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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May 12. 2024

홍패, 비상(飛上)의 시작

3. 홍패 비상의 시작

3. 홍패 비상의 시작

식년시 합격사진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1576년 (선조 9년) 2월

서서히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신은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4년이란 세월 동안 오직 이 순간 식년 무과 시험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이 날 만을 기다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양까지 거리는 팔백리로 닷새는 묵어야 되는 길이라 먼저 처가의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본가에 들를 예정이었다.  

   

“장인어른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가르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며 장인어른인 방진의 처소에서 큰절을 올리며 인사를 드렸다.     


“그래 이 서방.. 자네가 수년간 얼만큼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준비한 것만 떨지 말고 하고 오면 될 일이네...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하던 만큼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니...”하며 신을 위로하며 그동안 고생하며 준비한 사위를 자랑스러워하며 덕담을 건네었다.


방진의 무남독녀인 신의 처  방 씨는 아들인 회, 울과 얼마 전 갓 태어난 면과 함께 신의 과거길 배웅에 나섰다.


“서방님.. 이거 받으셔요...”

방 씨는 장옷 속에 숨겨두었던 고운 손수건을 신에게 건네었다.


손수건에는 "연리지 비익조(連理枝 比翼鳥)")란 예쁜 자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서방님 제 마음입니다. 언제든지 한 몸이라 생각하시고 건강하고 무탈하게 다녀오십시오..”



방 씨는 먼 길 떠나는 신을 향해 부부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었다.     






신은 모두를 뒤로 하고 경(京), 금(金)과 함께 아산의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며 길을 나섰다.

닷새는 족히 걸리는 한양을 향해 신은 경과 금의 호의 아닌 호의를 받으며 길을 나섰다.

     

족히 삼십 리는 넘게 걸음을 옮긴  금과 경 그리고 신은 염치를 지나 음봉, 둔포에 다 달았다

충청도의 산세는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의 산세보다는  높이가 낮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지를 가도 삼십 리를 걷다 보면 팔, 다리, 온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었다...     


“경아! 금아! 오늘은 예서 묵고 가세나..."

신은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을 하여 하인들도 피곤이 앞설 것을 염려하여 일찍이 주막(酒幕)에 들르기로 하였다..     

“예.. 도련님~” 하며 경은 쏜살 같이 신의 곁으로 다가가며 산마루에 서서 위아래로 왼손을 올려 햇빛을 가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도련님... 저 짝 어라산 밑에  "산정 주막"이 있을 거구만유... 저 짝으로 모시지유...


지난번  대감마님 심부름으로 평택 정 대감님 댁에 들릴 때 제가 봐둔 주막 이구먼유...


오늘은 그쪽에서 주무시고 내일 일찍 또 채비를 하시지유..도련님...  "   


“그래 그게 좋겠구나 내일은 서둘러서 가야 되니.. 그렇게 하자꾸나”


신은 경에게 이야기를 전하며 금에게도 그렇게 하자는 눈 짖을 보냈다...      


“ 예..알것구먼유 되련님‘ 하며 금은 경과 함께 어둑해지는 어린 재 산길에 길을 내며 가게 되었다.


땅거미 짙어지는 어라산을 뒤로하며 어렴풋이 장대위에 “酒”자가 적힌 흰 깃발과 용수(맑은술 거르는 대나무 통)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막 용수


“되련님 저짝에 주막이 보이는 구먼유...” 금이는 목마른 사슴이 우물 찾 듯 반갑게 신에게 전하였다..


“그래 오늘은 저기서 하룻밤 신세를 지자꾸나...” 신도 하루 종일 걸었던 탓인지 금이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도련님...지가유 얼른 먼저 가서 장국밥 먼저 시켜 놓것구먼유” 하며 경이도 신바람 난 아이처럼 신에게 고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어허 웬 호들갑은....”이라 하면서도 신의 얼굴엔 엷은 웃음이 흘렀다     


‘주모!!!! 주모!!!! “ 경의 목소리는 큼지막을 넘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이고.... 목구멍에 대포라도 달아 놓은 게요? 목소리가 왜 이리 크대요.....”하며 사오십쯤 되 보이는 주모는 반갑게 어서 오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어허 이런 목소리 처음 들어 보는가? 무명 바지 입는 사내놈 중에 이런 소리 안내는 남정네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랴... 아니 그런가 금이~~ "     


“암만 맞구 말구지... 안 그런감유 되련님” 하며 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허...... 여긴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 조심히 조용히 머물다 가세나” 신의 인품은 역시나 금이나 경과는 여러모로 다름이 있었다..     


