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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閑山) 달 밝은 밤에 I

먹고 산다는 것...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Mar 02. 2025
성웅 (네이버 불멸의 이순신 발췌)

'장차 이 일을 어찌할거나~~~'

수루에 홀로 앉아 망산(望山 293M)을 바라보는 신(新)의 눈가엔 촉촉한 이슬 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옥포, 사천을 포함 연전연승(連戰連勝 )을 하고 있는 전라좌수사 이신(李臣)은 오늘도 묵상(默想)을 하며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 내 비록 남쪽은 지킨다 하나 전하가 계신 북쪽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 경(京)이 있느냐?"

좌수사 신(新)은 심복(心服) 경을 찾고 있었다.


" 예~ 장군님~~ 진즉에 대기하고 있었구먼유~~~ "

경을 부르는 신(臣)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창동(倉洞)에 이르거라~~ 명일 날이 밝은 대로 전하가 계신 의주로 군량미를 보낼 것이라  이르거라~~~"

한산도에는 군량미를 쌓아두는 곡식 창고를 창동이라 하였다. 창동이 그대로 지명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곡식 창고인 창동은 삼천석( 1석은 현시세 160KG)을 쌓을 수 있는 큰 창고였지만 정작 비축된 군량미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臣)은  임금에 대한 충절을 보이고 있었다.

조선의 지존 선조는 임진년 (壬辰年) 유월 스무이틀 몽진한 평북 의주에서 진즉에 피하여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예~~ 알것구먼유~~~장군님요~~"


" 금(金)아!!! 밖에 금이 있느냐?"

신(臣)은 또 다른 심복인 금을 찾고 있었다.


" 부르셨습니까요 장군님~~"

금 또한 평소처럼 상시 대기 중이었다.

" 그래 금이는 옥포 진영감한테 다녀오너라~~ 가서 진영감에게 물어 알아오너라... 어찌하면 생선을 오래 보관하며 먹을 수 있는지 상세히 물어보고 올 것이야... 알겠느냐? "


" 예~~ 장군님요~~ 척하면 알어야지유~~ 잘 알것구먼유 장군님~~"


경과 금은 신과 같이 이삼십 년을 같이 지내온 터라 신(臣)의 의중을 제일 잘 아는 평생의 동지와 같은 이들이었다.


신(臣)은 이전 옥포에서 대구포를 받은 일을 기억하며 진영감에게 조언을 구하려 하고 있었다.

전란이 오래 지속되어 군량미는 스스로 자급자족(自給自足) 해결해야 되는 상황을 대비하여 곡식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고 있던 때였다.



어부생애죽일간 (네이버)

" 안에 기신가유? 아무도 없는가유?"

금의 걸쭉하고 유들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 누군교?"

덧댄 한지가 누덕누덕 붙은 여닫이문을 젖히는 이는 진영감이었다.


"마침 안에 기시구먼유~~ 지는 좌수사 이장군님 명을 받들구 왔구먼유~~"

반가움을 표하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금은 진영감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 으잉~~~ 이장군님 말인교?? 어여~~ 어여~~ 퍼뜩 들어 오이소!!"

"아이고 무시라 거서 이가 어데라꼬... 퍼뜩 들어오이소 으잉!!!"

"아이고 무시라~~~"


"예~~ 영감님~~ "


" 그래 장군님께서 우얀일로 이래 누추한 곳까정 보냈습니꺼?

진영감은 금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물어보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었다.


" 흐흐흐흐.... 숨 안 넘어 간대니깨유~~ 좀 지둘려 보셔유~~흐흐"


" 그랬는교? 내는 궁금하면 몬 참는다 아입니꺼~~~ 이제 됬는교? "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진영감은 짐짓 쑥스러운 듯 잔 웃음을 띠며 말하고 있었다.


" 좌수사 장군님께서유  영감님께 어떤 생선을 우찌 보관하면 곡석(곡식)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오라 해서유~~~"


" 하하하하하~~~ 그카면 그 때문에 이래 왔습니꺼??

" 옥포, 사천, 통영, 한산 이짝서 젤로 마이 잡히는 물게기는 뭐라 생각합니꺼?"

진영감은 생선,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자 눈빛이 달라지며 금(金)에게 묻고 있었다


" 글쎄유~~ 지가 물괴기는 잘 몰라서유~~ 고등어?"

금(金)은 머리를 긁적이며 진영감을 바라보았다.


" 고디(고등어)라? 하하하하하~~~~"

" 고디는 2등입니더~"


" 아재요? 그카면 과묵숙구기(청어)라 들어봤습니꺼?"


