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2-11) 공자가 말했다. "옛 것을 공부하고 배운 바를 익혀 이로써 새로운 것을 알면 곧 스승이 될 수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사자성어의 유래가 되는 구절이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쌓아온 모든 문화와 지식은 옛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옛 것에 정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 같은 화가도 어느 날 갑자기 추상화를 그린 것이 아니다. 과거 미술이 추구하던 기법으로 그림을 익힌 후에야 그것이 지닌 한계와 문제점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자신만의 기법을 고안한 것이다. 과거의 것을 너무 무시해서도 안되고, 너무 중요시해도 안된다. 이것은 우리가 논어를 읽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적용되어야 할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은 영구불변의 진리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논어를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피카소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통 방식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기존의 틀을 깨트리는 관점을 도입하였다. 앞, 옆 그리고 뒤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처녀들의 얼굴에 넣은 것이다. 그러자 한 화면에 두 가지의 시점이 존재하는 입체적인 모습이 되었다. 몸의 색깔이나 모양도 왜곡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였고 미술에서 중요시되는 원근법도 무시하였다. 기존의 '잘 그린 그림'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전부 부정하였다. 피카소는 아름다움의 이면에 감춰진 추악함을 찾아 드러내었다.
그러나 관점만 바꾸는 것이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피카소는 하루에 평균 7개의 작품을 만들었고, 그가 남긴 작품의 수는 대략 50,000점에 달한다고 한다. 작품의 종류도 다양해서 회화만 1,885점이고, 조각 1,228점, 도자기 2,280점, 스케치 4,659점에다가, 판화 작품이 약 30,000여 점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피카소를 즉흥적인 영감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천재로 기억한다. 또 아무렇게나 그린 듯한 그의 그림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가 죽은 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작업하였던 곳에서 의문의 스케치가 발견된 것이다. 수백 장이 넘는 비슷비슷한 그림들. 피카소의 치열한 연습의 흔적들이었다. 그는 중요한 작품을 그리려고 할 때 매우 많은 연습을 하고 준비하였다. <아비뇽의 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천재성은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시도와 노력에 있었다. 피카소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고, 부모님의 지지를 받았지만, 전통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표현하였다. '새롭게 바라보는' 자기 안의 능력을 키워 찬란한 꽃을 피웠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능력이 숨어 있을까?
- 정형권 지음 『꿈을 찾는 10대를 위한 진로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