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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Oct 01. 2024

달인

왕재수 달인

달인      


‘병선’ ‘ 김 병선’... 병선이는 정말 특이한 아이였다.

중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병선이가 잠을 안 자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라 매일 잠을 잔다고 보면 될 일이었다.      

기성면 오지 중에 오지인 동막골에 살고 있는 병선은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다. 병선의 잠자는 모양새를 보며 친구들은  그에 걸맞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 왕 재수'

이 별명 안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매일 같이 잠을 자면 당연히 성적은 뒤에서 기어야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험 볼 때마다 모든 학생들 선생님들이 놀라는 것은 시험만 봤다 하면 꼭 반에서 1,2등을 차지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거기다 병선이는 축구면 축구, 배구면 배구, 육상이면 육상, 턱걸이, 멀리뛰기,..... 정말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모든 운동은 병선이가 시범을 보인 후 진행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성격도 까칠함이 없는 유한 성격에.... 거기다 조각 같은 생김새.

소위 말하는 ' 재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로 통했다.

매일 같이 잠만 자는 병선이가 왜 이렇게 만능에 가까운 사람인지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야~~ 선생님 판서 다 했어  어여 일어나 어여~~"

'왕 재수'짝인  성자는 매번 이런 식으로 병선이를 깨웠다.     

" 아유~~ 내가 미쳤지 이런 얘랑 짝이 돼 가지구 아휴 복장 터져 아휴~~~  "     

성자의 탄식이 있을 때마다 부시시 눈을 뜨며 숨을 내쉬는 병선의 옆모습은 마치

만화영화 캔디의 남자 주인공인 ‘테리우스’가 잠에서 깬 것 같은 동화 속 주인공 얼굴 그 자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성자는 미워하는 마음은 봄날 눈 녹듯 사르르 녹으며 조금 전 잘못된(?) 생각을 철회하듯 눈에서는 하트가 쁌쁌대고 어느덧 성자의 몸은 병선이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캔디 테리우스 (네이버)

병선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여학생 모두는

우수에 찬 병선의 눈빛과 오뚝한 콧날, 앙 다문 앵두 같은 입술,  그림으로 그린 듯 한 검은 눈썹에 모두 무장 해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 달에 한번 짝을 정하는 매달 첫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은 그야말로 여학생들에게는 박 터지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이번 달 전쟁터의 승자가 바로 지금의 짝지인  성자인 것이었다.  


         


IQ검사 (네이버)

오늘은 교육청에서 2년에 한 번 격년제로 치러지는  IQ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 야~~~ 뭔 놈의 아이큐 검사를 2년에 한 번씩 보는지 모르것네 전에 봤을 때 간신히 세 자리 넘겼는데 이번에 잘 못 보면 얼굴(쪽) 팔려 쓰러 질 건데 어이 씨~~"

광수의 푸념 섞인 말에 정민이가 물었다     

 

  " 그럼 세 자리면 얼마 나왔는데??"     

" 어 나?  나 아이큐 100 이여~~ 간신히 세 자리 100 나왔어~~ 그래서 내가 불안한 거여 그때 보다 머리가 썩었으면 썩었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아 그게 불안한겨 으으으~~"

광수는 우는 듯한 모습으로 반 전체에 웃음을 뿌리고 있었다.

      

"  걱정하지 말어~~  뭐 미국  부통령 부시 할아버지  아들도  두 자리라 하던데.. 9십 몇인가 그렇다지 그 아재 요즘 잘 나간데~~"

아버지가 엑스롱 미군부대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식이가 말을 이어 나갔다.     

“ 뭐 하기사... 100이나 구십몇이나 거서 거기지 흐흐 흐흐흐....”

광수의 능글맞은 웃음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정규 시간이 마쳐지고 7교시 특별 활동 시간이 다가왔다.

앞문으로 진 은영 담임 선생님께서 누런 봉투에 시험지 마냥 두툼한 IQ 검사지를 가지고 오셨다.      

“ 자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이건 시험하고는 다른 거니까.. 편하게 보면 돼요? 알았죠?”

진 은영 담임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고... 검사지는 앞에서 뒤로 시험 보듯 검사지가 넘겨지고 있었다. 검사지를 보는 순간 2학년 2반 학생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뭐 삼각형 도형부터 시작해서 원뿔모양의 그림, 직선을 그려놓고 몇 개의 선을 연결하여 그림을 그려 보세요 등등...   

