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 세작(細作)이 세작(細作) 되면...
" 장군~~ 좌수사 장군~ 세작(細作) 질 하는 간자를 추포 했나이다 장군~~~"
고하는 이는 좌수사 신(臣)을 보좌하는 부장 송장군이었다.
하늘을 찌를 기세로 역방향으로 자란 시꺼먼 수염은 송장군을 마치 사천왕상(四天王象)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었다.
" 이놈들!!!! 어디 세작질 할 때가 없어 한산(閑山)에서 세작질을 하느냐 이놈!!!!... 어디 이놈들... 간자(間者)가 어찌 되는지 내 단단히 맛을 보여 줄 것이다!!!! "
" 좌수사 장군~~~ 이놈들을 어찌하면 좋겠는지요~~~ 장군~~~"
송장군은 잡혀온 세작들을 떨게 만들고 있었다.
" 송장군~~~ 잠시만 있어 보시게..."
좌수사 신(臣)의 목소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 그래~ 자네들 이름은 무엇인가?"
포승줄에 묶여있는 세명의 세작은 무릎 꿀린 상태로 서로의 얼굴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이름이 무어냐 물었다!!!
좌수사 신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 예... 장군 정복만입니더..."
" 어허~ 이놈!!! 썩 이실직고(以實直告) 하지 못할까??"
옆자리에 있던 부장 송장군의 불호령이 내려지고 있었다.
" 이놈!!! 어느 안전(案前)이라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게냐~~~ "
" 장군~~ 저놈을 단칼에 베도록 허하여 주시옵소서~~ 장군"
눈을 부라리는 부장 송장군의 수염이 동시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 어허~~~ 송장군 있어 보시게~~"
" 그래... 그대들 조선이름 말고 왜국 이름을 말해 보거라~~"
여전히 차분함을 유지한 신(臣)의 물음이 답을 끌어내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세작들은 무엇을 결심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 죽여주시옵소서 장군~~ 실은 지들은 조선 가덕도(加德島 현재 부산 가덕도) 태생으로 경진년(庚辰年1580년) 폭풍이 들이치가 왜국 대마도(쓰시마)로 들어갔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
"폭풍에 일곱은 진즉에 저세상 사람이 되았고..여기 우덜 서이만 목심줄이 길어가 이래 살아있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우덜은 우찌 됐든 살아야 됐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 흐흠.... 그래서 목숨 부지하려고 지금 세작질을 한단 말인가?"
신(臣)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 그카면 우덜은 우째야 됩니꺼?? 죽을 고비를 넘기가 도착한 왜국서 우찌 됐던 살아야 됐습니더 장군님요~~ 우덜은 폭풍만 아니었서도 어매랑 같이 살 수 있었습니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세작들의 눈에는 세월의 풍파를 생각이라도 한 듯 눈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 흐흠~~~ 흐흠... 지금 막사에 세작들만 남기고 다른 장군들은 자리를 피해 주시오!!!"
한참을 고민에 고민을 하던 좌수사 신(臣)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 예!!! 장군~~~ 분부 받들겠나이다~~~"
좌수사 신(臣)의 호위무사 건(建)을 제외하고 회의 석상에 있던 모든 조선 장수들은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한산 앞바다의 짠 해풍을 휘날리며 좌수사 신이 등장하고 있었다.
" 송장군~~~ 금일 훈련 상황이 어떠한가?"
" 예~~ 장군!!! 평소와 다름없이 진시(辰時)부터 오시(午時)까지는 학익진(鶴翼陣)을 미시(未時)부터 유시(酉時)까지는 장사진(長蛇陣)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장군~~~"
"그래~~ 한시도 빈틈을 줘서는 안 될 것이네.... 훈련이 실전과 같다는 걸 명심해야 될 것이야 송장군~~"
진(陣)을 치고 있는 한산(閑山)의 장졸(將卒)을 바라보는 신(臣)의 눈매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 예~~~ 장군!!! 분부 받들겠나이다 장군!!! "
" 모든 장졸들은 듣거라!!! 훈련에 빈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알겠는가!!!"
