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록의 에비 할머니의 경우
그해 봄 캐슬록에 살고 있던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이블린 찰머스로 마을의 나이 지긋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에비 아줌마로 알려져 있었다. 한편 그 에비 아줌마네 집에 우편을 배달하는 조지 미어러에게는 "나이 처먹고 더럽게 말이 많은 할망구"로 인식되고 있었다. - 이 할머니의 우편물이라는 건 대체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보낸 카탈로그 리스트들과 구매를 권유하는 광고물들, 그리고 영원한 주님 십자군에서 보낸 기도문들이 담긴 서류첩 등이었다. - 조지는 우편물을 배달하러 집에 가서는 이 할머니의 끝없는 혼잣말을 듣고는 했다.
"이 수다쟁이 할망구가 그나마 잘하는 일은 날씨를 말해주는 거라니깐."
조지는 멜로우 타이거에서 자기 패거리들과 함께 한 잔씩 할 때면 이렇게 말하고 했다. 멜로우 타이거라. 술집으로서는 좀 멍청해 보이는 이름이긴 했다. 하지만 캐슬록에서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지라, 그냥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다들 멜로우 타이거에 잘들 모이는 듯 했다.
조지의 의견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캐슬록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민인 에비 아줌마는 지난 2년 동안 보스턴 포스터를 세상 일을 아는 의지처로 삼아왔다. 아놀드 히버트가 101세가 되어서 완전히 노망이 나고 나서, 지적인 변화가 찾아왔고, 비어있는 캣푸드 통조림 깡통에 대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캐슬 에이커 양로원의 뒷편의 미닫이 문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마지막으로 자기 바지 속에 오줌을 찔끔 흘린 후 정확히 25분 만에 목을 다치게 되었다.
이제 에비 아줌마는 어니 히버트가 그랬던 것처럼 더할 나위 없이 노망이 난 것이 분명했다. 또 히버트와 마찬 가지로 늙은 것도 그랬다. 하지만 93살이라는 충분히 늙은 나이인데도, 여전히 우편을 배달하는 조지 미어러가 체념한 상태로 (그리고 종종 어울려 주기도 하고) 집에서 에비 아줌마를 맞을 때면 볼링을 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거기다 히버트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본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에비 아줌마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리고 에비 아줌마는 날씨에 대해 정확했다. 마을의 기상 예보관이랄까 - 마을의 나이 지극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것들이나 신경 쓰고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 에비 아줌마는 세 가지의 면에서 결코 틀린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먼저 여름 시기에 건초를 베어서 준비하는 것을 시작하는 첫 주가 언제여야 할 지였다. 블루베리가 얼마나 좋을지 (혹은 얼마나 나쁠지), 그리고 오늘 날씨가 어떨지.
그해 6월 초반의 어느 날에 에비 아줌마는 집 안에 있는 차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우편함까지 발을 질질 끌며 걸어 나갔다. 거기서 보스턴 포스트 신문 배달통에 기대어 섰다. ( 저 수다쟁이 할망구가 콱 죽어버리면 빈 마찬트의 물건이 될테지. 조지 미아라는 생각했다. 이제 귀찮은 일도 없어졌으니 좋잖아요, 에비. ) 그리고는 허버트 태리톤 한 개비를 꺼내 피웠다. 그리고는 엄청 크게 고함을 지르며 미아라에게 인사했다 - 귀가 멀게 된 에비 아줌마는 다른 모든 세상 사람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귀가 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명백했다. - 그리고 나서 30년 만의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거라고 고함 질렀다. 일찍부터 덥고 늦게까지 덥고, 에비는 보통 사람들은 나른해져서 졸음이 몰려오는 조용한 11시 정각 무렵에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큰 소리로 떠들 수 있는 양반이었다. 그리고 한낮의 더위 속에서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나요?"
조지가 물었다.
"뭐라고?"
"나는 '그렇게나요?' 라고 했어요."
그건 에비 아줌마에 대한 또 다른 문제였다. 본인만 고함을 지르는 게 아니라 얘기를 나누는 상대방도 따라서 고함을 질러야만 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에 익숙해진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혈관이 터질 지도 몰랐다.
"내 말이 사실이 아니면 미소를 지으면서 돼지에게 뽀뽀를 할 거야."