시골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문제에 모든 학생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2학년 영어 듣기 평가 문제를 처음 받아본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학년초 듣기 평가는 글로만 봐왔던 영어를 실제 원어민의 굴리는 발음에 모든 반 친구들이 초전박살이 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마찬가지로 이번 IQ검사도 도긴개긴이었다.


'아~~~ 이거 찍을 수도 없고... 큰일이네 큰일이여~~~'

교실 안은 한숨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골에는 도회지 마냥 사설 학원이 없는 관계로

교과서 이외의 신문물은 접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갑자가 드르륵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맨 뒷자리 성자 옆자리 짝지인 병선이가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뒷문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 병선아!!! 어디 화장실 가니?"

담임 선생님이신 진은영 선생님이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아니오 선생님~~~ 다 풀었어요... 나가서 있으려구요~~~"

순간 반 전체 학생들의 시선이 병선에게 쏠리고 있었다.


' 뭐여??  이걸 벌써 다 풀었다구? '

궁금한 모든 남, 여학생 모두는 뒷문으로 나가는 병선의 뒷모습만 바라 볼뿐이었다.


" 우 덜은 아직 반도 못 봤는데... 재는 뭐여. 아이 재수 없어 진짜?.."

영숙이, 광수, 철규,...... 모든 친구들의 공공의 적이 돼버린 병선인 유유히 교실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자~~ 이제 시간 다 됐으니까? 앞으로 제출하세요~~~"

담임 선생님의 종료 알림과 동시에 검사지는 앞으로 전달이 되었다.

맨 뒷자리 정민이는 검사지를 걷으며 얼핏 검사지를 봤을 때  정민이 분단 대부분이 반을 못 넘기고

제출이 되었지 싶었다...


" 야~~~ 이러다 우리 반 전부 원숭이 하고 같은 등급 되는 거 아니여? 전에 동물에 왕국 보니까 원숭이두 7~80은 된다 던데?? 아주 재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병선이만 빼구?! 우째 불안 불안 허다~~"

검사지를 걷었던 정민이 쉬는 시간 반 친구들이 모여있는 3 분단으로 가며 불안한 심리를 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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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설마~~~ 그래도 우덜이 원숭이 보다 못할까?? 그건 좀~~ 그래도 사람(인간) 자존심이 있는데... 안 그래??"

미자의 그건 좀 아니라는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


" 그래? 그럼 니네 둘이 한번 내기해~~~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우리 반 전체 라면 한 그릇? 어때?  가만있어 보자~~~  150원 곱하기 47명 하면  뭐 7천 원 이면 충분 하자너~~~ "

광수의 파격적인 제안에 친구들은 옆에서 부추기고 있었다..

" 그래 맞어~~~ 이 정도는 내기를 걸어야 쫄깃쫄깃하지 않것어 안 그래???"


정민과 미자는 순식간에 내기를 거는 상대방과 당사자가 되고 있었다.....


" 아니 난 그럴 생각은 없지~~~ 나는 하도(너무) 걱정이 돼서 그런 말을 한 거지 아무리 그래도 우덜이 원숭이 보다 못하겠냐?? 이건 내가 졌다고 하구~~  라면 말구 알사탕 하나씩 돌리지 뭐~~  괜히 말했다 알사탕만 사게 됬자너 흐흐흐흐...."


정민은 만약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얼마나 그 친구가 괴롭고 얼굴(쪽) 팔려할까 생각하며 제안을 알사탕으로 퉁치는 센스 있는 대처가 놀라웠다.  혹 있을 수 도 있는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이 정민을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


IQ검사 결과는 선생님 이외에는 아무도 알지를 못하는 대외비이지만 어찌 됐던 유출이 되고 있었다... 청소시간이든 선생님이 수첩을 놓고 가든... 교무실 청소를 하던.... 어찌 됐던  소수(?)의 선생님들은 다수(?)의 학생들에게 본의 아니게 판정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왔었다...




'우당탕탕 우당탕탕~~~' 토요일 반공일 청소시간은 그야말로 '우당탕탕 우당탕탕~~~'이었다

청소가 마쳐지면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프리타임 자유시간이었다. 머리 아픈 수업, 공부는 안 해도 되므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대청소 시간이 제일 반가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교무실 청소로 차출된 경만이와 숙자는 반장인 재성이와 함께 교무실 청소에 정신이 없었다.

마침 재성이는 교무실에 담임 선생님이신 진 은영 선생님 자리에 2반 학생들의 비상연락망을 작성해

진은영 선생님 자리에  올려 둘 요량이었다.


