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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Oct 05. 2024

음양(陰陽)의 조화?

그들만의 세상...

음양의 조화



  오후 지옥과도 같은 5교시 종료 종이 울렸다.

교실 안은 우뢰(雨雷)와 같은 소리와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남학생들의 환복(換服)이 진행되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남학생들만의 체육시간이었다.

체육시간 ( 네이버 ) 


1학년 일 때는 이런 일이 없었지만 2학년부터 남녀 합반을 한 터라 이날이 유독 기다려졌다. 

일주일에 한 시간 남학생들만의 체육시간은 기다리던 주중 행사였다. 

    

모든 남학생들은 1분도 걸리지 않아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직행했고

2학년 2반 교실은 1반 여학생들이 가정수업을 위해 2반으로 오게 되는 구조였다.  

   

2반 교실을 들어서는 미자의 눈앞에는 남학생 바지가 번데기가 주름잡은 것 마냥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아이 드러워 죽겠어... 남자 xx들은 치울 줄 몰라... 치울 줄 ~”

투덜대며 들어오는 미자, 성자, 영숙이....  1반 여학생들은 비어있는 남학생 자리에 한 명씩 착석을 했다.     


“ 아유 이건 또 뭔 냄새여? 발꼬랑내가 진동을 하네....”

 정숙이 옆자리에 앉는 혜자도 궁시렁대고 있었다. 

" 그치? " 정숙도 맞장구를 치며 혜자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얘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어...맨날 뭘 하고 다니는지 아주 쉰내가 쩔었어"

" 자리 바꿔 달라 할 수도 없고... 미쳐 버릴 거 같어 혜자야~~"

정숙도 혜자의 생각과 똑같다며 같은 동네 응암리 친구인 혜자에게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정숙이 짝은 2학년 중에서도 안 씻기로 유명한 재만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재만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 (도찐개찐)”이었다. 잠시 후 가정을 담당하시는 심 영자 선생님이 2반 교실로 들어오셨다.


" 어유~~~~ 이게 무슨 냄새야~ "


남학생들의 발꼬랑내, 쉰 냄새, 여학생들의 로션 냄새... 기타 등등의 냄새가 교실 전체에 풍기고 있었다.

    

“너네 창문 다 열어!!!  내가 이 시간만 되면 정말 못 살 것 같아~~~ 얘들아 얼른 열어요~~~”

유독 깔끔하기로 소문난 심 영자 선생님은 청결을 1순위로 따지는 범접할 수 없는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특히 흰옷만 입기를 고집하시는 선생님이시고 화장은 여기가 일본의 어느 곳인가 할 정도로 항상 진한 화장을 고집하는 분이셨다.

    

중 2 가정 교과서 (네이버)
“너희들도 잘 알겠지만 내가 너희들한테 무슨 과목을 가르치니? 가정하고 윤리, 도덕 이런 거죠?
내가 합반을 그렇게 반대했던 이유도 이런 연유에 있는 겁니다. 내가 그렇게 안 된다 안 된다 해도... 여러 다른 선생님들의 의견과 특히 교장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하고 올해부터는 지켜보고 있는데..."

 심영자 선생님은 말 끝을 흐리며 불편한 기색을 학생들 앞에서 가감 없이 보여 주고 계셨다.  그리고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일주일 만에 운동장에 모인 수컷( 남학생) 들은 주체할 수 없는 끓어오르는 열기를    

축구공 하나로 풀고 있었다.   

   

" 야! 이쪽으로 좀 줘봐!!! 영덕이의 숨넘어가는 목소리는 운동장 가득 메아리치고 있었다."

축구공이 가는 방향으로 열 네댓 명이 우르르 개떼처럼 몰려들었고

반대편으로 다시 축구공이 전달되면 먹잇감이 사라지는 것 마냥 우르르 공 있는 방향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몸을 틀고 있었다.   

  

“ 야! 야! 야! 패스 좀 하라니까?” 성철이도 한마디 하며 숟가락을 올렸다"

“ 야! 최순호처럼 죽이는 패스 좀 해 봐 봐...”    

