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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May 05. 2024

신(臣)의 등장

신(臣)의 등장 ( 기나긴 겨울) 

2. 신()의 등장 ( 기나긴 겨울 )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머니 변 씨는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는 신()을 기다리며 먼 동구 밖에 나와 붉은빛이 검은빛으로 바뀌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 올 때가 됐는데 왜 이리 모습을 보이지 안 누....” 

변 씨는 걱정 어린 혼잣말을 돼 내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돌아와도 한참 전에 들어와 있어야 될 일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출타가 잦았던 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어두워지는 어둠 앞에선 어머니의 마음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 멀리 기울어지는 서산마루 쪽에서 절뚝이며 걸어오는 이가 보였다. 

멀리서 봐서는 누군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오는 모양새가 신()과도 닮은 듯했다 그러나 평소에 보던 신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것 같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절뚝거리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는 한 사내는 다름 아닌 변 씨의 셋째 아들인 신이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게냐?”

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들에게 다가가 부축을 하며 근심 어린 얼굴로 신을 바라보았다.     

“별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냥  발목을 접 질렀어요 괜찮아요 어머니”

신은 별거 아니라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누가 봐도 상태가 보통이 아님을 어머니 변씨는 알 수 있었다..    

“그러게 요즘 무리 한다 했더니 결국은 이렇게 되지 않느냐..... 지난번처럼 시험 못 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변 씨는 아들을 걱정하며 얼마 남지 않은 무과시험도 같이 걱정하고 있었다.

     

신은 이전 훈련원병과에 응시했으나 말에서 낙상하여 시험에 떨어졌던 터라 어머니 마음은 아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나이 벌써 서른을 훌쩍 넘겼음에도 어린아이 대하듯 바라보았다.      

“이번 식년시(式年試)는 무탈해야 되지 않겠느냐?”     

신은 벌써 십여 년 전 이 지역 부호인 “방진”의 무남독녀인 “수진”낭자와 백련해로를 맺은 후 데릴사위로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어머님이 계신 본가에 며칠 묵으며 무과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문과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장인어른의 영향을 받아 무과로 방향을 튼 지도 어언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신의 마음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이룬 것은 첫째 회와 둘째 울을 두고 있었으며 셋째는 아내 방 씨의 복중에 임신 상태로 있었다. 신의 마음은 하루라도 빨리 식년 무과 통과를 바라는 여는 일반 양반가 자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처가의 장인 방진은 그런 신의 마음을 알았는지.. 신에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 것을 항상 전하였다.


“이 서방 너무 조급하게 마음 가질 것 없네, 본래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하지 않는가...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초조해하지도 마시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은 “예 잘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하며 겉으로는 유연하게 행동을 했지만  신 본인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뉘엿뉘엿 해가 떨어지는 서산마루를 등지며 집으로 향하는 신과 어머니 변 씨는 

이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수묵화와 같아 보였다. 신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순간이 마치 신의 암울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생각이 되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신은 죄송하다는 말 밖에 어머니 변 씨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오늘 다리를 접질린 것도 그렇고 계속 처가살이를 하며 과거에 번번이 떨어지는 본인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마음이 입으로 나오게 되었다.     

듣고 있던 어머니 변 씨는 잠시 걸음을 멈추며 신에게 말하였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고 모든 만물은 다 때가 있듯이.. 지금 너의 이런 시련은 하늘에서 다 뜻이 있어 너에게 이런 경험을 주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고 물 흐르듯 받아들여 보아라... 신아” 

어머니의 말씀을 새긴 신은 참을 수 없는 미안함이 가슴을 통과해 머리끝 정수리까지 퍼지고 있었다. 


 저 멀리 신의 본가 앞에  종인 경(京)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경(京)은 신의 처가살이 시작인 스무 살 초부터 신을 모신 관노(官奴) 중의 한 명이었다. 장인인 방진 집안의 관노였지만  신의 수족이 되어 모시게 되었다. 신은 일반 양반가의 하인 부리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 조선의 신분제와는 조금 차원이 다른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 할 것이었다.

“경아 집안에 일이 많을 것인데.. 뭐 하러 여기까지 나와 있는 게냐... 어서 들어가시게...” 신은 엷은 웃음을 보이며 경에게 말을 건넸다..     