그때  '기성 중학교 2학년 2반 IQ 검사 결과표'를 우연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맨 윗자리는 예상을 저버리지 않고 ' 김 병선'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165.... 재성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선이가 머리 좋은 친구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선은 맨 아래  XX가 89를 기록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거의 100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본의 아니게 보였다.


반장인 재성은 나름 이것이 대외비라는 것을 알고 있어 비상 연락망을 살짝 검사 결과서 위로 올려놓고 다른 친구들이 보지 않도록 책꽂이 옆으로 옮겨 두었다.


'야~~~ 우째 병선인.... 진짜 병선인 뭐여??? 사람이여... 신이여....'

재성은 혼잣말을 하며 교실로 들어오며 생각을 해 보았다...

' 맞어 내가 웬만한 친구네 집은 다 가봤는데... 병선이 집엔 안 가봤잖어??... 맞어 전에 능막꼴에 갔을 때

성수네만 갔다 오구 안 갔네... 그럼 오늘은 병선이네 함 가봐야겠다~~'


재성은 성격이 쾌활하고 삭삭하여 웬만한 남자 친구네 집은 거의 다 방문하여 부모님들께 인사드리고 하여 웬만한 친구네 집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병선이네는 오지 중에 오지여서 가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재성이가 왜 초등학교부터 중2 지금까지 반장을 하고 있는지 설명이 될 부분이었다.  


교실에 들어온 재성은

" 병선아~~ 너 오늘 뭐 해??"

뜬금없는 재성의 질문에


" 어? 나? 나 그냥 하던 거 하지... 토요일, 일요일 뭐 그런 거 없어... 주 7일 똑같어~~ 골짜기에 뭐가 있것어~~ 왜? 재성아??"


" 어~~ 너 괜찮으면 오늘 너네 집에 놀러 갈까 싶어서~~~ "

재성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웃으며 병선이에게 물어보았다..


" 어? 우리 집?  너도 잘 알건대... 우리 집 제일 멀어 여기서~~~ 그래도 괜찮어??  친구가 온다면 나야 좋지~~~ 근데 넘 멀어서 친구들 오라고 못하겠더라구~~ 반장이 온다면 나야 대환영이지 흐흐흐흐~~"


" 어~~ 나두 괜찮어 ...뭐 낼 일요일인데 뭐~~~ 그럼 응암리 가는 버스시간에 수길이랑 같이 갈게~~~"

재성은 수길과 같이 간다며 수길네로 향했고...

" 어~~ 응암리 버스 시간에 늦지 말어~~"


기성면에서 오지 중에 오지는 능막골과 동막골이었다.. 응암리에서 내려 골짜기를 따라 좌측은 성수가 살고 있는 능막골 우측은 병선이가 사는 동막골이었다. 오지 중에 쌍벽을 이루는 그야말로 오지 중에 오지였다.


응암리 버스를 기다리는 친구, 선후배들은 응암리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재성은 수길이 병철이와 함께 콩나물시루 같은 응암리 버스에 올라 덜컹거리는 비포장과 일부는 아스팔트 포장이 된 응암리 길을 30분 정도 걸려 응암 초등(국민) 학교에서 내렸다.


" 어디로 가야 되는데?!! "

재성과 수길은 응암리는 친구들 집이 많아 자주 방문을 한 터라 낯설지가 않았다.


"어~~ 이 짝 왼쪽으로 가면 능막골이구~~ 요 쪽 우측으로 가야 돼 한 둬 시간 가면 돼~~~"

병철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설명을 하였다.


"어?? 뭐라구?? 둬(두) 시간??  야 그럼 너 몇 시에 집에서 학교로  출발 하는겨??"

재성과 수길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 나? 다섯 시에 출발하지~ 뭐  여기 응암 초등(국민) 학교 댕길때 부터 그랬는데 뭐... 하던 일이라 괜찮어~~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병철은 대답했다.


" 자 이제 출발하자구~~!!!!" 병철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혼자 외로운 등하굣길이었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같이 간다는 것이 병철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병철이네 집은 험해도 너무너무너무 험한 길이었다.

그러나 병선네 집까지 도로가 깔려 있어 이런 험한 오지에 어떻게 도로가 깔려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숲 길 (네이버 발췌)

" 병선아~~ 희한하네 희한해~~ 워째 이쪽이 저쪽 응암 초등학교 길 보나 더 좋은거여? 이해가 안 되네... 이런 골짜기에... 어떻게 이런 도로가 깔린겨??!!"


