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가...
'흠....... 이제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는구나...’
비장한 각오로 부산포에 다다른 박 첨사 박정은 포구에 정착한 모든 배들이 수장이 됐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 모두 듣거라!!! 모든 장정은 부산진성 안으로 집결할 것이니... 아직 남아 있는 배와 모든 집은 소각할 것을 명하라~~~ 지체하면 안 될 것이야!!! ” 첨사 박장군의 결기에 찬 령에 내려졌다.
“ 예~~ 장군!!! 분부 받들겠나이다... 장군!!!”
지시를 내린 첨사 박정 일행은 부산진성으로 복귀하였다.
“ 향(香) 아!!! 두석린갑 (豆錫鱗甲冑)을 대령하거라~~~”
첨사 박정은 그의 애첩 향을 향해 평상시 전투 지휘에 입었던 흑색 갑옷을 준비하라 일렀다.
그의 부친에게 물려받은 흑색 두석린갑은(갑옷) 3대에 걸쳐 내려오던 가문의 보물이었다.
“ 장군~~ 여기 대령 했사옵나이다~~”
두석린갑을 전하는 향(香)은 관기 출신이었지만 그동안 극진히 도 첨사 박정을 음으로 양으로 보좌하던 인물이었다..
“ 그래~~ 갑옷을 북(北)으로 모시거라~~”
오늘이 마지막임을 아는 것처럼 첨사 박정은 나라님과 부모님이 계시는 한성(양) 땅이 있는 북쪽을 향해 갑옷을 올린 후 향을 피우고 제(祭)를 올리며 북쪽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의 모습은 비장함을 넘어 마지막 하직 인사와 같아 보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애첩인 향(香)과 그의 심복 출(出)은 그런 첨사 박정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 나으리~~~ 나으리~~~ ” 심복 출의 울음은 그동안 모셔온 주인에 다한 안타까움과 애증의 흐느낌이었다.
제를 마친 첨사 박정은 흑색의 갑옷으로 환복(換服)하고 부산진성 망루에 자리를 하였다.
“ 모든 부산포 진성 장졸과 백성들이여!!!! 그대들은 오늘 무도한 왜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조선 땅에 아무런 통지(通知)도 없이 들어오는 잔악무도한 왜군들을 산목숨으로 반겨서는 안 될 것이니!!!!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이 부산진성을 지킬 것이다!!! 알겠는가???? ”
“ 예~~~ 장군!!!! 예~~~ 장군!!! 와와와와와~~~”
뜨거운 함성 소리는 진성 안의 모든 백성의 아우성이었다.
곡꽹이, 낫, 심지어 부뚜막 부지깽이를 잡은 치마를 두른 시골 아낙들...
일제히 첨사 박정과 뜻을 같이 하며 죽을 각오의 출사표를 같이 던지고 있었다.
“ 장군!!! 지도 장군과 같이 하겠습니더 장군~~~ ”
첨사 박정에게 항전의 뜻을 전달하는 이는 최장군 호색이었다.
“ 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기라예~~ 안 그렇습니꺼 장군!!!! ”
절영도에서 진성으로 박 첨사와 함께 복귀한 호색은
그동안 전라도 태안 파견 복귀 후 기장 현령으로 임관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진성에서의 보직은 없었다.
“ 최장군!!! 잘 들으시게.... 장군은 기장 현령으로 내정된 몸이지만 전장의 상황이 급박하니... 지금 최 장군이 할 일이 따로 있소....”
“ 예~~ 장군!!! 말씀 하시지예?”
호색은 첨사 박정의 령을 기다렸다...
“ 최장군은 금일 전시 상황을 살핀 후... 김장군(여신)이 있는 동래현으로 진성의 전시 상황을 알리시게... 부산진성은 내 어떻게 하든 시간을 끌어 놓을 것이니 이 상황을 동래에 알리고 상세 내용을 꼭 조정에 알려 추후를 도모하시게... 꼭 이 실상을 전하도록 하시게... 최장군...”
