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Oct 12. 2024

스미스, 테일러, 잭슨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스미스, 테일러, 잭슨이...

              

 다음 시간은  이 성구 선생님의 영어시간이었다.     

2학년이 시작되며 이전 정년 퇴임을 하신 박 대영 영어 선생님  다음으로 오신 선생님이셨다.

시골학교 수업은 처음이신 선생님은 나름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항상 웃으며 대하셨다.

     

“어~ 오늘은 너희들 영어 실력을 한번 테스트할 거니까.... 여기 카세트에서 들리는 소릴 듣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알았지??"  

카세트 녹음기 (네이버)

2학년 2반 친구들 전체는 지금까지 이런 방법의 수업은 없었던 지라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박 대영 선생님 발음은  연세도 많으셨고 특유의  함경도 사투리가 가미되어 학생들이 영어 인지 제3세계 언어 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이게 영어 맞어??"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시내 엑스롱 미군부대 원어민 아저씨들, 팀 스프리트 (TEAM SPIRIT 한미연합작전) 훈련 때 작전 나온 스미스, 테일러, 잭슨이 형님들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어마 무시했다.

         

“자~~ 시작합니다.”

가로 1m 세로 30cm인 긴 직사각형 모양을 한 카세트의 PLAY 버튼을 눌렀다.

카세트테이프 속에서는 어떤 양 아저씨와  아줌마가 나와 뭐라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화 pexels-mizunokozuki-12903037

대화 내용을 아는 학생은 아무도 없지 싶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는 어지러워지고 왜 이런 걸 들어야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잘 들었지??? 선생님이 왜 이걸 들려주는지 아는 사람??” 

선생님은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픈 표정을 짓고 있는 반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때였다..... 주번인 수길이가 손을 들며 선생님께 답을 했다.

“선생님...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수길이 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반 전체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다른 학생도 똑같나?" 

이 성구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을 하셨다.


“허허 이거 큰일이네..... 이건 기초 중에 기초인데....”하시며 혀를 차고 계셨다.

     

“일단 너희들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테스트 한 거니까.... 너무 걱정들 말고" 

친구들에게  안심시키는 말씀을 하셨지만 갑갑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내일부터 너희들한테 매일 숙제를 낼 거니까 잘 듣고 매일 제출해요~~ 알았지?”

그때부터 반 전체 학생들 얼굴은 그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켜본 바론 너희들 단어나 어휘가 영 딸리네~~ 그래서 특단의 조치 즉 처방전이 필요하니 그렇게 알고.... 내일부터는 16절지 여기 보이지? 여기에 단어를 빼곡하게 채워 장씩 무조건 내는 거다? 알겠지?"

  

“주번!! 주번은 매일 숙제를 영어수업이 있으면 수업시간에 걷고 영어 수업시간이 없는 날은 그날  수업 다 끝나면 교무실로 숙제 걷어서 제출해라!!!! 알겠죠??"



" 자 여기 견본이 있으니까 다들 잘 보시고??!!"


견본을 본 반 학생들 모두는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따르릉”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 자... 반장!!!” 

 자세를 잡으시며 선생님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ATTENTION” " BOW"

반장인 재성의 종료 구령과 함께 머리 아픈 영어 시간이 지나갔다. 


 “이 일을 어찌할꺼나....”      

이 성구 선생님이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반 친구들 전원은 16절지 견본이 있는 곳으로 모두 모여들었다. 견본에 쓰인 글자 크기는 돋보기로 봐야 할 정도로 깨알 같은 영문으로 쓰여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알파벳 여러 개가 일렬로 정렬된 모습은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 장도 많은데 세 장씩이나....... 이건 반 친구들 모두를 고민에 빠뜨렸다.


그때 뒤에 있던 광수가 갑자기 박수를 치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야!!! 잘 들어~~  여기 볼펜 있지 이거 유리테이프로 붙여봐!!! 얼른......."


그때 자리에 있던 수길이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0.7MM ** 볼펜 세 개를 유리테이프로 칭칭 감고 있었다.


“야 야야!!! 일정하게 티  안 나게 붙여야지!!! 이리 줘봐!!!”

광수는 수길이의 볼펜 세 개를 잡고 책상 위에 세 개의 볼펜을 똑같이 세우고 유리테이프를 붙였다.