 

“ 얼레리요? 그럼 니가 해봐~ 최순호처럼...”

투덜이 광수는  역시 투덜투덜 모두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pexels-kampus-8941576

그때였다... 체육선생님인 정 풍석 선생님이 운동장으로 공을 하나 더 던졌다.

이제부터는 축구공 2개로 삼사십여 명이 운동장을 누비고 있었다.

“녀석들 이게 느들 한테는 꿀이지?” 하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교무실로 들어가셨다.

     

5교시 체육시간이 마쳐질 때쯤 저 멀리 매점 근처엔 축구에서 이탈한 무리들이

입에 뭐를 질겅질겅 씹으며 운동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어묵은 매점 어묵이 왔다여!! 그치?" 

만호는 입안 가득 어묵을 씹으며 형남일 보며 웃고 있었다.


" 난 말이지 체육시간이 제일 좋아.... "

만호는 형남이를 보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라는 눈 짖을 보냈다.

    

“왜 그런데?? ”

" 체육시간에는 평소보다 5배나 시간이 남잖어...그래서 먹는 시간도 충분하고 많이 먹을 수 있구... 난 체육시간만 있었으면 좋겠어.. 하하하하 "

    

“ 나두,나두,나두.... ”

형남이는 이하동문이라며 깔깔대고 있었다.

   

끌어 오르는 열을 한 시간 내내 발산한 남학생들은 씻을 겨를도 없이 2학년 2반 교실로 들어섰다.



“와 이게 뭔 냄새여??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해!!!! 아주 진동을~~~~”


여학생들 입에선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경멸의 눈으로 방금까지 운동장에서 뒹굴던 남학생들을 바라보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모습은 마치 어머니들이 아부지한테  술독에 빠져 인사불성이 된  다음날 타박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못살아~ 못살아~ 내가 죽던, 당신이 죽던 마음대로 해봐~~~”처럼 눈에선 불꽃레이저가 반짝이며 곁에 가기 싫은 극도의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눈치 없는 경덕이는 순자를 향해 말했다.

“뭔 냄새가 난다고 그려?? 이 정도면 양반이지... 니가 구린 냄새를 못 맡아봤네 여태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금 전 벗어 놓은 체육복으로 여전히 흐르는 땀을 얼굴, 목, 게다가 겨드랑이까지 훔쳐가며 온몸을 수건 대용으로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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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경덕의 짝지인 순자는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와~~ 이건 뭐 어째할 방법이 없네 방법이.....” 야!! 너 안 씻구와? 어??

너 안 씻고 오면 선생님한테 이른다? 얼른 씻구와 얼른~~~"   

  

“ 웃기고 있네 ~~ 내가 씻으면 니 아들이다 아들... ”

경덕이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며 옷을 다 갈아입고. 순자 옆에 않아 마지막 수업인 국어책과 반으로 접은 공책을 꺼내놓고 다음 시간을 기다렸다.   

  


마지막 시간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국어시간이었다.

교실로 들어서는 김 장전 선생님의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 누가 여기 메주 띄우냐? 앞에 뭔 시간이었어? ”

“ 반장!!! 뭔 시간이었어?:

 재성인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남자는 체육이었고 여학생은 가정이었습니다.    

 

“ 이거 또 남학생들이 문제야 문제... 야 느들 기본 에티켓이 뭔지도 모르냐? 어? 체육시간 마쳤으면 깨끗하게 씻고 들어와야지?! 그래 안 그래?? 아주 교실 공기가 난지도 쓰레기장이여 쓰레기장... 남학생들 다 일어서~~~~~ 내가 5분 줄 테니까 빨리 씻고 와 빨리!!!"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남학생들 전체는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수돗가로 모두 나갔다.

일어서는 남학생들 얼굴에는 묘한 기류가 서로의 눈빛을 보며 흐리고 있었다.     


“앗싸 오분 벌었다...”