“아이구..나으리 어째 다리를 절룩거리십니까?  나으리” 하며 신의 절룩거리는 다리를 보며 불이 나게 다가와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아이구 이 일을 워쩐대유 나으리... 그러게 제가 같이 간다고 할 때 그냥 냅두시지 워쩐대유”

경(京)은 자기 몸이 상처를 입은 양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경(京)은 나이로 치면 신보다는 몇 살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오며 신같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본인을 대해주는 이를 볼 수가 없었던지라 더더욱 신을 잘 보필할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뒤편 방화산(芳華山)의 어두운 잔상을 배경 삼아  싸리나무 사립문을 지나 집으로 들어서는 신 일행은 쓸쓸한 겨울밤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나으리... 이쪽으로 좀 기대 보셔유..” 하며 경(京)은 방으로 들어간 신을 격자문짝 옆의 오동연상 옆 벽에 몸을 기대게 한 후 연신 접질린 부위를 뜨거운 광목으로 찜찔을 하고 있었다.

준비한 광목천은 여러 겹 둘둘 말아져 서 너 개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허 괜찮다 해도 그러네....”하며 신은 못 이기는 척 황토벽에 등을 의지하며 다리를 펴기 시작했다. 

괜찮다 말은 했지만 왼쪽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거동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서서히 눈을 감고 어머니 변 씨와 경(京)의 간호가 싫지는 않게 느껴졌다.      

처가에 있었으면 아내인 방 씨와 장인어른께 미안함을 끼쳤을 것이지만 신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처가에서 잘 대해주고 물심양면으로 편하게 할 것을 계속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처가는 처가였다.. 가세는 기울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본가의 편안함과 알 수 없는 푸근함은 신의 눈꺼풀을  감기게 하였다.

              

 “신아~ 신아~~”어머니 변 씨는 아침이 밝아도 기척이 없는 신을 향해 한옥 격자문짝을 통해 아들을 부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아들 상황이 어머니 변 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괜찮은 게냐? 신아?” 어머니 변 씨는 미닫이 격자문을 열어 보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있어야 할 신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신을 찾고 있을 때 뒤뜰에서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닥타닥" 소리가 뒤뜰에 울려 퍼졌다.

어머니 변 씨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뜰에 모습을 보인 이는 

신이었다. 어제 발목을 다쳐 하지 못한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과 시험에는 

목전(木箭), 편전(片箭), 철전(鐵箭)등 활쏘기 과목이 있었던 지라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시험 과목을 새벽 동이 트면서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 몸도 성치 않은데 어찌 그렇게 하고 있누..... 어서 방으로 들어가려무나..” 

어머니 변 씨는 아들 신의 몸이 성치 않음을 상기시키며 재차 들어갈 것을 말했다...     

“어머니 괜찮습니다. 이 정도로 쉰다고 하면 앞으로 있을 무과 홍패 (과거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는 합격증: 붉은 글씨로 쓰여 있어 홍패라 불린다)를 어찌 받겠는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신은 걱정에 찬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목전(木箭)은 나무로 만든 화살로 240보의 거리에서 3발씩 후(목표물)를 맞추는 종목이었고 

편전(片箭)은  속칭 애기살이라 하여 길이가 짧은 화살을 사용하여  통이라 부르는 대롱살에 화살을 넣고 쏘는 것으로. 일인당 3발을 쏘되 180보의 거리에서 중후를 쏘는  적중률과 관통률이 우수하여 전쟁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화살이었다... 이런 목전과 편전을 연습하기 위해 뒤뜰에 있는 소나무를 과녁으로 정하고 큰 판자를 소나무에 걸어두고 새벽부터  신은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어제는 왼발이 접 질러져 퉁퉁 부은 상태였고 오늘은 얼마나 활시위를 당겼는지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뻐근함이 신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어머니, 처가의 장인어른, 아내, 아이들, 신을 따르는 경(京,) 금(金)을 비롯한 그동안 신세를 진 모든 이들에 대한 보답이 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며 활시위를 당기고 또 당기며 순간의 고통을 이겨 내고 있었다.    

낮에는 무예를 통해 신체를 단련하며 반복된 연습이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었고, 밤에는 무경칠서(  육도, 삼략, 손자, 오자, 울료자, 사마법, 이 위 공문대)와 같은 병법 책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반복적이 생활이 지속되었다. 신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을 가지고 최선의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제일 큰 것은 더 이상 처가의 도움과 신세를 질 수는 없다는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꼭” 이란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일각의 시간도 아끼며 과거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정 너의 뜻이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구나...” 하시며 어머니 변 씨는 조반(朝飯)을 차리러 정지(부엌)로 몸을 옮겼다.   정지로 자리를 옮긴 어머니 변 씨는 오랜만에 신에게 보양이 될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정지엔 나물과 같은 푸성귀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기력을 보충할 육(肉) 고기나 생선 한 마리 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정지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을 때 

멀리서 신의 하인인 경(京)과 금(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님~~~!! 마님~~!!, 이것 좀 보셔유..... ” 하며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일제히 어머니 변 씨를 향해  이쪽을 보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며 변 씨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경(京)의 한 손에는 큰 깃털을 자랑하는 수꿩인 장끼가 들려 있었고 금(金)의 오른손에는 칡으로 감아 놓은 토끼가 한 마리 매 달려 있었다.... 