“ 장군!!! 아입니더... 지도 부산진성 사람입니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된다 했다 아입니꺼?? 지는 그 령은 못 따르겠습니다.... 장군!!!”
호색은 박 첨사 박정과 같이 생사(生死)를 같이 하겠다 이야기를 했지만..
“ 최장군!!! 어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단 말인가?? 이 전시 상황을 낱낱이 상세히 전할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이건 명령이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령을 따르면 될 것이야!!! 알겠는가?? 최장군?? ”
“ 그래도 장군??? 그카면 안 된다 아입니꺼!!!! 지도 목숨을 걸고 싸울낍니더~~~”
호색의 두 눈에서도 불이 일렁거렸다...
“ 어허!!!!! 지엄한 령을 어길 셈인가???”....
그때서야 최장군 호색은 울음을 꿀꺽 삼키며.....
“ 예~~~ 장군 분부 거행 하겠습니더...장군 흐흐흐~~~”
호색은 박 첨사 박정을 보필해야 장군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일진대 그렇지 못함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 여기는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니 전투 상황을 주시하고... 상황을 봐가며 북쪽 증산을 넘어 황령산을 지나 동래현에 전투 상황을 알리시게... 최장군!!!”
“ 예!! 장군.....”
“부웅!!!! 부웅!!!! 부웅!!!~~~” 물소뿔로 만든 나팔에선 연신 부웅 부웅 하는 상륙 도착 신호가 들려왔다.
부산포 앞바다를 응시하는 이는
고니시 유키나가 (小西行長) 소서행장이었다. 그는 왜선 700척을 이끌고 1군 선발대에 나선 이만 대군의 우두머리였다.
“ 조센의 첫 성(城)이 어디라 했나? ”
고니시의 낮은 음성이 부관인 미우라에게 전해졌다...
“ 하이!!~ 장군... 조센의 첫 성은 부산포의 진성입니다 장군... 세작(細作 )의 말로는 부산진성 수장이 첨사 박정이라 알려 왔습니다. ”
“ 첨사 박정... 음.... 첨사 박정이라~~~”
혼잣말을 하듯 들릴까 말까 한 작은 음성으로 부산포 수장의 이름을 부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소서행장은 이내 령을 내린다...
“ 금일 쓰시마에서 조센의 절영도까지 항해가 길었다!!! 오늘은 여기서 지낸다... 닷을 내리고 정비를 취한다... 명일 묘시(卯時 5~7시) 출정할 것이다!!! 부산진성은 한시각 안에 태합(太閤)(도요토미 히데요시) 전하께 바칠 것이다!!! 알겠는가!!!”
“ 하이!!!~~~”
고시니의 계획은 오늘 정비를 취하고 명일 부산진성, 모레 동래, 글피 양산성을 차례로 격파하고 파죽지세로 보름 안에 한양을 함락할 계획을 세웠다.
터무니없는 계획이라 생각되지만 이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시 일본은 130년간의 전국시대로 다져진 ‘이시가루’ 족경(足輕 ) 경보병을 앞세워 최대한 빠르게 접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 하하하하하!!! 조센....조센.... 조센...”
고니시는 조선을 연신 외치며 선봉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 장군!!! 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장군!!!”
부산진성 망루 정찰병 기철(基鐵)의 전갈이 실시간 육성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밤을 보낸 왜선은 사월 열나흘(4.14) 새벽 묘시를 기해 정박지 절영도에서 점차 부산포 앞바다로 슬며시 이동되고 있었다.
“장군!!! 적의 함대가 진성 좌천( 佐川 ) 쪽으로 이동되고 있습니다 장군!!”
“전 장졸들은 듣거라!!! 전투태세를 갖추고 무도한 왜놈들이 한 명도 이곳을 지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알겠는가??” 첨사 박정의 단호하고 간결한 령이 전 장졸에게 전해졌다.
“예~~~ 장군!!! ”
전의를 불태우는 부산진성 장졸 및 백성들은 죽을 각오가 이미 되어 있었다.
