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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논어 3월 27일

효에 관하여

by 한가한 늑대
2-5) 맹의자가 효(孝)를 묻자, 공자는 "효는 예를 위배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번지가 수레를 몰고 있었는데, 공자가 말했다. "맹손씨가 나에게 효를 묻기에, 나는 예를 위배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번지가 "예를 위배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하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살아 계실 때예(禮)로써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 장례를 지내고 제사를 모시는 것이다"
2-6) 맹무백이 효(孝)를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한다"
2-7) 자유가 효를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지금의 효는 잘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와 말에게도 모두 길러줌이 있으니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이 다르겠는가?"
2-8) 자하가 효를 묻자, 공자가 말했다. "(부모를 모심에 있어) 얼굴 빛을 밝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만약 사정이 있으면 젊은이들이 노력을 하고, 술과 밥이 있으면 나이 드신 분들에게 먼저 드시게 하는 것, 이것이 효가 아니겠느냐?


위정편의 5~8은 모두 효도[孝]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효의 기본은 예(禮)를 지키는 것이다. 살아 계실 적에 예의를 갖추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효도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잘 치르고, 이후 제사를 통해 부모님을 꾸준히 추모하는 것 역시 효도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도덕성인 인(仁)은 부모에 대한 사랑인 효(孝)에서 성립된다. 따라서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야 한다. 이것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도 효를 실천하여 내면의 도덕성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엔 어떻게 효도를 실천해야 하는가?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자식이 병들까 봐 건강한다. 그러니 최고의 효도는 자식이 건강한 것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말도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해석하면 손톱도 깎으면 안 된다. 신체발부수지부모의 핵심도, 부모는 항상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니, 자신의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항상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여러분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를 가고, 판검사가 된다고 해도 건강하지 못하면 부모의 근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효도가 아니다.


또한 효도를 할 때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효도는 물질적 봉양이 아니라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부모를 찾아뵙지도 않으면서, 용돈만 보내는 자식은 마치 개나 말을 기르듯이 부모를 기르고 있을 뿐, 효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효도는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함께해야 한다. 물질적 봉양은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 구절은 효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색난(色難)'이라는 첫 구절은 번역하기 나름이다. 소준섭 선생님은 이를 부모님의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여, 효도를 행하는 자식들의 입장에서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설하였다. 하지만 다른 번역본에서는 효도를 하는 동안 자식이 얼굴빛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설한다. 즉, 공경하는 마음 없이 억지로 효도를 하니, 자식은 효도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효도라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성[忠]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일이 있으면 부모님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젊은 자식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부모에게 먼저 드려야 한다. 이런 행동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효(孝)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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