" 흐흐 흐흐흐.... 좀 그렇지? 일단 집에 가보면 알어~~~ 그래서 둬 시간을 걸어도 별 피곤한 건 못 느껴... "

병선의 말에 수길인 반문 아닌 반문을 했다.


" 야!!! 길이 이래 좋은데... 뭐 하러 걸어 댕겨??? 자전거나 아님 아부지한테 경운기라도 태워 달라 그러지?? 아주 신기해 신기해 병철이 너는??!!"


" 그렇지?? 나두 첨엔 그래 생각했는데... 울 아부지 교육 철학이 좀 독특하셔... 나중에 집에 가면 설명할게~~" 병선은 같이 걷는 친구들과 담소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모처럼 느껴보는 재밌는 하굣길이었다.




" 아이고~ 이게 누구냐??!! 병선아~ 친구들하고 같이 온 거야?"

긴 흰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넘겨 올리고 흰 수염과 검은 수염을 곱게 단장한 도인의 풍모를 내며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병선의 아버지 '김 상록'이었다.


" 아부지셔?"

눈치 빠른 재성은 병선의 아버지임을 금방 알아차렸지만 한 번 더 병선에게 물었다.


" 어~~ 우리 아부지여~~"

" 아부지~~ 오늘 친구들하구 같이 왔어여~~ "  반갑게 아버지께 인사드리는 병선의 얼굴은 해맑음 그 자체였다...


" 어~~ 그래!!! 내 좀 있다 작업 마치고 내려갈게~~~ 좀 만 기다려~~"

병선 아버지는 무슨 작업을 하고 계신다며 계속 뭔가를 파내며 손수레에 싫고 계셨다...


" 야~~ 병선아 아부지 뭐 하시는 건데? 이런 산꼴에 뭐 논, 밭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하시는 건데??"

수길이는 궁금한 듯 병철에게 물어보았다.


" 어~~ 동막골에 고령토(高嶺土)가 지천이여~~ 그것도 아부지 말로는 품질이 최상급이래 한국서 제일루 좋은 고령토래~~"

고령토 (네이버)

" 뭐여? 그럼 아부지가 뭐 그 흙으로 뭐 하시는데?"

재성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재성아, 수길아?! 너네  ' 상록 자기 '라고 들어봤어? "

" 상록 자기? 상록 자기?!... 잘 모르겠는데??"

재성과, 수길은 미안한 듯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고 있었다...


" 그럴 거야~~~ 아마도... 아부지가 예전에 뉴욕 미술관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게 좀 반응이 좋아서 예전부터 아부지는 수출만 하자너... 여기 이 길 있지?  이것도 미국에서 깔아 준거여~~"


" 어?? 여기 이 도로까지 미국서 깔아줬다구?? 진짜?? 진짜여??!!"

재성과 수길은 어안이 벙벙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아부지가 도자기 만드는 장인이셔~~ 작품이 연계돼서 소량으로 상품화돼서  미국에만 수출을 하시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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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잠깐~~~ 근데 그 도자기 몇 개 사자구 이 도로까지 깔아주구... 그게 말이 되나??"

안 그래도 병선이가 특이한 친구인 줄은 알았지만 재성과 수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렇지?? 흐흐흐흐~~"

나도 그럴 거 같은데... 아부지가  그쪽 분들이랑 잘 아시는 사이라 그렇게 했다고 하네...


" 어~~ 울 아부지~~ 친구분들이 미국 뉴욕에 많이 살고 계시대~ 한국사람 말구 미국사람~"

"뭐여 그럼 너네 아부지 영어도 잘하시는 거여??!!"

"어~~ 아부지 저기 XX 미대 나오시구 젊으셨을 때 미국으로 유학 가셨대~~ 나두 깊숙한 건 잘 안 여쭤봐~~"


XX 미대라 하면 한국에서도 제일 좋은 곳인데 거기다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오셨다니 그때 재성은

전에 할머니 막걸리 심부름 갔을 때 평산 식당에서  동네 이장님들이 나누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 거~~ 뭐여... 우리 면에 대단하신 예술가가 사신다 하네? 사신 지는 꽤 됐는데 하두(너무) 시골 오지라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포클레인 하고 도로 닦는 기계가 엄청 들어갔다 하네 동막골로.... "
" 그 도로공사 길감독하는 미자 아부지 있자너... 미자 아부지가 얘길 하는데.... 이게 우리 나라서 하는 게 아니구 미국서 하는 거라 그냥 주위 감독만 하면 된다자너....  장비하고 인력은 전부 엑스롱 미군부대서 지원이 나와서 한다지 아마... "


재성은 그때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병선 아버지를 말하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됬었다.


