 동네 친척 아주머니들이 아이 보러 와서 피부가 희고 머리가 큰 아이가 누워 있는 모습이 ‘보름 달덩이’ 같다 해서 붙인 아명이다.     

 다음은 자(字)이다. 해방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자(字)가 거의 없다. 해방 이전 세대는 족보를 보면 족보 이름이 있고 자(字)도 기록되어 있다. 아명은 관례를 치르기 전에 불렸다면 성인식인 관례를 치르고는 자(字)를 불렀는데(字冠者禮), 친구와 윗사람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이다. 자(字)를 받아야 비로소 성인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호(號)이다. 호는 주로 자기가 살던 지명에서 유래되는 특징으로 호를 짓는데 아랫사람도 부를 수 있다. 유명인들의 호를 보면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이다. 호 중에 시호(諡號)는 사람이 나라에 큰일이나 재상을 하고 죽은 후에 임금이 내려 주는 것으로 유명한 충무공 이순신이 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택호(宅號)를 많이 사용한다. 주로 처가 동네 지명을 따서 사용하는데 그 지명으로 양반, 상민을 구분하기도 했다. 씨족 사회였기에 그 동네가 반촌이냐, 민촌이냐를 쉽게 판별 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함안 댁, 안동댁이라 하면 양반에 속하는 것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호(堂號)도 있다. 보통 양반 가문에 집 이름을 따서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사임당, 여유당 신 씨 등 여자에게 많이 붙인 이름이다.     

 현재는 태어나면 출생 신고를 1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호적을 갖게 된다. 성(姓)씨는 주로 아버지 성씨를 따른 것을 원칙으로 했다. 시대가 많이 변하여 최근에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어머니 성씨를 따르기도 하고 새로운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기도 한다.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 아버지를 모르기에 어머니 성씨를 따를 수밖에 없다. 유교 시대의 호적법(족보법) 질서가 완전히 흐트러지는 모습이다. 

 최근에 일본 국적의 방송인 여자분이 혼인하지 않고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출산했다. 상황이 복잡하다. 이제 이런 일이 다반사로 있을 거란 예측이 든다. 항렬이니 촌수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작명을 하는 사람은 이름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개명(改名)하는 사람도 많다. 개명하여 삶의 방향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는지 나쁜 쪽으로 살아가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가까운 내 주변에 개명하여 살아가는 직장동료와 제자, 친척이 있다. 직장동료 중에 개명하면서 떡을 돌리며 많이 불러달라고 부탁하더니 6개월 조금 지나 다시 원래 이름으로 돌려놓는다. 이유는 다른 작명소에 가니 본래 이름이 좋다고 했단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최고 좋다고 믿고 알차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그 이름을 빛내는 것이 아닐까? 딸이 태어날 즈음에 딸 이름을 직접 작명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작명 책을 빌려 일주일간 고심하며 작명했다. 작명에 우선순위는 부르기 좋고 남이 한번 들으면 쉽게 기억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도 쉽게 부르기 쉬운 것, 셋째는 이름의 단어에 담긴 뜻이 좀 고상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딸의 이름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 부르기 좋고 뜻이 고상하여 그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것 중에는 익숙한 것이 좋다고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포털 검색에 이름을 치면 동명이인이 많이 나온다. 사주가 모두 틀리니 같은 이름이라도 삶의 모습은 전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작명할 때 나쁜 사람 되라고 작명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같은 이름이라도 세상에 널리 알린 유명인도 있고 범죄자도 있는 것을 보면 이름에 의해 그 사람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은 일반적 관점에서는 보기 어렵다.     

 고등학교 친구 11명이 오랫동안 우정을 쌓았다. 고등학교 때에 별명을 부르며 놀았던 철부지들이 장가갈 즈음에 호를 짓자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흔하지 않게 11명이 전부 성씨가 틀린다. 그래서 모임 명칭을 ‘建海’로 했다. 대구 대건고 출신이라 ‘建’을 넣었고 ‘海’는 호 끝자리에 붙인 것이다. 權泰海, 金長海, 朴博海. 方慈海, 徐雲海, 李祥海, 吳卍海, 趙深海, 鄭重海, 許無海, 洪良海.이다. 친구 아내와 자식들이 천재적인 작명이라고 칭찬한다. 나의 아내는 洪寶海란 좋은 것 뇌 두고 洪良海로 해서 맨날 한잔하고 ‘홍양, 홍양’ 한다고 지적한다.

                                        2021. 10. 10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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