" 뭔대유? "

금은 의아한 듯 묻고있었다.

덕장 (네이버)


"잘 들으이소 아재요!! 과묵숙구기가 잡히는건 고디(고등어) 다음으로 잡히는가라예.. 그걸 창새기를 다 빼가 소금물에 염지(鹽漬)를 해가~ 살이 꾸덕꾸덕 할때까정 해풍에 윽수로 말리는 깁니더~~ 맛이 기가차고 몸 보양도 되고...우야둔동 기가찬기 과묵숙구기 아입니꺼?? 그카면 잡히는건 고디 보다 좀 들 해도 말리가 먹으몬 이기 고디를 제친다 아입니꺼??? "


  "아~~ 그런가유? 럼 말린것두 치면 2등인 고등어를 제끼면 과묵숙구기가 1등이네유?? 그렇지유??"

금(金)은 이장군 신(臣)이 하명한 답을 얻었다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 하하하하하~~~ 우째 2등인 고디를 제낏다고 과묵숙구기가 1등 입니꺼 아재요??"

진영감 또한 배꼽이 빠져라 웃고 있었다.


" 예??? 2등을 제쳣으니 1등 아닌가유??"

금(金)은 진영감의 대답에 의아해 하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 아재요?? 2등 고디를 제끼면 과묵숙구기가 2등 아인교??? 하하하하하~~~"

진영감은 오른 검지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세 번 두드리고 있었다.


" 내 아재가 멀리 이까정 와가 넘 고마버가 농 한번 뜬짓다 아입니꺼~~~ "

" 1등은 정해 짓다 아입니꺼~~~ 젤로 마이 잡히는기는 메루치(멸치) 아입니꺼... 안 그렇습니꺼?? 하하하하~~~"


" 아하~~~ 맞네유~~~ 맞어유~~~ 흐흐흐흐흐~~~ 2등을 제끼면 2등이지유~~~ 지가 머리 쓰는 건 영 안 좋아허고 친하덜 않아서유~~~ 영감님은 우째 이런~~~~진짜루 존경하겠구먼유~~~흐흐흐흐"

생선이면 생선, 바다면 바다... 해학과 유머를 겸비한 진영감의 유쾌한 말솜씨에 금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좌수사 장군님께 말씸 전해 주이소~~~  쪼매만 있으몬 찬바람이 슬슬 분다 아입니꺼... 이때 과묵숙구기(청어) 마이 잡아가 소금물캉 바람에 한 그 말리가 꾸덕꾸덕 할때 까정 말리몬 기가 막힌 대체품이 된다 말씸 쫌 전해주이소~~~ 알겠지예 아재요!!!!"


" 예~~ 알겠구먼유 영감님요~~~"



와키자카 (불멸의 이순신 네이버 발췌)

" 뭐라??!!"

"이신(臣)의 움직임을 찾을 수 없다??"

대노하고 있는 이는 육전(陸戰)과 해전(海戰)에서 연전연승을 올리고 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협판안치 脇坂安治 )였다.


"이신~~~` 이신~~ 이 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필시 뭔가 꿍꿍이 속이 있을 것이야 반드시... 흐흠~~~"

와키자카는 다른  수군  수장과는 다르게공성전  수성전을 대비하는 자세가 달랐다.

조선 상륙시 고니시 제 1선봉에 포함되어 육전(陸戰)인 용인에서 오합지졸 조선군 5만을 맞아 와키자카는 1천 명으로 기습을 감행하여 8천의 사상자를 내고 어렵게 모인 조선군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대승을 거두기도 했던 입지전 적 인물이기도 하였다.


" 조센!!!! 조센!!! 이신(臣)~~~~ 그동안 수전에서의 참패를 꼭 돼 갚아 줄 것이야~~~ 꼭!!!!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볼 것이야~~~~ 음하하하하하~~~ "

와키자카는 전투라면 이골이 난 장수라 그깟 좌수사 하나로 수군이 연패한다는 사실에 치를 떨고 있었다.


" 야마모토!! "

와키자카의 부장 야마모토를 부르는 왜군수장의 눈매가 매서웠다.


" 지금 즉시 한산(閑山)에 세작을 보내 직보를 할 것이다... 알겠는가??"


" 하이!!! 장군~~ 명 받들겠나이다~~~ 장군!!!"

부장인 야마모토는 왼쪽눈엔 검은 안대를 두르고 와키자카의 명을 받들고 있었다.

센코쿠 시대 와키자카의 부장 야마모토는 수십 곳의 전쟁터에 참전한 훈장으로 한쪽 눈을 잃은 애꾸눈 부장이었다.