“자 이제 써본다~~ "


"전 광수~~~"
"전 광수~~~ "
"전 광수~~~ "


“ 봤지??? 감쪽같지??~~~”

그때부터 반 친구들 모두의  볼펜 테스트가 진행됐다.


광수는 볼펜 세 개용수는 볼펜 네 개영흥이는 볼펜 다섯 개로.....


친구들의 테스트가 완료될 때쯤 친구들 모두는 반장인 재성이에게 다가왔다.


“야 어떤 게 괜찮을까??”

친구들은 재성이 한테 자문을 구했다.

반장인 재성인 나름 이런 방면에 있어 친구들을 대변해 주는 역할이 나름 막중한지라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야!!! 우리가 이래 한 다는 건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4개 5개로 하면 오히려 글도 잘 안 써지니까 내가 보기엔 광수가 한 3개짜리가 제일 괜찮은 거 같은데?? 네 개 다섯 개는 속도도 잘 안 나고 너무 티가 나니까 세 개로 하는 게 어때???”     


그때부터 반 친구  모두 볼펜 세 개를 연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첫날부터 친구들은 책에 나와 있는 알파벳으로 있는 단어는 무조건 쓰기 시작했다.


뜻과 발음은 둘째치고 열나게 석(세) 장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집에서 숙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든 친구는 마지막 자율학습 시간에 전부 볼펜 세 개를 테이프로 둘둘 감아 신무기를 실전에 응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갈 때쯤 2반 학생 모두는 이미 내일 제출할 숙제가 마무리 되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와우!!! 끝났다~~~ ”하는 환희에 찬 아우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실 집에서는 소 키우는 집은 다 꼴도 베러 가야 되고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많아 숙제를 하는 건 무리 인지라 신무기 개발에 막대한 소스를 제공한 광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수야!!!! 너 복 받을껴~~~~~”

친구들은 광수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몸과 몸을 부딧치며 뜨거운 포옹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이튿날 영어시간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주번인 수길이에게 숙제를 다 낸 상태라 기대 반 떨림 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모두 단어를 빽빽하게 채워 제출했기 때문에 별 무섭거나 두려운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  

   

“어때?? 숙제가 좀 많았지?? 많은 것 같지만 이게 다 너희 들 한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알았지?? 자 그럼 테스트 한 번 해 볼까??”

pexels-pixabay-267669

 이 성구 선생님은 숙제를 뒤적이며 중간쯤에서 16절지 하나를 꺼내셨다.


순간 반 전체 학생들은 “얼음 땡”의 얼음이 되고 말았다.


석(세) 장 만 채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뭔 테스트?

반 전체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상상을 할 수 없었다.

   

“ 보자.. 보자... 이게 누구냐?? 어.. 김 승기!! 김 승기가 누구지??” 

 선생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셨다.


순간 승기의 초점 잃은 눈동자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승기의 몸은 드르륵 의자소리와 함께 일어서고 있었다.

   

“어 니가 승기 구나?...보자 야... 승기도 기가 막히게 준비를 했네 어떻게 이렇게 빼곡하게 썼냐?... 한 단어를 30번 이상씩 썻네.... 그럼 당연하게 이게 무슨 말일지 알겠네... rabbit이 뭐지? ”

    

승기는 쓰기는 썼어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16절지 세장을 채우기에만 신경을 썼던 터라... 뜻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도 주의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제가 그거는...”

승기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 긴장하지 말구 승기야~~”  

선생님은 나름 승기를 달래 주고 있었다.

  

“그럼 Fox는 뭘까??” 

 선생님은 승기가 나름 안쓰러워 쉬운 단어를 물어보았다.

   

“선생님 그것도......”

승기는 박아지처럼 자른 머리카락을 밑으로 내리며 정수리를 보이고 있었다.


서서히 이 성구 영어 선생님도 슬슬 달아오르고 있었다.

   

야!! 느들 이렇게 쉬운 단어도 모르냐? 그리고 30번을 영문으로 쓰고 그리고 밑에 뜻도 한글로 써놨는데 그 거를 모르니??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어!!” 

그러시며 제출한 숙제 중에 다른 친구의 숙제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 김 정각!!! 김 정각이 누구지?” 하시며 두리번거리고 계셨다.