“예.. 알 것 구먼유 되련님” “ 예..도련님” 금과 경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막 안으로 들어갔다.     


“어째 장국밥에 탁주 한 사발 같이 올리까유??” 

서글서글하면서도 푸근함이 묻어나는 주모의 상술은 어리숙 한 것 같지만 탁주를 아니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시장기와 갈증의 내막을 간파라도 한 듯 신(臣) 무리를 아니 마실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되련님 어째 같이 할까유??” 하며 금이는 신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어허.. 이 친구가?... 어찌 울 도련님이 탁주를 벌컥거린다고 하는겨?? 청주나 방문주(方文酒 ) 면 몰라도 하며 경은 금을 타박하고 있었다.

     

“어허 별 일도 아닌 일로 유난 피울 것 없다 경이와 금이는 탁주 한 사발씩 같이 하고 나는 국밥 하나면 족하네... 그리 알게나.." 하며 신은 간단히 정리를 하였다.  

    

“예 알 것 구먼유... 조금만 기다리서유.. 금세 차려 올리 것이구먼유~~” 주모는 반은 성공한 듯 광목천으로 앞치마를 두른 치맛자락을 콧등에 올리면서 바로 올릴 것을 말하며 정지(부엌)로 몸을 옳겼다.      





잠시 후 양지머리로 국물을 우려내고 간장으로 밑간을 한 장국밥 위에 약간의 쌀과 조가 섞인 밥에 수북한 양지머리 살이 올려져 있는 국밥이 신 일행에게 전해졌다.


“어서들 들게나...”하며 신은 겸상을 할 것을 경과 금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니구먼유...도련님”“아니구먼유 되련님 지 들은 되련님 드시는 것 보구 먹어도 뒤는 구먼유“ 하며 금과 경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 그럼 큰일 난다는 얼굴표정을 지었다.

    

“어허 괜찮다 해도 그러네.. 그래 그럼 너희들이 편할 대로 하거라.." 하며 신은 콩 땜한 장판에서 미끄러지듯 방구들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대신 같이 겸상이 불편하면 밥은 같은 시간에 먹도록 하세나 너희들도 같이 발품을 팔았으니 똑같이 시장할 테니... 어서 그리하시게~~ "  

“예. 잘 알겠구먼유..도련님... 그럼 지들은 따로 상 가져와서 호롱불 밑에서 요기하도록 하겠구먼유 되련님....고맙구먼유 도련님.". 금과 경은 신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지만 배꼽 밑에서 들리는 시장함의 소리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먹것구먼유...





나으리!! 우째 더 필요하신 게 없을까유!!! ”하며 넌지시 신 일행이 머무는 방문 밖에서 주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정주막”의 주모 “애둘내”는 생김새는 그야말로 평범한 아줌시들과 같았지만 스물다섯 나이에도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을 맞은 그야말로 한 많은 여자였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주모를 애둘내라 부르는 것이 이름처럼 애둘내가 되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주막일을 했던 터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술은 늘었고 게다가 농익은 색기는 차츰 주모를 색 있는 능구렁이로 만들어 놓았다.

 

경(敬)은 삐거덕 소리를 내며 문고리를 열어젖히며


“주모!!! 아적 일각(15분)도 안 지났는데 왜 그런대유??. 우리 도련님은 진지를 이각(30분)은 넘기시는 분인디 워째 이래 보챈대유?? 에~?? ”  하며 주모를 보며 입안에 밥알이 튀어나오도록 타박을 주었다...     


“ 아이구 지가 거까지는 생각을 못했구먼유!! 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구유 ” 하며 경(敬)에게 한쪽 눈고리를 깔며 묘한 웃음을 띠었다...


경은 “뭐 저런 주모가 다 있는겨?” 하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렇게 신 일행은 뜨끈한 장국밥으로 첫날 피곤함을 달래며 

아직 겨울의 서늘함이 가시지 않는 웃풍 있는 주막 한편에 정리를 하고 누우려 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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