" 음하하하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꼭 있는 법이지... 암~~ 있고 말고지~~~~ 하하하하하"

와키자카의 코웃음 비웃음 섞인 소리는 한산을 향해 퍼지고 있었다.



조선 수군 (네이버)

"흐미~~ 그것이 모다냐? 거시기 헌 건 좀 치워야 안하냐?"

좌수영 격군들은 한참 훈련 중에 격군 돌석이 가져온 상자를 보며 훈련에 방해된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 앗따~~ 뭐다러 그걸 거따 놓고 있다냐?"

"보기 안 좋구먼 영 거시기 허네~~~ 어여 싸게 싸게 안 치우냐?"

돌석이 가져온 큼지막한 목상자에는 돌석의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보리개떡이 상자 안에 가득 차 있었다.보릿겨와 막걸리로 발효시킨 보리개떡은 무쇠도 씹어먹을 장졸들에겐 꿀이나 다름없었다.

격군(格軍)들은 내용물은 확인 하지 않고 훈련에 방해 된다 타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 시방~~ 긍께 참말로 갔다 버리냐?? 참말로??"

돌석은 답을 알고 대답을 하고 있으므로 옅은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 근께 그게 뭐다냐? 상자를 거따 노면 훈련이 안되제? 안그냐? "

돌석과 같은 막사를 쓰는 창성 아배는 훈련만큼은 정확히 받아야 된다는 원칙주의자였다.


"그라요??~~~ 그람 으짯을까나... 울 엄니가 허벌나게 밤~~~~ 새 빚은 보리개떡 저 한산 앞바다에 던져 뿌릴란다~~~ 그래 해부러~~ 울 엄니헌텐 쪼까 걸쩍지근 혀도 별수 없응깨? 버리야재?? 암만~~~"

돌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 사방에서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오메~~~~ 오메~~~ 오메~~~~ 시방 뭔 소릴 한다냐??? 아따~~ 우덜이 누가 버리라 했는가? 쪼까 거시기혀서 거시기 하라혔지... 그람 안 되제~~? 엄니가 허벌라게 맹그신 걸~~~ 안그냐??"

창성 아배를 포함 격군들 모두는 보리개떡이란 소리를 듣고 나서 우르르 상자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 암만 그라제~~~ 역시 돌석 엄니가 우덜을 거시기혔으니깨 이래 거시기허게 맨드시고... 돌석아 너도 같이 거시기 허자~~~"

마침 격군들의 쉴 시간에 맞추어 우르르 몰려들어 큰 상자 안에 가득 담긴 보리개떡을 나누는 모습을  저 멀리 좌수사 신(臣)은 지켜보고 있었다.


장군 (네이버)
' 어허~~~ 군량미가 떨어지니 그 흔한 보리개떡에도 장졸들이 사죽을 못쓰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어찌?'

좌수사 신(臣)이 좌수영 군사들의 군량미를 걱정하고 있을 때 막사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장군님~~~계신가유~~ 금(金)이 구먼유 시방 도착했구먼유~~"

옥포 진영감을 만난 금은 지체 없이 좌수사 신을 만나기 위해 한산으로 촌각(寸刻)을 다투며 도착을 하였다. 충청도 아산이 고향인 금(金)은 평소와는 다르게 빠른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  그래~~ 곡식을 대체할 생선은 뭐가 있다 하더냐?"

좌수사 신(臣)의 물음이 있었다.


" 예~~ 진영감이 말하길 옥포, 한산, 사천 이쪽은 과묵숙구기(청어)가 많이 잡히고 이걸 염장을 해서 오래 보관하면 된다 했구먼유~~ 염장 방법하구 시간은 여기 적혀있구먼유... 여기~~~ "

진영감은 보기 드물게 어부이지만 언문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 어허~~~ 진영감이 이렇게 꼼꼼하게~~~ "

진영감의 서찰을 받은 좌수사 신(伸)은 과묵숙구기(청어)를 잡는 방법, 소금의 양, 염장시간, 덕장 위치등 상세히 기록된 서찰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래~~ 금이도 고생이 많았구나... 내 진영감 서찰은 진중회의 때 의제로 삼을 것이니... 금이 자네는 어서 여독(旅毒)을 풀도록 하거라..."


" 예~~ 고맙구먼유 장군님~~"


' 동서고금(東西古今) 지위 고하 (地位高下)를 막론하고 먹고사는 것이 제일 중한 일 일진데... 진영감이 한숨을 돌리게 해 줌이야... 진영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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