아군의 병력이 아이들과 노인들을 제한 다면 장정의 수는 고작 육칠백에 불과했다.
왜인의 이만 병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숫자라는 것도 이미 부산진성 백성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이 최후의 날인 것도...
“장군~~ 왜선이 부산포에 정박하여 병력들이 하선(下船) 하고 있습니다 장군!!!~”
전의를 불태우는 부산진성...
그러나 배에서 내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생경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부산포에 도달한 고니시의 왜놈들은
처음 보는 삿갓 모양의 철로 된 요상한 군복과 긴 부지깽이와 같은 막대를 품에 품고 연신 하선(下船 ) 하는 모습은 마치 개미떼가 집을 짓는 것 마냥 그 줄이 끊이지 않아 보였다.
“장군!!! 끝이 없습니다.... 끝이 없습니다!!! 장군!!!”
망루 정찰병 기철의 떨리는 음성이 계속해서 들렸다.
“ 모두 흐트러지면 안 될 것이다!!! ”
검은 갑옷을 두른 첨사 박정의 눈빛에선 죽기를 각오한 필사즉생(必死則生 )이 보였다.
“ 됐어!!! 잠깐!!! 조또맛데...”
고니시는 함선에서 내리는 병력을 잠깐 대기하라며... 부관 미우라에게 령을 내렸다..
“ 부산진성에 전령을 보내라!!!
”
“ 하이~~~ 장군!!!”
부산진성 앞에 왜의 전령 마사토는 흰 깃발을 휘두르며 진성 앞에
‘征明假道’ 정명가도 (명을 치므로 길을 내어주거라...)
‘태합 전하의 지엄한 명이 작년에 있었으나 조센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다시 한번 묻겠노라.. 정명가도(征明假道) 이를 따르면 살려줄 것이지만 따르지 않는다면 성안의 모든 생명체는 씨가 마를 것이다!!!’
정명가도란 글귀를 보고 있던 첨사 박정은 그대로 활시위를 당겼다
“슝~~~~ 슝~~~ 슝~~~~”
세발의 화살은 전령 마사토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했다.
놀란 말은 그대로 숨이 끊어진 마사토를 등에 태운채 돌아가고 있었다...
“ 공격하라!!!! 공격하라!!! ”
이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왜적의 함성소리와 폭풍과 같은 먼지가 나며 왜인, 왜놈들은 물 밀 듯 부산진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부산진성 백보 거리까지 몰려오던 왜군은 부지깽이와 같은 막대기를 조준하며 ‘ 탕~ 탕~ 탕~ ’ 소리를 내며 그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전투 형태를 보였다.
‘ 탕~ 탕~ 탕~ ’ 소리의 주인공은 ‘조총’이었다.
당시 일본은 포르투갈 무역상으로부터 화승총을 구매하여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조총은 그동안의 전쟁사를 바꿔 놓을 만큼 신무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조총의 실제 사거리는 천보(千步) 가까이 되지만 실제 유효사거리는 백보(百步) 미만으로
근접 전에서는 유리했지만 원거리와 장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도 존재했다.
“ 아니!!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저들이 들고 있는 막대기에서 화포 소리가 나는 것인가?? ”
첨사 박정은 최장군 호색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장군!!! 필시 전마들이 가지고 있는 게.. 조총일 낍니다... 지난번 왜관에 공무차 들렸을 때... 지가 똑같은 것을 봤다 아입니꺼...그카고 세작들이 하는 이바구(이야기)도 지가 들었다 아입니꺼 팔도에 조총을 숨가둔 기지가 많을 낍니더 장군!!! “
“ 어허... 음.... ”
첨사 박정의 한숨이 들려왔다
‘내 목숨은 아깝지 않으나... 조선의 앞날이 걱정이구나’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첨사의 속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 장군!!! 지가 그때... 공론화를 했어야 됐는데 그카지 몬한게 지 불찰입니더 장군... ”
호색은 지난번 왜관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이제 와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최장군은 이 상황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후방에 전하시게.... 알겠는가??”