“마님 이걸 루 우리 나으리 몸 보양 좀 시켜 드리시지유.... 아침에 이놈들이 저그 방화산 좀 올라갔다 왔구먼유....” 하며 멋 적은 듯 손을 뒤로 하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원래는유 암꿩인 까투리두 같이 잡었는디유 그놈이 새끼를 밴 거 같더라구유....그래서 까투리는 살려 줬구먼유...마님...“      

“어이구 어째 이렇게 까지 다 했누... 내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줘 힘도 없었을 건데... 여하튼 고맙네들... 

그리고 암꿩은 잘 살려 주었네... 말 못 하는 즘생 들도 다 사람이랑 똑같은 것이네... 새끼를 위하는 것은 사람도, 동물도 다 똑같은 것이니....”      

“시장들 할 것이니 조금 기다리게 얼른 조반상 마련 할 테니...” 어머니 변 씨의 따스하고 인자한 음성에 경과 금은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구먼유...어찌 지들이 언간생심(焉敢生心) 조반상을 같이 할 수 있간디유.. 지들은 뒤에 먹어도 괜찮구먼유 신경 쓰시지 마셔유 마님..”

경(京 )과 금(金)은 아니라며 서로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본인들이 당치도 않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미안 해 하고 있었다. 

사실 경(京 )과 금(金)은 미천한 관노의 신분이었지만 신이 밤에 글공부를 할 때 매일 수족과 같이 따라다니던 사람들이라 신은 이름자 정도는 쓸 수 있게 나름 경과 금에게 기본적인 언문과 한자를 가르쳐주었다. 이에 대해 특히 경은 글자를 알아 가는 즐거움을 신에게 이야기하며 감사의 뜻을 표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처럼 신과 하인들의 관계는 서로 보호하는 한 식구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경(京)과 금(金)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신분은 상전을 모셔야 되는 운명임을 알았으므로 더 이상의 요구나 불만은 가질 수가 없었다. 그저 상전인 신과 윗분들이 잘 대해주면 그저 송구스럽게 고맙게만 여길 뿐이었다...     

“정 자네들이 불편하다면... 겸상은 하지 말고 상을 따로 봐줄 테니 조반은 같은 때 하게들..” 하시며 경(京)과 금(金)에게 변 씨는 부담되지 않는 감사를 그들에게 알렸다.

“고맙구 감사하구먼유 마님~~~”

경(京)과 금(金)은 한 번 더 목숨을 바쳐 상전을 모실 것을 스스로 약속하고 있었다.     




신의 아버지인 이정(貞)은 병조참의를 지낸 증조부  이거(李琚)와 할아버지 대 음서로 말단 관직에 올랐던 이백록(百祿)을 끝으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고 당시로서는 부촌이었던 한양의 건천동( 현재의 중구 인현동 ) 자리에서 더 이상은 여러 가지의 상황으로 인해 (이 백록은 조광조의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아내 변 씨의 친정으로 내려와야 되었다. 당시 한양의 건천동 자리는 당대의 고관대작들이 즐비하던 곳으로 더 이상은 사회적 , 경제적으로 버틸 수가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아버지인 이정은 아내 변 씨의 친정이 있는 아산으로 내려온 이후 나름의 이유를 들어 집을 비우고  멀리 산사와 각 고을의 유생들이 머무는 곳을 유람하며 만시지탄(晩時之歎)인 것처럼 때 늦은 후회를 하며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었다.... 신이 방문 한 지금도 아버지 이정은 여러 날 출타 중이라 신은 아버지를 뵐 수도 없었다. 신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나름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친의 낙향 아닌 낙향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처가에 얹혀사는 일은 없었을 것을... 하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은 겉으로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평과 불만을 그저 속으로 삭일 뿐이었다.   


  신은 다른 무과 시험 과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말에서 낙상을 한 후 기사(騎士)의 경우 나름의 정신 장애(트라우마)를 가질 정도로  제일 신경이 쓰이는 과목이었다.

기사(騎士)는 말을 달리며 단궁(短弓)과 같이 가장 짧은 활을 사용하여 적과 적사이의 거리를 30보로 계산하여 목표물을 맞히는 무과 시험 중에서도 제일 난도가 있는 시험임에 틀림이 없었다. 활을 다루는 솜씨도 중요하지만 물시계를 이용한 말의 속도도 채점 기준에 포함이 되어.. 얼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적을 제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야말로 이 과제만 잘 준비를 한 다면 식년무과의 홍패를 받는 일이 그만큼 쉬어 지므로 신은 다른 과목보다 더 비중을 두어 연마에 연마를 거듭하였다.     

