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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Oct 08. 2024

가시리

너화 넘자 너화 너 ~

가시리     


“ 이 핏덩이 같은 새끼들을 두고..... 난 못 가여... 안 가여.. 못 가여~~~~”     

 오늘도 정현은 어머니 병 수발과 어린 동생들 등굣길 준비로 아침이 분주했다.     


“ 엄마~~ 여기 미음 차려 놨으니까... 지금 못 먹겠거든 좀 있다... 꼭 먹어!! 알았지??!!”     


정현은 어머니 미음부터 차려 놓고 동생들 학교 준비물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 정선아!! 오늘 둘째 언니랑 크레파스는 같이 나눠 쓰구?? 너 3교시 미술이니까 끝나면 정연이 언니한테 빨리 가야 된다?? 알았지??”

시골 초등(국민) 학교 교실 (네이버)

정선이는 초등(국민) 학교 3학년이고 정연이는 초등(국민) 학교 5학년이었다.

셋째인 정선과 둘째인 정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무룩하게 고개만 끄떡였다.

     

“ 야~~ 너네 왜 힘이 없어~~~ 힘 내구!!!” 

힘내라는 맏이 정현의 외침에도 아무 댓 구가 없었다.

 

막내인 정숙이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 언니들과 양쪽으로 손을 잡고 있었다.     


“ 학교 잘 갔다 오구~~!! ”

정현은 엄마인양  일곱 사리 고개를 넘어 멀어져 가는 세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기성 초등(국민) 학교  기산 분교는  일곱 사리 고개 좌측에 있었고 중학생인 정현과 봉규는 반대편인 우측 중학교로 등교를 해야 했다.     


“ 엄마~~ 오늘 꼭 이거 먹어야 돼~~ 알았지?”

    

“ 어~~ 정현아.... 니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

말끝을 흐리는 정현 엄마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또~!! 또!!!  또!!~~ 운다... 엄마~~ 그럼 내가 어떻게 학교를 가~~”

정현도 목이 메어 탁해진 엄마 목소리에 맘이 편할 수 없었다.

     

“ 그래~~ 엄마 안 울게~~~ 어여... 늦으니까 어여 학교가... 봉규 밖에서 기다리것다...”

엄마는 울음을 꾹 삼키며 정현에게 빨리 학교로 출발하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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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 아부지~~~ 나두 이제 당신 따라가야 되는 가버요~~~ 숨이 너무 차요  정현 아부지      


근데  핏덩이 같은  자슥들 냄겨두고 나는 못 가여~~ 안 가여~~ 못 가여 ~ 안 갈라여~~     
지발 정숙이 시집갈 때까지만 살게 해 줘요  정현 아부지 ~~ 정현 아부지~~ 지발요~~"   
  

정현 엄마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노곤해졌고  스르르 눈이 감기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며 숨을 쉬려 했지만 숨 쉴 힘조차 앗아간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    

집으로 들어오는 정연, 정선, 정숙 세 자매는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무리 피곤하고 아파도 사립문 밖에서 하교하는 자식들을 기다리던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 엄마~~ 학교 갔다 왔다니까?"

불안한 자매는 급하게 미닫이 문을 열었을 때 분위기가 싸 함을 느꼈다     


" 엄마!!! 왜 그래?? 엄마 왜 그래?? 엄마... 엄마... 엄마... "

세 자매는 동시에 엄마를 불러 봤지만 엄마 성숙의 몸에선 얼음장 같은 찬 기운만 감돌 뿐이었다.

싸늘한 주검 위로 엄마를 부르는 세 자매의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은 통곡 그 자체였다.

그때 둘째인 정연이는 자석식 전화기를 붙들고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돌렸다.

자석식 전화기 (네이버)

" 예~~ 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입니다"

교환수 언니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해맑았다.

  

정연은 부르르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 예... 128번 박 정도 아저씨댁 부탁 할게요.. 으으으으으.... "

전화를 거는 정연의 온몸에선 식은땀이 흘렀고 동생들은 싸늘하게 누워있는 엄마를 부둥켜안고 연신 통곡하고 있었다.


교환수 언니도 뭔가 불길함을 감지했는지...

" 학생?? 어디 문제 있어요??.... "


교환수 언니의 목소리도 다급하게 전해졌다.

  " 예~~~ 엄마가.... 엄마가.... 흐흐흐흐흐흐...."


" 알았어요... 빨리 정도 아저씨 돌려줄게요....."

 

"따르릉따르릉~~~" " 예~~ 여보세요?"

"으으으으으.... 아재~~~ 엄마가... 엄마가... 으으으으으...."

정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 누구여? 정연이 목소린데... 정연이 맞지??... 왜?? 엄마가 왜??"

봉규 삼촌인 정도 아재는 같은 동네 사는 모든 집들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일꾼 중에 일꾼이었다.