“ 예... 절제사(첨사) 장군!!”
“ 서문과 동문을 방어 태세로 전환하고 왜군이 성 주위에 왔을 때 마름쇠 ( 오늘날 지뢰와 같은 방어용 무기로 능철(菱鐵) ·여철(藜鐵) ·질려철(蒺藜鐵) ·철질려(鐵蒺藜)라고도 한다)를 뿌려라!!!”
첨사 박정은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조총 소리와 함께 수천의 왜적이 물밀 듯이 진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와~~~ 와~~~ 와~~~ ”
거침없이 부산진성을 향한 적들이 외침이 들려왔다
“ 마름쇠 투하!!”
일제히 성위에서 “쉥~ 쉥” 소리를 울리며 밤 가시와 같은 마름쇠가 투척되었다.
사방에서 적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 아악~~~ 으억~~~ 이악~~”
수없이 쓰러지는 왜군을 보며 성위 부산진성 백성의 함성소리가 높아졌다
“ 와~~~ 와~~~ 와~~”
“ 궁수!!! 발사!!!!”
활을 든 궁수들은 일제히 마름쇠에 신음하는 적을 향해 목전, 편전, 육량전 할 것 없이 모든 화살을 적에게 쏟아부었다.
부산 진성주위에는 왜군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그때 “ 부웅~~~ ” 물소 뿔 나팔소리가 크게 한번 울리며 왜군의 일시적 퇴각이 진행되고 있었다.
“ 칙쇼!!!!~~~ 코딱지 만한 부산진성 하나를 함락 못 시킨단 말인가??”
적장 고니시의 대로(大怒)하는 목소리가 지휘부 막사에서 울리고 있었다..
“ 부산진성 검은 갑옷을 입은 첨사가 박정이라 했던가?? 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
고니시는 부산진성 첨사 박정을 우습게 봐왔던 자신에 대한 질책도 같이 하고 있었다.
“ 미우라!! 지금 진성을 포위한다!!! 그리고 산이 있는 북문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조센은 남문, 서문, 동문에 병력이 집중되 있으니... ‘이시가루’ 족경(足輕 ) 경보병을 북쪽에 배치한다!!! 속전속결로 철저히 북문을 공격한다!!! 알겠나!!!
“ 하이~~~~ 장군!!! ”
잠시 후 다시 “ 부웅~~~ 부웅~~~ 부웅~~~” 세 번의 나팔소리와 함께 왜군의 공격이 재차 진행되었다.
왜군은 사방으로 포진하여 진성을 가두리에 가둔 물고기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부산진성의 활과 화살이 점점 소진되는 모습을 첨사 박정과 최장군 호색은 바로 보고 있었다.
“ 최장군!!! 이제 때가 된 것 같소~~ 북문을 통해 빨리 후방으로 이 소식을 전하시게~~~ 동래까지는 한참이니 그동안 시간을 벌어 볼 터이니... 빨리 서두르시게 최장군~~”
첨사 박정의 의지는 단호했다...
“장군~~ 쪼매만 더 전장에 있다 가겠습니더 절제사 장군!!!”
호색도 진성 사람들을 남겨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 일각이 여삼추처럼 기다리는 동래 후방 생각은 안 한단 말인가?? 빨리 자리를 피하시게 최장군.... 어서....”
호색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 예~~~ 장군!!!.... 흐흐흐....” 첨사 박정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호색은 어깨가 들석임을 보였다.. 미안함과 그동안의 고마움의 흐느낌이었다.
“ 장군!! 쪼매만 기다리세요~~~ 내 곧 뒤 따라가겠습니다.... 장군!!!”
호색은 부산진성의 전투 상황을 알리기 위해 북문을 지나 증산에 올라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부산진성을 바라보았다..
‘ 장군~~ 그동안 증말로 고마웠습니더...절제사(첨사) 장군~~~’
기어코 부산진성은 왜군들에게 전체가 포위된 상태가 되었다.
“ 미우라!!! 북문을 공격한다!!!”