"그럼 예술가 아저씨가 병선이 너네 아부지였어?  "

재성은 병선을 보며 확인하는 눈빛을 전했다


" 응 맞어 그 예술가 아저씨가 울 아부지 맞어~~   "


" 야 근데 너희 엄마는??"


"응 울 엄마~~ 울 엄마는 미국에 계시구~~"

병철인 너무도 쿨하게 답을 이어나갔다.


" 울 엄마 한국계 미국사람 이여 ..있자너 교포~~"


  " 야 그럼 엄마 안 보고 싶어??"

재성과 수길은 동시에 물어보았다


  " 어~ 보고 싶지~~ 근데 방학이면 내가 엄마 보러 가자너~~ 이젠 뭐 그러려니 해~~ 괜찮어~~

엄마가 힘들면 오라 하는데 난 여기가 백배 좋아 ~~ 친구들도 많구 흐흐흐~~"


" 그리구 엄마 회시가 그쪽에 있어 아부지는 미국으로 도자기 보내기만 하면 돼~~"


이제 조금씩 조금씩 병선이의 미스터리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 어~~ 울 아부지 오시네~~"

아버지는 손수레를 끌고 인부 아저씨들 몇 명과 같이 큰 가마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 어이구~~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병선이 친구들이 왔어??   야~~ 병선이 중학교 친구가 온 건 처음이지? 그렇지 병선아??"

" 예 ~~ 아부지~~ 오늘 기분이 넘 좋아요~~"

" 그래~~ 먼 길 온다고 시장할 건데~~  얼른 밥 차려 먹자~~"

아버지 말이 떨어 지자 마자 병철이는 재성과 수길을 향해


" 너네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말해봐~~"

하며 병선인 친구들의 입을 바라보았다


" 엉??  먹고 싶은 거야 많은데~~  어느 분이 식사 준비를 하는데?? "

재성은 병선이 엄마도 안 계시고 아부지는 일 하시느라 바쁘신데 식사 준비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아 병선이에게 물어보았다.


"  어~~~ 잠깐 이쪽으로 와 봐 봐~~"

재성과 수길은 병선이 안내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토로 지어진 멋진 집뒤로 연결된 식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당 벽면에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게다가 복어요리 자격증까지  각종 요리 자격증이 벽에 붙어 있었고 요리 대회에 나갔는지  병선병선 아버지가 상장과 트로피를 들고 있는 큼지막한 브로마이드급 사진이 한쪽 벽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각종 취사도구와 큰 화덕 여러 개가  배치가 되어 있었다 .마치 큰 식당의 주방처럼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렇다 병선이는 엄마가 해야 될 일을 병선이 혼자 다 하고 있었다.


" 어째~~ 오늘 너네 중식으로 풀코스 워뗘??!!"

병선은 말만 하라는 듯 재성과 수길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 우리야 좋지만~~ 니가 그걸 다 할 수는 있는 거여??"

재성인 사실  좋다고는 했지만 중식 풀코스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짜장면, 짬뽕 거기에 탕수육 정도만 장터 '옥황상제' 중국집에서  먹어본 거라 풀코스의 개념이 없었다...


" 좋았어~~~ 잠깐 기둘려봐~~" 하며 병선은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오는 병선을 보며 재성과 수길은 또 한 번 기겁을 하고 있었다...

왼쪽엔 태극기 명찰이 붙어 있고 오른쪽에는 미국 성조기가 붙어있는 요리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것이었다.

셰프 유니폼 ( 네이버 )

" 야~~  그건 또 뭐여~~"

재성과 수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병철을 바라보았다.


 " 어~~  음식 준비 할 때 이렇게 입고해 요리하는 기분도 나고. 흐흐흐흐 ~~ "

마치 병선이는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하는 스나이퍼처럼

냉장고에서 각종 재료를 꺼낸 후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채소 다듬는 칼질이 보통이 아니었다

양파를 반으로 잘라 큼직한 왼손으로 양파를 고정하고 커다란 사각형 중식도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순간 양파는 기계로 썬 것 마냥 균일하게 채가 썰렸고 그다음은 당근, 오이.... 배추는 사각형 편으로 썰어 준비하고 있었다.