송장군의 우렁찬 고함소리는 각 선단의 장군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전술 대형을 갖춘 중위장( 中衛將 ) 이순 장군, 좌 부장(左部將), 중부장(中部將) 어장군 , 후부장(後部將) 우장군 , 좌척후장(左斥候將) 김장군, 우척후장 (右斥候將) 김장군 ,한후장(捍後將) 최장군, 참 퇴장(斬退將) 배장군, 경상우수사 성장군, 전라 우수사 기장군, 녹도 만호 우장군은 대장선에서 전파되는 지시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법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 장군~~~ 나장군은 어찌 명을 내려야 될는지요?"
송장군은 좌수사 신(臣)에게 방답선과 영귀선의 수장 나장군 투입시점을 문의하고 있었다.
"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학익진(鶴翼陣)을 재차 숙달시키고 그다음 나장군 투입 명이 내려질 것이다~~ "
좌수사 이장군은 한참을 대장선에 올라 학익진의 편대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학익진(鶴翼陣 )은 본래 육전(陸戰)에서 사용하던 진법(陣法)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공격하는 전술로 적을 둘러싸고 화포와 화살로 집중포화하여 적을 섬멸하는 진법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측면(側面) 이 비는 단점이 있어 육전 이외 해전(海戰)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진법 중에 하나인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이런 이런~~~ 경상 우수사인 내가 저 조무래기 보다 못한 좌수사 명을 받아야 된다니!!!!! 이 어찌~~ 흐흠~~~ 흠~~~~'
경상우수사 성장군은 같은 직급의 좌수사에게 명을 받는 것에 항상 스스로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 어디 두고 보자... 이장군.... 언젠간 내 좌수사 자네의 숨통을 끊어지게 할 것이야.... 떨어지면 오를 수 없는 지옥 불구덩이로 떨어뜨리고 말 것이야!!!! 내 반드시 꼭 그렇게 할 것이야!!!! 흐흠~~~~'
좌수사의 연전연승(連戰連勝)에 꼬투리를 잡지 못하는 우수사 성장군은 지금은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번 한산(閑山)에서는 전라 우수사 기장군도 합류가 되어 남해의 수장이 모두 연합함대를 꾸리고 있었다.
' 이기 이기 뭐꼬? 또 전~마가??? 아~도(아기) 아이고 이해가 그래 안되는기가??? 이기 우찌 경상우수사가 된기고??? 전술을 저래 몰라가 우째 우수사를... 당최 이해가 안간다 안하나... 아이고~~ 할배요~~~ 할배요~~ 아이고 무시라~~~ 기가 찰 노릇 아이가?? 으잉?'
옆 선단에서 경상 우수사 선단을 바라보는 녹도 만호 우장군의 혼잣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 좌수사 장군님이 명을 내리시면 따라야 될 끼고만 꼭 삐딱선을 타노 저게 장군이 맞나?? 으잉??"
경상우수사 성장군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원래 전술을 이해를 못 하는 것인지 좌수사의 영을 한 박자 늦게 수행하고 있었다. 학이 비상(飛上)하는 진법 학익진(鶴翼陣)의 날개가 제대로 펴쳐지지 않고 있었다.
" 우수사 장군님요??? 지금 모 하는깁니꺼? 이래가 왜넘덜 한테 당하몬 우짤라꼬 이래 하는 깁니꺼?? 연합함대가 움직이는 깁니더~~~ 그케 삐딱선을 타면 우얀단 말입니꺼??? 지발 쫌 말쫌 들으이소~~~ "
옆 선단에 조용히 도선(渡船)한 녹도 만호 우장군은 경상우수사에게 경고(?)의 일침을 날리고 있었다.
" 아이고~~~ 동생 왔는가?? 내 학 날개 끄트머리에 있어... 잘 보이질 않았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 안 그런가 우장군!!!!"
