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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24. 2024

방생(放生)  

방생(放生)                                            

 ‘방생(放生)’이란 사전적 의미로 ‘사람에게 잡힌 물고기나 새, 짐승 따위를 산이나 물에 놓아서 살려 주는 일’인데 통상적으로 불교에서 시행하는 의식으로 많이 알고 있다. 방생에 관한 불교 경전적 근거는 「금광명경(金光明經)」의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에서 유수장자가 두 아들과 함께 오랜 가뭄 끝에 물이 말라붙은 큰 연못에 들짐승, 길짐승들의 먹이로 전락한 물고기들을 살리기 위해 물을 채우고, 물고기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布施) 한 것이 최초의 방생이라고 한다. 유수장자는 물속에 들어가 여래십호(如來十號)를 정근(定根)하고 십 이인연(十二因緣)에 대한 법문을 들려주어 물고기들이 도리천에 나가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수장자는 다음 생에 그 공덕으로 십천천 자(十天天子)로 났다고 하며 유수장자는 석가모니불의 전생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범망경(梵網經)에서는 불자(佛者)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산목숨을 놓아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설법(說法)하고, 불보은경(佛報恩經)에서는 내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처럼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은 죽음을 싫어한다. 했으며 정법염경(正法念經)에서는 절 하나를 짓는 것이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만 못하다. [造一所寺 不如救一人命]고 하여 방생의 학문적 근거를 제시해 준다. 그만큼 불교에서는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찰에서 시행하는 방생이 외래 붉은거북을 방생하여 토종 생물과 마찰을 빚고 사육한 물고기가 방생되어 적응이 안 된다는 비판으로 단체로 방생하는 의식은 많이 줄어들었다.     

 방생이 불교만의 특허는 아닌 것 같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풀어 주고 일곱 번 잡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을 단행하여 순종하도록 만들었다는 고사성어를 보면 목숨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어 보는 이득이 많음을 시사한다. 야사(野史)나 설화(說話)에서도 방생하고 방생 덕을 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경주 이 씨가 장가는 날 늙은 8명의 첨지가 살려달라는 꿈을 꾸고 거북이로 국을 끓이려는 8마리의 거북을 방생하여 8명의 자녀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포항과 구룡포 사이에 오어지(吾魚池)와 오어사(吾魚寺)가 있다. 30년 전에 본 사찰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고 기암절벽에 꽃이 피어 있고 그 앞에 대웅전이 있어 참 아름다운 절인데 절 초입에 커다란 저수지 이름이 오어지(吾魚池 )이다.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물고기를 방생하였는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멀리 가고 한 마리는 두 스님 앞에서 입을 벌리며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두 스님이 서로 “내 고기”라고 언쟁하여 오어지(吾魚池)라 작명하고 그 위쪽에 사찰을 건립하고 오어사(吾魚寺)라고 이름 붙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기관에서 생명 존중 사상을 고취하고 어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아주 큰 규모로 치어(稚魚) 방생(放生)을 한다. 필자가 재직하는 지역에 진동만 있다. 1980년대 말에 대구(大口)가 귀한 생선이라 한 마리에 교사 초임 봉급의 1/2이 되는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그러다가 대구(大口) 치어를 방류하고 몇 년 후에는 진동만에 대구가 많이 잡혀 보통 사람들도 대구를 먹을 수 있었다. 치어 방생이 일석이조(一石二鳥)가 된 것이다. 불교가 아닌 천주교 경남 교구에서도 진동만에 어마어마한 치어를 방류한다고 한다. 미래 세대 학생들의 생명 존중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동참을 권유한다. 그래서 관내에 초등학교, 중학교도 동참하여 6월 15일 관내 기관장과 수협, 치어 방류 협회, 천주교 평신도 협의회와 협력하여 대단위 치어를 방류하기로 했다. 방생의 근본 취지와는 다르지만, 생명을 존중하면서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이라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된다.     

 아내와 나는 언제부턴가는 정확히 기억이 없지만 부정기적으로 방생을 자주 한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아파트에 살던 시절 이웃에 산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부터다. 남편이 암 환자로 의심되어 서울에 정밀검사 하러 가는 집에 방생을 권유했고 아내는 그 권유를 받아들여 어시장에서 엄청 많은 양의 미꾸라지를 구매하여 밀양 수산교 부근 냇가에 방생하고 서울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암이 아니라는 판정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딱히 다른 대처법이 없어 미꾸라지를 방생했다. 자식들 취업 시험 준비하면 정성껏 씻고 어시장에서 미꾸라지를 구매하여 사찰 입구의 냇가에 방생한다. 미꾸라지 어종을 선택한 이유는 붕어나 거북이보다는 숫자가 많아 더 좋다는 생각이었고 일반 하천보다는 사찰 입구 하천에 고기를 잡는 일이 적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 년에 평균 5회 정도 방생하는데 우리가 절실히 기도할 일 있을 때나 집에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의 마음으로 방생한다. 우리 농장에 작은 웅덩이가 있어 그곳에도 미꾸라지를 방생해 보았는데 수심이 얕아서 그런지 두루미나 새가 와서 다 잡아먹어서 그곳은 피했다.     

 2023년 5월 27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늘 그랬듯이 사찰 음식 공양하면서 방생하기로 아내와 뜻을 같이했다. 아들이 회사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혀 해외연수를 10일 갔다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고 딸이 빈혈이 좀 있다는 소식도 들었고 우리 자식들 결혼 소식도 듣고 싶어 평소보다 많은 미꾸라지를 구매하여 사찰 입구로 갔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자들과 차량이 북새통을 이룬다. 냇가로 가서 천천히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비닐봉지 안에 냇물을 넣어 주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새로운 물에 적응하였다고 믿고 돌 웅덩이에 미꾸라지를 쏟아 넣었다. 몇 마리는 넣자마자 재빠르게 헤엄쳐서 돌 사이로 들어가고 60% 정도는 아직 한 곳에 모여 있다. 한참을 기다리니 몇 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은 미꾸라지도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는 두 손을 합장하여 기도한다. 나도 마음속으로 너희들은 목숨 끝까지 살고 혹시 여유 생기게 되면, 우리 식구들 소원에 힘을 좀 보태주라고 기도했다. 거꾸로 누워 있던 미꾸라지가 어렵게 헤엄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100% 다 살아간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절에 가서 3배(三拜)하고 공양하고 떡까지 얻어서 농장으로 갔다. 이웃 농장에 사람이 있어 받아온 떡을 나눔 하고 덕담하다가 묘목 분갈이했다. 비록 발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묘목 분갈이도 방생이라 생각해 보았다.     

 교육이 중요함을 느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생명 존중 사상을 교육받았다. 살아 있는 짐승이나 식물도 쉽게 헤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이나 반려 식물을 선호(選好)하기에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이 더 절실해지는 것을 느낀다. 싱어(Singer) 교수는 쾌고 감수 능력을 지닌 동물 학대는 ’종 차별주의‘라고 규정하고 슈바이처는 ’ 살아있는 생명에 외경심을 가지며 선(善)은 생명을 유지, 촉진하는 것이고 악(惡)은 생명을 파괴하고 발전 가능성을 억누르는 것으로, 도덕의 절대적 기본 원리로 삼는다 ‘라고 한다. 생명 존중 사상이 불편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닭을 키워 식용으로 대처하고 싶어도 닭 잡기가 힘들어 먹을 수 없어 돈을 많이 지불하고 식당에 가서 먹는다. 생명 존중 사상을 너무 극단적으로 적용하는 일상이다.             

                                                         2023. 6. 1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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