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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수박

봐줌과 안 봐줌의 경계

황금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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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년 하고도 5년이 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즐기며 웃을 수 있지 싶어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 내 봅니다.

저는 감자로 유명한 강원도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작은 면소재지에서 국민학교(초등학교) , 중학교를 졸업 한 뒤 크지는 않지만 시내로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

때는 1989년 7월 15일 토요일 오후

아침에 비가 내려 길은 축축했지만 공기는 최상이었다. 시내에서 하숙을 하던 나는 기말고사가 끝난 토요일 시골 친구들과 휴일을 보내기 위해 집에 모처럼 들르게 되었다. 월요일 제헌절이 낀 연휴는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시골 동창들과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족 같은 식구나 다름없었다. 시골 학교의 특성상 친구들은 면 구석구석 리 별로 골고루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그날은 우리 면이 시작되는 양안치를 시작해서 골고루 친구들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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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상봉의 여정은 이러했다

양안치에선 봉호, 진석이를 중학교가 있는 면 소재지에선 부모님이 떡 방앗간을 하고 있는 관수와 합류했고 이어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용암리로 출발을 했다. 용암리엔 태하, 정욱이, 영희가 있었다....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내 기억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마도 순구나 영득이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친구들이 가져간 교통수단은 CITY 100이라는 당시엔 이름 있는 유명회사의 오토바이와 영희네 집 경운기가 전부였다. 오토바이는 나름 준수한 상태였지만 영희네 경운기는 1단만 가능한 거북이 경운기였다.

시간은 오후 6시를 지나고 있었지만 7월 중순의 저녁은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환하기 그지없었다.. 우린 모두 근처 더그니강으로 출발을 했다.

원 지명은 마을이 덕은리라 덕은리 강이 맞겠지만

옛날부터 편하게 더그니 더그니 해서 더그니 강으로 부르게 되었다. 더그니 강은 우리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아니었다. 다리 하나를 사이로 강원도와 충청도를 나누는 경계 지점이 바로 충청도의 덕은리였다. 엄밀히 따지면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원정을 간 셈이었다.

초여름 저녁바람은 상쾌 그 차체였다 안 그래도 아무런 오염 없는 시골에 아침에 비가 와서 그런지 더더욱 상큼한 바람의 향기가 느껴졌다.

더그니 강에 도착한 친구들은 물수제비를 뜨며 돌 던지기에 한참이었다...

“잘 봐봐 스무 방은 더 떠졌지?” “나보다 더 뜨면 내가 오늘 맛있는 것 줄게”... 뭔지 모를 관수의 경품 제시에 친구들은 모두 평평하고 납작한 돌을 찾기 시작했다.

물수제비엔 연장이 좋아야 더 많이 더 멀리 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도부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진석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매끈하고 잘 연마된 돌을 한방에 던졌다. 안 그래도 힘이 장사인데 매끈매끈한 조약돌은 진석일 순식간에 영웅으로 만들었다. 서른 방 이상은 족히 넘을 듯 한 물수제비는 친구 모두의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어째? 이 정도면 정해진 것 같은데?”하며 진석인 관수를 향해 이제 경품을 내놓을 것을 눈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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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얘가 보채기는... 좀 만 있어봐 날이 좀 어두워야 돼....”관수는 이 말을 하며 입가엔 장난기 어린 웃음이 가득했다..

장난기라면 관수는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남극, 북극... 오대양 육대주를 통틀어 세계챔피언 감이었다. 어느 누구도 관수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관수의 입에서 오늘 있을 거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오다 봤거든? 옛날에 하던 거 한 번 해보자!!”

친구들 모두는 무슨 말이 나올지 관수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 수박 밭이 보이던데?”

그제야 친구들 모두는 서리의 추억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어마 무시한 무서움을 뒤로한 채.......

시골 사는 친구들 모두는 공감할 일이지만 시골서 서리 한번 안 한 친구는 아마 없을 듯싶다.

그날도 국민학교(초등학교), 중학교 때를 떠올리며 친구들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친구들은 어둠을 타고 수박 밭 탐사가 시작되었다

개중에 흰 옷을 입은 영희가 좀 걸리기는 했지만....

나름 친구들은 어마무시하게 큰 수박과 옆에 있는 참외를 몇 개 따서 경운기에 싫어 놓고 증거인멸을 위해 재빨리 CT100 오토바이를 이용해 진석이, 나 그리고 태하는 곧바로 근처 태하네 집으로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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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토바이 시티 100조는.. 경운기로 움직이는 다섯 명의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워도 큼직한 크기의 수박을 손으로 깨서 먹을 생각을 하니 침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흐를 때마다 기대감은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 “야 태하야!! 지금쯤이면 와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불길한 마음에 집주인인 태하에게 물어보았다....

“어 아무리 느려도 지금은 도착이 돼야 되는데... 이거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답을 하는 태하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이라 하지만 애들은 애들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불안과 공포는 세 명 모두에게 동시에 다가왔다.

“일단 가보자...” 진석이 , 나 , 태하는 오토바이를 끌고 다시 범행(?) 현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더그니 강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심장은 벌렁벌렁 거렸고 친구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멀리 수박 밭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오금이 저리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사달이 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오토바이를 길가에 세워두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고 있는 곳으로 갔을 때의 광경은 기억하기도 싫은 한 장면이었다....

신작로가에 줄지어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다섯 친구들 사이에 후발로 합류한 우리 또한 손을 들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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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밭주인아저씨는 경찰서에 넘기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한 방은 맞은 듯한 봉호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관수 아버님께서 급파되어 사건을 수습하고 계셨다.

우린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죄인처럼 (아니 죄인이었다) 어른들의 협상하는 소리만 듣고 있어야만 했다. 결론은 각자 4만 원씩 8명이 32만 원을 내기로 합의를 하고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4만 원이면 하숙비의 절반이었다.

영희는 엄마한테 전화로 “ 엄마 내일 밥 하지 마!!!” "왜!" . " 나 콩밥 먹으러가!!!"

고개 숙여 자숙 중이던 친구들 모두는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분간이 가질 않았고.

정욱이 아버님은 이 자식들 다 감옥 보내야 된다 하시며 완고한 입장을 보이셨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한 순간순간이지 싶다.

용암리 사는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다른 동네 친구들은 태하네 집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관수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느들 다 이리 와봐!!!!”

순간 친구들 모두는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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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2만 원짜리 맛을 봐야 될 거 아니여!!!”

관수 아버님께서 잘라 놓은 수박 조각들은 하나씩 친구들 손으로 전달이 됐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말씀이 있었다.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 똥을 싸는 거여..담부턴 하더라도 강원도서 해... 알았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아버지의 목소리 시골에 계신 친구 아버님은 모두 우리의 아버지셨다 그 목소리.. 지금은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

35년이 지난 지금 돌아갈 수 없는 추억...

그때의 아버지 보다 나이가 더 먹은 지금

보고 싶습니다 아부지!!!... 듣고 싶습니다 아부지...아부지!!!

꽃 피는 봄이 오면 아부지 산소들을 찾아뵈야겠다.

좀 똑바로 살어라 이놈들아!!!” 꾸짖어 주길 바라며.......................


부르면 눈물부터 맺히는 아부지....꽃 피는 봄이 오면 찾아뵙겠습니다....

울 아버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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