경상우수사는 평소처럼 녹도 만호와 단 둘이 있을 땐 항상 꼬리를 내리며 살랑 상랑 꼬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우수사 성장군은 항상 '어디 두고 보자'를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 어디 네놈도 두고 봐라~~~ 내 때가 오면 네놈도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줄 것이야~~ 내 이 수모를 잊지 않을 것이다... 네 이놈~~~~'
경상우수사 성장군은 속으로 이 말을 되뇌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이런 자가 남해 바다를 지키는 수장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야마모토!!! 한산(閑山)에 들어간 세작은 어찌 된 것인가? "
부장인 야마모토를 찾는 이는 왜군 수장 와카자키였다.
" 하이~~ 장군!!! 금일 세작들이 복귀했습니다 장군~~~"
오른쪽에 검은 안대를 한 부장 야마모토의 답은 짧고 강렬했다.
" 세작들을 불러들이거라~~~"
"하이!!! 장군!!"
잠시 후 한산을 정탐하고 돌아온 세작들이 와키자카의 막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 그래... 한산(閑山) 상황은 어떠한가?"
" 예~~ 장군님요 조센 장졸들은 군량미가 바닥이 나가 움직이덜 몬하고 있다 캅니더 장군님요~~~~"
세작 중 한 명인 니시무라(조선명 김갑득)가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자네... 자네도 똑같던가??"
와키자카는 의심의 눈으로 다른 세작에게 묻고 있었다.
" 예~~ 장군님요.. 조센은 지금 군량미가 완전히 바닥이 났다 합니더... 한산이 섬이다 아입니꺼??..그캐가 통영,여수 그짝 삐알 특히 호남 쪽에서 군량미를 조달받아야 된다 캅니더 장군님요~~~그래가 그때만 지둘린다 캅니더 장군님요~~~~ "
답을 하는 이는 또 다른 세작 다카키( 조선명 이만성)였다.
" 그래?? 그럼 자네가 본 것은 무엇인가? "
마지막 세작에게 와키자카는 묻고 있었다.
" 예~ 장군님요... 이짝 니시무라, 다카키가 이바구(말) 한 게 사실이다 아입니꺼... 군량미가 오기 전까정은 우찌 됐든 매복에만 전념하고 있다 캅니더 장군님요~~~ 필시 섬과 섬사이는 진짜로 피하셔야 된다 아입니꺼 우덜은 넓찍한데로 가야 된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세작 중에 수장인 가와사키 (조선명 정복만)의 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 그렇단 말이냐?? 흐흠~~~ 자네들 식구들은 아직 가덕(加德)에 있음이지? "
헛튼 소리를 하면 가덕에 있는 식솔들을 무참히 도륙 낸다는 것을 와키자카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었다.
" 하모예!!! 우덜이 이래 사는 것도 태합전하( 풍신수길 豐臣秀吉)의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 때문 아닙니꺼??~~ 우야둔동 최선을 다하겠습니더 장군님요~~~"
" 그래??? 흠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 알았다 알겠느니라~~~ 하하하하하~~~"
이제야 왜군 수장 와키자카는 세작들의 보고를 귀 담아 듣고 있었다.
" 야마모토!!! 금일이 칠월 칠석이라지?~~~ 전군 출정 대기 명령을 내리거라!!!! 명일 한산(閑散 )으로 갈 것이다 알겠는가????"
"하이!!! 장군!!!~~"
" 전군!!!! 출정 대기한다!!!! 모든 장졸은 명일(明日) 한산(閑散)으로 출정한다!!! "
외눈박이 부장 야마모토의 출정 대기 명령은 온 진중(陣中)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흠하하하하하~~~ 조센!!! 조센!!! 이신(臣)!!!! 이신(臣)!!! 이 놈~~~ 내일이 네 제삿날이 될 것이야!!! 하하하하하~~~~"
와키자카의 웃음소리가 한산 앞바다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