신의 활쏘기와 말 다루는 솜씨는 지난 훈련원 병과 시험 이후로 부족함을 보완 한 터라 나름의 자신감은 있었으나 워낙 말들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금(金)아!!!! 어디 있는 게냐?” 신은 금이를 찾고 있었다.

“예... 나으리.. 지금 가고 있구먼유..”하며 멀리서 푸른빛을 띠고 있는 청마(靑馬)를 끌고 오는 것이었다. 

장인인 방진은 지난 무과시험에 낙상으로 인해 좌절의 쓴맛을 본 사위 신을 위해 앞으로 2~3년 뒤엔 백마가 된다 하는 털색이 푸른빛을 띠고 있는 청마를 한필 구해와 사위의 시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신은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일 일이었다.     

“금아 천천히 오너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신은 급하게 서두르는 금을 향해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금(金)은 차분한 경(京)과는 달라서 성격도 급하고 힘도 근방에선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장사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겉으로 보이는 이목구비와는 달리 속마음은 순한 양 과도 같았다. 

“나으리...괜찮구먼유... 청마한테 건초를 더 주다 보니 시간이 이래 됐는지 몰랐구먼유 송구하구먼유 나으리...” 금은 육중한 몸을 연신 숙이며 신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있었다..     

괜찮다 해도 그러네... 그게 어찌 자네를 탓할 일인가.... 말먹이를 더 주려 한건 칭찬받을 일이 아니겠나... 어서 이쪽으로 오너라...

신은 그동안 말먹이를 준다고 고생한 금이에게 이제 좀 쉬며  대기하며 휴식을 취할 것을 전했다.     

“알겠구먼유 나으리..... ” 하며 다 떨어진 낙엽잎을 주워 이불 마냥 추운 기운을 피하게끔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금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훈련 중에 잠시 쉬는 시간을 생각해 신의 자리까지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드디어 등에 짧은 화살을 전통(箭筒 )에 꽂고  청마를 탄 신이 등장 했다.  본격적인 기사(騎士)를 할 요량이라.... 구경하는 금의 눈빛 또한 빛나고 있었다...     

“이이랴~~” 함성 소리와 함께.. 청마는 순식간에 과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신은 이때다 싶어 단궁을 꺼내 목표물을  조준한 후 “휘~” 소리와 함께 활시위를 당겼다..

짧은 화살촉은 순식간에 목표물 가장자리 과녁에 명중이 되었다...     

“와~~ 나으리 기가 막히 구먼유~~ 역시 우리 나리는 못 하시는 게 없구먼유.” 하며 금은 자기가 과녁을 맞힌 것 마냥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청마를 움직여 연습의 연습을 반복한 후.. 금이 있는 곳으로 신은 다가왔다.

“어이구 나으리...이쪽으로 오시구먼유,,,, 이쪽에서 좀 쉬시구 하셔유...” 하며 금의 온기로 데워놓은 낙엽자리를 신에게 앉을 것을 청하며 낙엽 묻은 삼베옷을 툴툴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괜찮다 금아.. 잠깐 숨만 고르면 된다.. 너무 소란 피울 것 없다 해도 그러는구나...” 하며 잠깐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금은 “나으리 그럼 이거라두...”하며 호롱박 통에 담긴 시원한 물을 신에게 건네었다...     

“고맙다.. 금아.. 나보다 더 고생한 청마에게도 물을 좀 주려무나....” 하며 신은 금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본인보다 더 고생한 청마에게도 시원한 물을 줄 것을 이야기했다.

“그럼유 나으리... 지가 청마 몫은 따로 준비를 했구먼유 걱정하지 마셔유....” 하며... 느티나무 뒤에 큰 박을 반으로 잘라 놓은 표주박에 가득 담긴 물을 청마에게도 건네어 주었다.

“물 맛이 꿀맛이구나.. 금아.... 금이를 봐서라도 이번엔 홍패를 받아야 될 텐데......” 하며 신은 모두에게 미안함, 부담 아닌 부담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신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휴식을 마친 청마에 올라타며 

“ 이이랴~~~ ” 하며 눈에는 기필코 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목표물을 바라보며 돌진하고 있었다.

청마도 신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히히 잉 푸드덕” 소리를 내며 푸른 깃털을 휘날리며 적진을 향하듯 광속과 같이 나아갔다~~~      

“이번에는 기필코 꼭~~~~” 이란 말을 되새기며 신은 오늘도 청마와 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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