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조장군, 이장군... 어찌 자네 군민들만 보이는고? 경상좌도 성장군 카고 경상 좌수영 수사 정장군은 같이 안 왔는고??”
양산군수 조장군과 울산군수 이장군은 동래 읍성에 도착하였지만 소식을 전한 경상 좌도 성장군과 좌수영 수사 정장군은 부산진성이 함락 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난 상태로 읍성에 도착한 군민은 양산과 울산 군민 기백여명에 불과했다.
“ 예!! 장군 경상좌도 성장군과 수사 정장군은 우덜한테 소식만 전하고 읍성으로 간다 캤는데 안 왔습니꺼?? ” 양산군수 조장군은 의아하다며 되묻고 있었다.
“ 예이~~ 이 역적 같은 호랑말코 보다 몬한 놈덜!! 전장이 코앞인데 즈들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친 거 아이가?? 이 쳐 죽일 놈덜!!!! 내 죽어서도 근마들은 꼭 찾아가 절단을 내고 말 끼고만!!! ”
김장군 여신은 꽁지가 빠져라 줄행랑을 친 경상 좌도 성장군과 좌수영 수사 정장군을 향해 격분하며 양산 조장군, 울산 이장군을 맞이하고 있었다.
“장군!! 어서들 들어오시게!!!
“ 현 상황이 급박허이 사주경계를( 동, 서, 남, 북 ) 집중하시게... 장군!!”
“ 예!! 장군!!!”
양산, 울산 군수는 읍성 내에 있는 군민, 장졸들과 같이 경계에 들어갔다.
임진왜란 왜군
‘부우웅.. 부우웅... 부우웅....’ 물소뿔 나팔소리가 고요한 동래 읍성을 휘감고 있었다.
“ 미우라!!! 전령을 띄워라!!!”
부장 미우라에게 전하는 이는 선봉장 고니시였다.
“ 하이!! 장군!!”
미우라의 눈짓을 받은 전령 하시모토는 긴 목패를 허리춤에 끼고 동래 읍성 성곽 쪽으로 다가갔다.
흰 깃발과 함께 정문에 다다른 하시모토는 허리춤에 끼고 온 목패를 바로 세웠다.
‘싸우려면 사우고 싸우지 않는다면 길을 내놓아라!!!’ 戰則戰矣 不戰則假道 '
“ 아이 저 도적놈들!!! 뭐라?!” 부사 김장군 여신의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잠시 후 동래 읍성 성곽 위에서 또 다른 목패가 적진으로 향했다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 [死易假道難]’
동래 읍성의 장졸 및 군민들은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한치도 뒤로 물러남이 없는 항전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 칙쇼!! 조센~!! 공격하라!!!”
“하이!!! 장군!!”
“ 조센의 씨를 말릴 것이다!!! 조센에 있는 생명은 모두 없애거라!!!! 숨통을 끊어 모두 없애 버려라~~~!!! ”
동래성 전투 ( 뮤지컬 '외로운 성')
고니시의 공격 명령이 하달되자 부장 미우라의 소름 끼치는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사방에서 “와~~ 와~~~ 와~~~” 소리와 함께 조총부대의 총소리가 들렸고 동서남북 사방에서 고니시 왜적 이만이 좁혀오기 시작했다.
“ 장군!!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망루병의 전장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다.
“ 모두 듣거라!!! 이 무도한 왜적을 한 발자국도 읍성에 허락하몬 안될 거이다!! 알았나!!!”
“ 예!!! 장군 명 받들겠나이다 장군!!!”
모든 읍성 내 장졸들의 눈에서는 죽기를 각오한 결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 이런 왜놈 호로자슥들!!!! 개똥 아배요? 그 짝에 있으면 우야는교?? 이 짝 남문 쪽으로 퍼뜩 안 오나??” 개똥어매는 불같이 개똥아배를 제 위치에 세웠다.
동래 읍성에 위치한 군민의 수는 이천여명 장졸의 수까지 합쳐야 고작 삼천이 되지 않았다.
“ 장군!!! 왜군이 동남, 서쪽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장군!!”
망루병의 전갈이 계속되었다.
“ 동북쪽 인원을 동남과 서쪽으로 지원하거라!!!”
“ 예!! 장군!!!”
추가된 지원병의 남문과 서문을 기점으로 일제히 방어 태세에 돌입하였다...