고니시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 조총부대 앞으로!!! 사다리 앞으로!!! 목책 앞으로!!!”
전국시대 전쟁에 이골이 날 정도로 훈련이 된 왜군 전술은 체계적이고 또한 신속, 정확했다.
서서히 북문의 틈이 벌어지며... 북문이 개방이 되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썰물처럼 왜군의 수십, 수백, 수천 명의 군사는 성안으로 입성하기 시작되었다.
“ 장군!!! 큰일 났습니다. 지금 북문으로 왜군이 개미떼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장군!! 지금 후방으로 피하시고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장군. 여기 진성은 제가 맡고 시간을 끌도록 하겠습니다.....”
첨사 박장군의 부관 신득 장군이 청이 있었다.
“ 어허~~~ 내 말은 무엇으로 들었는가 신장군!!! 내가 사는 곳도 이곳 진성이고 내가 죽는 것도 이곳 진성이라 그리 이야기를 했거늘 장군은 나를 능멸하는 것인가?? ”
첨사 박장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장군~~~ 그게 아니오라......” 떨리는 신장군의 눈가는 이미 눈물로 젖어있었다.
상관인 박장군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자기 자신을 버리고 오직 조선을 위해 끝까지 싸운다는 것을...
그때였다....
“ 탕.. 탕... 탕”
하는 총소리가 들리며 “챙.. 챙..” 하는 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누각에는 첨사 박정 장군의 투구가 널브러지고 있었다. 이내 첨사 박정의 몸도 같은 방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 장군!!! 장군!!! 장군!!! ” 첨사 박정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일 순간 첨사의 수발을 들었던 애첩 향(香)과 심복 출(出)에게 전해졌다.
“ 장군!!! 먼저 가시면 어쩐단 말이 십니까 장군!!!! 이녁이랑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맹서까지 해 놓으시고 먼저 가시면 어쩐단 말입니까 장군~~~~ 으흐흐흐흐.....”
“ 나으리~~ 나으리 나이 많은 쇤네를 놔두시고 먼저 가시면 어쩐단 말이십니까... 끄끄끄끄...”
애첩 향과 심복 출은 쓰러진 첨사 어른을 뒤로하고...
“ 에이~~~ 이런 후레자식들보다 못한 놈들..... 이놈들 이놈들!!!~~~~ ” 출은 주인인 첨사 박장군의 주검을 보며 이성을 잃고 낮을 들고 왜적이 들어온 북문 쪽으로 달려 나갔다.
부산진성의 인원은 고작 몇백 명 그러나 밀물 듯이 밀려오는 왜군은 수천이 넘었고 수장을 잃은 부산진성은 중과부적(衆寡不敵 ) 그 자체였다.
“ 미우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도륙을 내어라!!!!”
고니시 (소서행장)는 낮은 목소리로 부관인 미우라에게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도륙을 내라 명하였다.
“ 하이~~~ 장군!!! ”
“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남녀노소(男女老少) 가리지 말고 전부 도륙내거라!!!!”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왜적의 도륙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전쟁의 불구덩이 속에 울고 있던 두 살 아이의 울움소리도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고 돼지, 개, 마구간의 소마저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부산진성 안은 고요의 적막감이 엄습해 왔다.
사방에서 피비린 내가 진동해 왔다. 왜군은 산 사람이 있나 확인을 하고 있었다.
목숨이 붙어 있는 모든 것은 도륙을 내므로 일일이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워있던 여인의 몸에서 갑자기 은장도 칼날이 왜군을 향해 찌르고 있었다.
그러나 왜군은 철로 된 갑옷을 입은 터라 은장도는 단숨에 튕겨 나갈 뿐이었다.
“ 빠가야로!!! ” 하며 왜군의 칼이 그녀를 단칼에 베어내고 있었다
“장군~~ 저 약속 지키고 갑니다... 한날한시 장군과 같이 꽃길 갑니다 장군... 윽”
머금은 검은 피를 토해내며 첨사 박정의 애첩 향(香)도 그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