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관저 편에 대하여
3-20) 공자가 말했다. "시경 관저 편은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공자가 일생동안 중요시 했던 교과서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논어』에서 가장 주요하게 등장하는 교과서는 『시경(詩經)』이다. 시경은 주나라 시대의 '노래'를 담은 시집, 민요집이다. 그중 관저는 현재 전해지는 시경의 첫 편인 주남에서도 가장 먼저 나오는 시다.
關關雎鳩,(관관저구) : 구욱구욱 물수리는
在河之洲.(재하지주) : 강섬에서 울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따운 아가씨는
君子好逑.(군자호구) : 사나이(군자)의 좋은 짝
參差荇菜,(삼치행채) : 올망졸망 마름풀은
左右流之.(좌우류지) : 이리저리 찾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따운 아가씨를
寤寐求之.(오매구지) : 자나깨나 그린다
求之不得,(구지불득) : 그리워도 만나지 못해
寤寐思服.(오매사복) : 자나 깨나 이 생각
悠哉悠哉,(유재유재) : 아아, 끝없는 그리움에
輾轉反側.(전전반측) : 이리 뒤척 저리 뒤척
參差荇菜,(삼치행채) : 올망종말 마름풀을
左右采之.(좌우채지) : 이리저리 캐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따운 아가씨를
琴瑟友之.(금슬우지) : 거문고를 타며 친한다
參差荇菜,(삼치행채) :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芼之.(좌우모지) : 이리저리 고르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따운 아가씨를
鍾鼓樂之.(종고락지) : 종 치고 북 치며 즐긴다
- 을유문화사 정상홍 번역
이 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1. 주자는 이 시에 대해 "관저의 시는 왕비의 덕이 군자와 짝할 만함을 노래한 것이다. 그런 왕비를 구하고자 하나 얻지 못하면, 자나 깨나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는 근심이 없을 수 없다. 구구하여 얻으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여 즐거움을 누린다. 그 근심이 깊더라도 조화를 해치지 않고, 그 즐거움이 왕성하더라도 올바름을 잃지 않는다"라고 해설하였다. 또한 "근심은 다만 전전반측(輾轉反側)에서 그쳐야지, 수심에 싸여 흐느껴 울면 상처가 된다. 즐거움은 종고금슬(鍾鼓琴瑟)에 그쳐야지, 주색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도를 벗어나면 지나친다. 관저 시를 지은 사람은 성정의 바른 상태를 얻었다."라고 말한다.
2. 이토 진사이는 "관저라는 음악은 그 소리가 즐겁지만 지나치지 않고 슬프지만 비통하지 않아, 듣는 사람은 더러움을 씻어 내고 찌꺼기를 녹여 버려 성정의 적정한 표현 방식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니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 하겠다"라고 말한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 가장 중시한 교과서가 시경이다. 중국 철학자 풍우란은 "공자는 시를 강론하면서 그 속의 도덕적 의미를 중시했다"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시경의 첫 구절이 가르치고자 하는 도덕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인 듯하다. 즉 기뻐할 땐 적절하게 기뻐하고, 슬퍼할 땐 적절하게 슬퍼하되,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중용(中庸)이라고 한다.
가장 처음 시에서 중용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가 지향하는 바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시, 문학을 공부하면 내면의 기쁘고 슬픈 감정을 넘치지 않게 풀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도덕을 배운다는 것은 시, 문학과 떨어질 수 없는 것 같다. 국어의 문학교육이나 윤리의 동양 사상 교육이 입시 중심의 지식 주입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