조총부대를 앞세운 소 요시토시와 고니시의 일만 군대가 먼저 남문과 서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조총 발사 ( 뮤지컬 '외로운 성')
“ 조총부대 앞으로!!! 발사!!”
조총 화승포 소리와 함께 일제히 공격을 진행하는 왜군을 향해
“ 쒱!~쒱!~쒱!~ ” 화살이 비 오듯이 왜군의 머리 위로 날아오기 시작되었다. 읍성 앞에는 조총을 든 왜군의 시신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계속되는 조총부대와 후방 사다리 부대가 읍성 남문과 서문 성곽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 쏴~~ 쏴~~ 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 폭탄 소리와 함께 “으악!!! 억~~!!.... 으으!!!” 뜨거운 물에 데인 왜군들이 사다리에서 얼굴을 부여잡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고니시의 눈에 전투 상황이 예상을 빗나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부웅~~~ 부웅~~ “ ” 퇴각하라!!! “
진지로 복귀한 왜장들 막사에서는 현시점을 타개할 회의가 진행되었다.
“ 현시점 서문과 남문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부터 병력을 재배치한다!!! 서문 남문에 삼천병력을 동문과 북문은 칠천을 투입하라!! 조센은 지금 보이는 서문과 남문에 집중이 되어 있으므로 동북쪽 방향이 분명히 허술할 것이다... 알겠는가?”
적 선봉장 고니시의 눈은 정확했다.
사방으로 분산되어 있는 인원을 서문과 남문에 병력을 집중시켰던 이는 동래 부사 김장군 여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졸의 수가 몇십 개가 차이나는 규모로 인해 북쪽과 동쪽 인원을 보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웅~~ 부웅~~” 다시 공격 명령이 떨어지며 사방에서 읍성을 조여오기 시작하였다..
“장군!!! 왜군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장군!!!”
망루병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아니 전마들!!! 우찌 알고~~~’
김장군 여신은 기어코 올 것이 오는구나 혼자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문과 남문에 집중시킨 인원을 다시 이동시킬 시간과 장졸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장군!!! 장군!! 동문과 북문 쪽이 뚫리고 있습니다 장군!!!”
망루병의 목소리가 전해질 때... 어디에서인가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탄이 망루병의 머리를 관통을 하였다... “윽” 소리와 함께 더 이상 전시 상황 보고는 전해지지 않았다.
순간 북문과 동문이 무너짐과 동시에 개미떼 같은 왜군의 함성이 들리기 시작됐다 “ 와~~ 와~~ 와~~~”
성안은 순식간에 읍성 외곽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 모조리 도륙하거라 모조리!!!”
“하이!! 장군!!!!”
북문 선봉에 나선 호시모토의 고함 소리는 칠천의 왜군과 함께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도륙내고 있었다.
이제 열 살을 넘기지도 않은 어린아이와 흰머리가 전부인 노모는 물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육이 진행되었다.
“탕탕탕탕탕....” 수없이 들리는 조총소리와... 일본도에 목을 베이고 가슴이 찔리고 심지어 등에 갓난아이를 없은 어매까지 단칼로 도륙 내는 현장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읍성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며 삼천의 군민과 장졸이 순식간에 전장의 이슬이 되고 있었다.
“ 술향(述香)아!!! 조복(祖服)을 가져오너라!!!”
제를 지낼 때 입는 옷을 찾는 이는 동래부사 김장군 여신이었다.
여신은 이제 본인이 가야 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애첩 관기 술향에게 령을 내렸다.
“ 행님요!!! 행님이라도 읍성 상황을 후방에 알려야 된다 아입니꺼? 이라시면 안 됩니더..행님요!!! 아라믄 안됩니더 흐흐흐흐...” 김장군 여신을 향해 애타게 울부짖는 이는 최장군 호색이었다.
“색아!! 간만에 니 이름 불러 본데이... 니 말이다... 니는 이 상황을 꼭 후방에 전해야 된데이? 알겠나?? 니는 진성서도 이 짝 읍성에서도 니는 꼭 죽으면 안되는기라.... 꼭 이 지랄 같은 전투상황을 조정에 알리야 되는기라.... 이게 니 운명인 기라... 그카고 내 지금까지 니를 참 마이 아낏다 아이가??.. 동생 맹키로.... 안 글라?? 니 담에도 내 동생 할 거 맞재?? 색아!!! 오늘은 내 먼저 쪼매 일찍 가고 니는 이 전쟁 다 끝나몬 오는기라 알겠제?? ”
형이 동생을 달래듯 김장군 여신은 최장군 호색에게 꼭 살아야 됨을 알리고 있었다.