남학생들 모두는 수업시간 10분 동안 김 장전 선생님의 질문 공세를 반이나 줄일 수 있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5분이 지나고 깨끗하게 씻고 들어온 남학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김 장전 선생님은 모두 앉아 있는 학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 오늘은 진도를 좀 빨리 나가려 했는데... 너희들 상태도 그렇고 해서 오늘은 한 시간 동안 일주일 동안 수업했던 거 복습하는 차원에서 질문만 하도록 할 겁니다. 알겠죠?”

     

아니... 이럴 수가 방금 전 기대와는 180도 다른 상황에 접하자...


교실 안엔 흔들리는 학생들의 눈동자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이번일이 남학생들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남학생 짝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연신 째려보며 “이게 다 느들 때문이야~~” 하며 이일을 어쩌냐고 눈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경덕인 나름 오늘이 20일이라 10번, 20번, 30번, 40번, 50번의 범주에 속하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지만 오늘 상황으로 봐서는 전부 물어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자 오늘은 전 학생 모두에게 질문을 할 거니까. 다들 불안해하지 말고.. 순서대로 차례를 기다리면 됩니다.”


추풍낙엽이었다... 띄어쓰기는 언제 하는지, 모음조화는 뭔지, 표준어는 어떤 것인지, 로마자는 어떻게 표기하는지, 자음과 모음은 어떻게 되는지, 구개음화는 뭔지,...


물어보는 족족 “잘 모르겠습니다” “이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푹 숙이는 학생들이 열의 아홉은 나오고 있었다....     


김 장전 선생님은 분을 못 이겨 대답 없는 학생들의 엉덩이 찜질이 시작되었다.


찜질한 2학년 2반 학생들 대부분은 찜질당한 엉덩이를 부여잡고 자리로 들어가 엉덩이를

주무르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마침내 36번인 순자까지 엉덩이 찜질이 끝났을 때

마지막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구원의 종소리가 들렸다. 37번인 성환이는 “재수.... 재수!!!”를 속으로 외치며 주먹을 움켜쥐고 고개 숙인 얼굴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 느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어떻게 30명 이상을 질문했는데 답하는 놈이 한, 두 놈 밖에 안 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냐!!! 어!!! ”다음 시간에 또 물어볼 테니까 37번부터 준비하고~~~~~~~“     


아뿔싸!! 쾌재를 외쳤던 성환이는 이번주가  아주 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김 장전 선생님이 교실을 나서자마자 교실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이 XX의 XXX X들 느들땜에 엉덩이만 불 났잖어!!! ”

여학생들의 원성은 그동안 경멸과 멸시의 눈빛이 아닌 대놓고 육두문자를 발사하며 남학생들 면전에 속사포를 날렸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아무 할 얘기가 없었다. 그냥 웃기만 하며

“ 야 뭐 이정도 타작은 타작도 아니여 우리 1학년 땐 요 밑에 정구장서 한 시간 내내 맞은 적도 있었어.. 괜찮어~~~ 그치?"  

상수와 광수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은숙이 정선이 한테 하고 있었다.     


“아이구 우 덜이 얘길 하덜 말아야지.... 느들 하곤 대화 자체가 안 되지 안되”

여학생들은 급기야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마침내 2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이신 진은영 선생님의 종례시간이 마쳐지고

집으로 향할 때...     

무심하게 반장인 재성이가 전달 사항을 이야기 했다.


" 낼 부턴 일찍 오는 순서대로 자리 앉기로 했으니까 그렇게들 알고 알아서 들 자리 앉어라..."     


순간 여학생들의 머릿속에선 복잡한 계산식이 성립하고 있었다.

내가 몇시 쯤 와야 병선이,진성이 , 성욱이, 형석이랑 같이 앉을 건데...   


말은 죽일 놈 살릴 놈 해도 ‘ 음(陰)과 양(陽)의 이치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오늘밤 순자는 기도를 해 본다...
“지발 병선(달인)이와 앉게 해 주세요.... 아니면 성욱이라도~~~~~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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