" 중식은 스피드여~~  먼저 마(채소준비)를 준비하고 다음은 고기류를 준비하면 돼~~"

병선은 중식 주방장의 스킬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재성과 수길은 이건 마치 외계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술을 가진 병철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수길아?  재 사람 맞어??"

재성은 놀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수길을 바라보았다


" 그러게~~~ 나 지금 뭐에 홀린 거 같어 여기 혹시 도깨비집 아니지??"

수길도 마찬가지로 놀란 눈을 감출 수 없었다.


" 얘들이~~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흐흐흐  ~  "

병선은 놀라서 뒤로 넘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더 힘이 났는지


"  자 이제 불 올린다~~~~"하며

가스불을 켜는 순간 "쏴쏴~~~~~~"하며 무서울 정도의 가스불이 올라오며 금방 화덕에 올린 (중국식 프라이팬)을 달구었다.

기름을 두르고 고기와 종 양념을 넣고 청주를 뿌리는 순간 웍에서 순식간에 시뻘건 불이 음식 위로 올라오며 병선의 불쇼가 이어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양송이 수프가 전채요리로 준비되었고... 이후  탕수황하, 유산슬, 난자완스, 유린기 메인 요리가 하나씩 준비되었다....


" 와~~~ 와~~~ 와~~~ 너 대체 어느 별나라에서 온 거여??!!!"

재성과 수길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한 번 맛봐봐~~~ "

재성과 수길은 준비된 요리를 맛보는 순간...


" 야~~~ 너??!! 너 진짜??!! 너 도대체 정체가 뭐여??!!"


수길이는 지금까지 이런 황홀한 맛을 느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이런 맛은 못 느낄 것 같다는 생각에

수저로 준비된 요리를 한 스푼 크게  떠 입에 넣고 있었다.


그때 작업이 종료됐는지...

병선 아버지와 인부 아저씨들이 식당으로 들어오셨다~~

" 아이구~~ 오늘은 저번에 먹었던 거하고는 좀 다르네~~ 오늘은 중식으로 한 상 차렸어~~ 허허... 기특하기도 하지~~ "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평소와 달리 중식으로 준비한 병선에게 아저씨들은 칭찬을 하며 음식을 순식간에 드시고 계셨다.


" 어이~~ 배부르다~~ 꺽!!! 병선아 잘~ 먹었다~~ 설거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너는 이제 들어가~~~"


아버지와 같이 자기를 굽고 계신 필두 아저씨의 이야기가 떨어지자마자... " 예~~ 아저씨~~" 하며

병선이는 재성과 수길이와 함께 병선이 방으로 들어갔다.


" 야~~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지??"

재성이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왔던 내용을 하나씩 물어보고 있었다.


"있지?? 뭐냐면... 병선이 니가 아무리 머리가 좋다 한다 해도... 어떻게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 하는데... 시험 보면 맨날 1.2등이여?? 난 그게 젤루 궁금해~~ "


병선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 너도 이제  와봐서 알지? 우리 집 디따 멀자너.... 그래서 학교 가고 오고 할 때... 난 항상 엄마가 사준 이 마이마이 (휴대용 카세트 녹음기)에 오늘 배울 거 교과서에 있는 거 녹음하고 그냥 들어... 그리고 집에 올 때 한 번 더 듣구~~~ 워낙 길이 멀어서... 학교 갈 때 두 시간 집에 올 때 두 시간 하면.... 그냥 머리에 들어 가더라고~~ 별거 없어~~"


" 그럼 넌 교과서를 통째로 다 외웠다는 거여???"

" 응~~ 그래 되더라고~~ 너두 하루 네 시간 들으면 그렇게 안되나??"

병선의 답은 쿨 했다.


역시 병선이는 재수 없는 친구(?)였다... 다른 친구 같으면 백번을 들어도 못하는 일을 병선인... 병선인...


" 수길아!!!  낼부터 이제 아무리 재수 없고 해도.... 우리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돼~~ 그치??"


" 어~~~ 맞어~~ 얘는 사람이 아니여~~~ 누굴 원망하겠어~~~ 얘 자체가 돌연변이인데~~ 그치 흐흐흐흐"


이제 낼부터 너를 다른 별명으로 부를게~~~  

" 병선이 너는 ~~~ 낼부터 무조건 이거여~~  "  

" 뭐~~ 뭔데??" 병선은 웃으며 되물었다


"내일부터 너를 달인으로 임명하노라~~~  "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런 달인이 여기 동막골에 있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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