“ 행님!! 그카면 우짭니꺼 예?! 내도 같이 싸우다 죽을랍니더~~~ 몬합니더... 내 그 명은 내 몬합니더...몬한다 카이.... 내도 같이 싸울낍니더?!!” 호색의 울부짖음은 계속되었다.
“ 니는 내 얘기 귓등으로 들은기가? 행님이 하라면 하는기지 모 그리 말이 많노??? 니는 빨리 후방으로 빠지는 기라....지금 모 하고 있노 어서~~~~~!!!”
호색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형님과 다를 바 없는 동래부사 김장군 여신을 향해 큰절을 오리며
“행님!!! 내 쪼매만 더 이짝에 있다 가겠습니더... 먼저가가... 자리 잘 잡아노이소..알지예??” 호색의 흐느끼는 울음은 큰절 올리는 어깨가 들석일 정도로 강렬했다.
“ 오야~ 오야!!! 하모!!...내 니 자리는 따시게 데파 놓고 있을 끼고만... 걱정 말고 꼭 이 상황을 후방에 조정에 꼭 알리고 천천히 전쟁 끝나몬 오는기라...알겠제? 아이고 우리 동생..... 함 안아보제이~~!! ” 하며 김장군 여신은 최장군 호색을 와락 끌어안았다
안고 있는 두 장군의 어깨가 들섞이며 현재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 행님요!!! 지 갑니더~~~ 갑니더~~~”
“ 오야!!!! 천천히 온나~~~ 넘 빨리 오면 안 된데이~~~~”
“ 장군!! 조복을 대령했나이다... ” 술향의 목소리가 떨렸다.
“ 그래. 알겠다!!!”
조복을 갈아입는 김장군 여신을 바라보는 술향의 눈가에서도 눈물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북향(北向) 사배를 올리고 붓을 들고 부채에
“외로운 성에는 달이 흐려지고 다른 성진(城陳)은 지척이 없다. 군신의 의가 무거우니 부자의 은정(恩情)은 가벼우리까”
김장군 여신은 어느새 차분함을 유지하며 심복인 팔복을 통해 북쪽 부모님께 전하라며 그를 떠나보냈다.
조복(朝服 )을 입고 호상(胡床)에 걸터앉아 왜군을 기다리는 김장군 여신은 정좌를 한 상태로 미동도 없이 왜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진 상태라 주위에는 왜군의 함성소리와 보이는 것은 읍성 장졸과 군민들의 널브러진 시신이었다.
눈을 감고 정좌한 여신을 보며 왜장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읍성의 수장임을 눈치챈 고니시는
왜군 갑옷
“ 장군!! 지금이라도 태합전하에게 항복을 한다면 내 그대의 목숨을 살려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김장군 여신은 한치의 미동도 없이 정좌 자세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순간 담벼락 위를 누군가 넘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장군!!! 이녁도 장군을 따라갈 것입니다 장군!!!”
조복을 대령하고 거처에 머물렀던 애첩 술향의 목소리가 드렸다.
“장군 이 몸은 장군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것인데 어찌 혼자만 가시려 하십니까 장군!!! 흐흐 흐흐흐....”
흐느끼며 장군 곁으로 다가온 술향에게도 김장군 여신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감은 눈가 사이로 피부의 떨림만 있을 뿐이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왜군의 수장 고니시와 소 요시토시는 순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각의 시간이 흘러갔다.
“ 미우라!! 이제 더 이상 기다림은 없을 것이다. 정중히 참하고 시신은 잘 수습하도록 하거라!!!”
적장인 고니시의 눈에도 존경의 눈물이 맺힐 수밖에 없었다
“ 씽~~~ 씽~~~” 일본도의 칼날이 김장군과 술향의 몸을 베는 순간 물감을 뿌린 듯 검붉은 피는 흰 조복에 그대로 배어 나왔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장수의 본분을 지킨 김장군 여신을 향해 적장 고니시도 예를 다하였다.
“ 내 오늘은 맘이 편칠 않구나!! 미우라!! 저 동래성 수장을 잘 묻어주고 비를 세워 주거라~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