" 정연아!!! 엄마가 왜? ~~ 말을 해라 좀 정연아~~~"

정도 아재도 정현네 어머니가 폐암으로 투병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비보(悲報)를 전해 들을 줄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정연아... 아재가 금방 갈 테니까..... 어머니 손 꼭 잡고 있어야 된다... 아재 금방 가니까... 정신들 챙기구 있어야 돼 알았지???"

전화를 끈 자 마자 정도 아재는 이장님 댁인  봉규네 집으로 향했다..


" 형님!!! 지금 마을 방송 해야 되여.... 정현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네여... 지금 막 애덜한테 전화 왔어여.." 


"그래??!!  이게 뭔 일이래? 아무리 병이 깊다 해도 어제 정현네 밭 갈아 주고... 정현 어무니하고 인사허고 왔는데.... 허허...."


" 자 얼른 방송하구 동네사람들 마을 회관에서 상의하고 바로 정현네 갈 테니까... 정도 는 어여 먼저 가있어... 애덜 먼저 달래주고 알았지??"


" 예~ 형님~~"


pexels-suki-lee-110686949-16483181 (국화꽃)

정도 아재가 정현네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며 엄마 곁을 지키던 세 자매는 왈칵 정도 아재를 안으며 더 통곡하고 있었다


" 아재!!!  울 엄마.... 울 엄마... 불쌍한 울 엄마...어떡해여...으으으으으... "

통곡하는 세 자매를 안고 있는 정도 아재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아줌니~~~ 워째... 이놈들을 냄겨두고 먼저 가면 어쩐대여... 아줌니....으으으으..."

정도 아재도 끓어오르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다.


" 그래~~ 그래~~~ 그래~~~ 느들 실컷 울어라... 아재가 이렇게 맘이 찢어지는데... 느들 마음은... 으으으.."


" 정연아, 정선아, 정숙아... 이제 엄마... 좋은 데로 모실 거니까.... 아재만 믿고 너무 걱정 말어....응? 알겠지?!!"

  세 자매를 달래고 있는 정도 아재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집에서 들리는 통곡 소리를 들었던 것인지 갑자기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 엄마~~~~ 엄마~~~~ 엄마~~~~ "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봉규와 집으로 돌아온던 정현은  개굴다리 건너부터 들리는 울음소리에

가방도 내 팽개친 채로...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오열 (네이버 발췌)


" 엄마~~ 엄마~~ 엄마~~ 지금 가면 어떡해..

나두 같이 갈 거야 엄마... 난 이제 누굴 믿고 살어 엄마~~..."

 "  엄마~~  울 엄마~~~ 엄마~~~"

맏이 정현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핏기 없는 찬 엄마의 얼굴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고 있었다.


" 엄마 이제 우덜은 어찌 살어 엄마
정숙이까지 시집가는 거 다 보구 백 살까지 살다 간다고 나하구 약속해 놓구 먼저 가면 어떻해 엄마... 엄마... 엄마~~~~----"  

뒤 따라오던 정현이 짝인 봉규도 정현이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 어무니  으으으으으  으으으으으 ~"

봉규도 정현이와 마찬가지로 통곡하고 있었다

생일이 하루 상간인 봉규는 자식처럼 아껴주던 정현 어머니의 가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 더더욱 그 슬픔은 더해만 갔다.


" 그래~~ 그래~~ 그래~~ 펑펑 울어라 정현아... 약속 못 지킨 엄마 밉다고 펑펑 울어라... 울어...."

정도 아재도 잠시 참아왔던 울음보를 다시 터트리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동네 어른들 모두는 장례준비를 마치고 모두 정현네 집으로 모이고 있었다.


" 자 다덜 준비한 대로 움직이구..... 정도하고 봉규는 정현네  애덜하고 좀 있다  할 거니까 잠깐 물 한잔 하고 있어... "


이장님이자 봉규 아버지 덕술은 경황이 없을 정현네 장례식을 여느 장례식과 다르지 않게 차근차근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네이버 )

" 봉규야~~ 잠깐 일루 와 봐 봐"

아버지 덕술의 부름이 있자 봉규는 바로 아버지에게 다가가며


"예...아부지..."


" 봉규는 아부지 자식 이자너 그리구 아부지는  아들 서이(셋) 딸 하나  있자너?? 그치 봉규야?~~"


" 예 ...아부지..."

봉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짧게 답하고 있었다.


" 아부지는 우리 식구를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거 너두 잘 알고 있자너 그치?


" 예..아부지..."


" 그리구 아부지가 지금 뭐 하냐?"


" 예...아부지 이장님이 지여..."


" 그래..맞어... 진계 4리 칠사 마을 이장이지 그치?"


"아부지는 가족두 챙기구 동네 사람들두  똑같이 우리  식구처럼 챙겨야 하는 것도 잘 알 것이여 그치?"


" 예...아부지..."


" 봉규야... 이자(이)부터 아부지 말 잘 들어 봐 봐...."