정각이는 반 친구들 중에 키가 제일 큰 친구였다.

정각이를 호명하는 순간 정각이의 키는 10CM는 더 줄어든 것 마냥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얼굴색은 황달에 걸린 것처럼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     

“어.... 정각이가 키가 제일 크네? 그럼 정각이 숙제를 볼까?? 어 정각이도 잘 하긴 했는데.....”

선생님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셨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계셨다.

     

“여하튼 정각아!! BIRD 가 뭐야? ” 

BIRD  pexels-pixabay-416179

이 성구 선생님은 이번에는 정답을 말해 주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정각이를 응시하고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정각이도 머리를 숙이며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야...느들 정말 이러기야??? 어!!! 이건 초등(국민) 학생도 알 단어들인데.... 너네 BIRD는 새고.. FOX는 여우고.. Rabbit은 토끼고.. 이것도 아직 모르는 거야??!!”

서서히 달아오르는 이 성구 선생님의 얼굴은 이전의 온화하고 인자한 인상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을 호령하는 사자의 얼굴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좀 이상한데??”

이 성구 선생님은 반 전체 학생들의 숙제를 일일이 검토하시며 얼굴빛이  심각하게 변하고 계셨다.

    

“야!!! 너네!!! 뭘 어떻게 한 거야??!!! 어!!! 세 칸이 똑같은 모양인데???!!! 너네 뭔 트릭 쓴 거지???”    

  

순간 반 전체 친구들은 선생님이 일급비밀을 눈치 채신 것 같아... 모두 덜덜 떨고만 있었다.

고요한 밤바다에 갑자기 태풍이 몰아칠 기세의 영어 선생님의 흥분한 목소리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거 이거 다 똑같네.... 전 광수도 그렇고...  성 수길도 그렇고 박 영도도 그렇고...

이거 전부 똑같잖아!!!!!! 어이 반장!!!!! ”    

 

재성은 순간 지난번 김 장전 국어 선생님의 매 타작이 생각이 났다.    

재성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라 어떻게 대처할지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반장 너 이거 알고 있었어 모르고 있었어???”

우물쭈물하고 있는 재성을 보며 영어 선생님은 금방이라도 어떻게 할 것처럼 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 친구들 모두는 지난번 재성이가 죽도록 매타작 당한 것을 아는지라 모두들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3 분단 뒤쪽에서 광수가 일어나며.


“선생님 그건 제가 하자고 해서......”

그때 옆에 있던 친구들 모두는

" 선생님 이건 전부 우리가 하자고 해서...."  하며 한 명, 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허 이놈들 봐라??!! 뭐가 어쩌구 저째??!! 한 명씩 다 나와!!!!~~~~”     

그때부터 이 성구 선생님은 숨겨 놓았던 사자의 발톱을 들어내기 시작하셨다.     

맨 앞자리에 있는 승기부터 해서 타작이 또 시작되었다.

     

“뭐가 어째?? 이 놈들이 선생님을 놀리는 것 도 한계가 있지 어~~~~”

 승기부터 시작된 매 타작은 맨 뒷줄에  앉아있는 봉길이까지 20대씩 엉덩이 찜질을 하셨다.

    

“느들 내일부터 이번처럼 이런 숙제 내면 각오들 해!!!! 알았어!!!”

드디어 이 영구 선생님도 진정한(?)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시며 교무실로 향하셨다.

    

사실 처음부터 이 성구 선생님의 온화한 눈빛과 말투는 반 친구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오히려 잘 됐다는 느낌이 교실에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찜질의 고통을 삭히며 있을 때...      

그때 창영이가 한마디를 했다.

  

" 근데 트릭이 뭐여???!!! 선생님이 너네 트릭 쓴 거지?? 하는데 나쁜 말 같은데 정확하게는 뜻을 모르겠는데??!!"


그때 광수가 말했다~~~

“이 무식한 놈 ~~~ TRI??... 어!!! 뺑끼!!! 뺑끼 (속임수) 치지 말라는 얘기 잖어...이 무식 한 놈~~~~”


" 하하하하하~~~~ "

친구들 모두는 광수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pexels-chaikong2511-20258 (스미스, 테일러, 잭슨이...)

무늬만  스미스, 테일러, 잭슨과 같은 원어민(?) 시골 학교 학생들의 영어시간은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