"자... 오늘부터 너는 아부지 아들이기도 하고.. 저기 계신 정현 어머니 성자 아줌마 자식이기두 한 거여...

진즉(진작)부터 봉규 너랑 정현이랑 생각은  허구 있었는 거 너두 잘 알지?"


" 예...아부지..."


" 이제부턴 니가 정현네 가장이 되는 거여~ 이게 쪼끔 땡겨졌다 보면 되는 거여...."


" 너는 암 것도 걱정하지 말구... 이자(이제) 정현네 가장으로 살아가야 되는 거여~~ 아부지가 정현네두 울 식구루 알구 진즉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알구... 울 식구들 허구(하고) 정현네 식구들은 아부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고등학교까정은 우찌 됐던 책임을 질 거니까... 그때까정 암 걱정 말구 ...정현네 식구들은 니가  챙겨야 하는거여...아부지 하는 얘기  뭔 말인지 알것지??? "


" 예... 아부지..."



상여 나가는 날 ( 네이버 )

 " 봉규야~~ 자  이자(이제) 여기 영정사진 모시구  니가 상주 노릇하는거여., 아부지 말 뭔 말인지 알었지? 어여 앞장서라 어여~~~"


이장님 덕술의 지휘아래 장래는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앞장서는 봉규 뒤로 꽃상여가  따르며 구슬픈 만가가 이어졌다.

 

정도 아재의  메기는 선창(상여꾼들과 주고받는  망자를 위한 곡소리) 구슬프고 처량했다


“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만 일러 주오~~”


그러자 꽃상여를 둘러멘 동네 아저씨들의 받는 소리 또한 뼛속까지 파고드는 처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구슬펐다.


“어 어허어 어화~ 어 어허어 어화~~"


"너화 넘자 너화 너~~~ 너화 넘자 너화 너~~~”     


영정을 든 봉규 뒤를  꽃상여따랐고 상여를 따르는 네 명의 자식들은 연신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정현 아버지 산소가 있는 선산으로 꽃상여는 이동하고 있었다.


상여가 움직일 때는 망자가 저승 가서 쓸 노잣돈과 상여꾼들 요기할 일종의 수고비가 꽃상여 곳곳에 꽂혀지는 것이 칠사 마을의 오랜 전통이었다.


이 모든 것은 봉규 아버지 이장님이신 덕술이 책임지고 있었다.


"여기 ~~  어여  막걸리 한 사발씩 허구 가야지 ~~ 우덜이 정현 어무니 걱정 붙들어 매구 정현 아부지랑 잘 기시라구 잘들 보내 드리자구~~알것는가??"


장례를 총괄하는 봉규 아부지 이장님 말씀엔 정현네를 책임지겠다는 강한 결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너와 넘자 너와 너 ~~ 너화 넘자 너화 너~~"




"  봉규야~~ 봉규야~~  "

망자 영혼 (pexels-marek-piwnicki-3907296-15722759 )


" 어~~ 아줌마 ~ 아니 어무니~~"

" 그래 우리 사우(사위)~~ 내 보내 준다고 애 많이 썼네 사우~~~  우리 정현이, 정연이, 정선이, 정숙이 잘 부탁 허네~~~ 내 우리 사우만 믿고 이자(이제)는 훨훨 날아갈 꺼구만~~  내 항시

우리 사우 잘되길 정현 아부지랑 도와줄 것이여~~  고맙네 사우~~"


" 덕술이 있는가?"
" 증말(정말)  고마우이 덕술이~~"


" 아니 ~자네 만석이(정현 아부지)가 워떻게 왔는겨~~?"


"자네가 정현 어무니 잘 보내줘서 너무 고마워 이렇게 찾아왔자너~~ 고마우이 고마워~~ 그리구 사우(사위)까정 봉규를 보내줘서 더 고맙구먼~     "


  " 뭘  씰데없이 그런 말을  하는겨~~내 진즉부터 자네 저쪽으루  갈 때 맘먹구 있던 거여  자네두 알자너~~ 이쪽은 암 걱정 말구~ 이자(이제) 정현 어무니랑 잘 지내고 있으라구~~  내 울 애덜이랑 자네 애덜이랑 다 키우구 따라 갈테니~~ 함부로  걱정하지  말어~~ 나 칠사 마을 이장이여~~걱정 붙들어 매구 쪼매만 기다리라구~~"

" 고맙구먼 덕술이~~"    " 애 많이 썼네 고마워 사우~~~  "



" 만석이~~~!!! "  " 어무니~~~~!!!"


순간 봉규와 봉규 아버지 덕술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 동안 장례를 치르며 쌓인 피곤함에 규와 아버지 덕술은 정현네 건넌방에서 잠깐 눈을 븥이고 있을때 둘은 동시에 정현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봉규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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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무이~~ 내 죽을때 까정 정현네 사 남매 꼭 사랑으로  지킬거구먼여~~ 꼭이여 꼭 ~~~~~ "
"잘 지켜봐 주세여...어무이~~~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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