에비 아줌마는 소리를 질러댓다. 에비가 태우던 담뱃재가 오늘 아침에 말끔하게 드라이 클리닝을 하고 막 입은 조지 미어러의 제복 블라우스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조지는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솔을 들어 제복 위의 담뱃재를 떨어냈다. 에비 아줌마는 조지의 차창에 기대어서 조지 귀에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한 정도로 고함을 꽥꽥 질러댔다. 그 입에서는 신 오이와 같은 입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들쥐들이 전부 지하저장고에서 나가 버렸다고! 토미 니도가 문선틱 호수에서 사슴들이 자기들 머리의 가지친 뿔을 문지르는 것을 본 거야, 그게 울새가 처음으로 나타나기 전이었어! 겨울 눈 아래에 풀이 있었어! 눈이 녹을 때. 이런 푸른 풀이라고 미아라!!"
"그래요, 에비?"
조지가 대답했는데, 이런 대답은 필요해 보였다. 조지는 머리가 아파왔다.
"뭐라고?"
"그.러.냐.고.요! 에.비.아.줌.마?"
조지 미아라는 소리를 질렀다. 침이 입술에서 튀어 공중에 뿌려졌다.
"오, 그래그래!"
에비 아줌마는 만족해 하면서 울부짖었다.
"그리고 지난 밤에 말야, 여름 저녁나절 지평선상에 보이는 마른 번개를 봤다구! 나쁜 징조야, 미아라! 이렇게 이른 시기의 마른 번개라는 건 말이야, 나쁜 징조라고! 사람들은 이번 여름에 더위로 죽어나갈 거야! 이거 나쁜 징...!"
"저 가봐야 해요, 에비 아줌마!"
조지가 소리쳤다.
"스트링거 볼리우 집에 특별 배송 건이 있어요!"
에비 찰머스 아줌마는 머리를 차창에서 다시 뒤로 빼고 봄 하늘을 향해 꼬꼬댁거렸다. 떠들다 숨이 막혀서 켁켁할 때까지 계속해서 꼬꼬댁거렸고, 담뱃재가 더 많이 입고 있던 실내복 앞에 수북하게 떨어져 굴러다녔다. 물고 있던 담배의 마지막 4분의 1인치 부분을 숨을 들이 쉬며 연기를 빨아당겼고, 결국 연기만 피운 채 다 타버린 꽁초는 집 안 차도에서 할머니용 신발 중 하나의 앞에 나뒹굴었다. -신발은 난로 안 만큼이나 검었고 코르셋 만큼이나 꽉 조였다. 어르신용으로 나온 신발이었다.
"프렌치 볼리우 집에 특별 배송이 있다고? 아유, 그 인간은 자기 비석의 이름도 읽을 수 없는 작자야!"
"가 봐야 해요. 에비 아줌마."
조지는 서둘러서 말하고는 차의 기어를 올렸다.
"프렌치 볼리우는 태어났을 때부터 본질적으로 완전한 멍청이라고. 하느님이 만든 게 맞다면 그보다 더한 멍청이는 없을 게다!"
에비 아줌마는 크게 고함 질렀다. 하지만 바로 그 때 이미 출발한 조지 미아라의 차 먼지 속으로 고함지르며 불평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 조지는 타이밍 잘 맞춰서 탈출한 것이었다.
우편함 옆에 잠시 동안 서서 조지가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우편함에는 개인 우편은 없었다. 요즘에는 거의 오는 경우가 없기는 했다. 에비 아줌마가 알고 있던 사람들, 그러니까 직접 글을 쓸 수 있던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도 아마 곧 따라갈 거라고 짐작했다. 이번에 오는 여름은 뭔가 기분이 나빴다.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들쥐들이 지하 저장고를 일찍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가 있었다. 여름에 쳐야 할 벼락이 봄 하늘에 치는 것도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평선 바로 위 어디선가 느꼈던 그 열기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볼품 없이 초라한 털을 하고, 불타는 듯한 빨간 눈을 가진 그 뼈만 앙상하게 남은 듯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힘센 야수와 같은 것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저히 다른 사람들에게 꿈의 내용에 대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꿈은 덥고, 그늘이 없었으며 갈증 나는 것이었다. 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아침에 대해서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은 기분을 풀어주지 않았고 대신에 마치 8월 한여름에 미친 듯이 흘리는 땀에 눈에 들어 가면 느끼는 것처럼 눈을 아프게 찔러 댔다. 이전에 오지 않았던 바람 속에서 광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조지 미아라, 이 똥 같은 늙은 머저리 같으니라고."
에비 아줌마가 걸쭉한 메인 주의 울림 소리로 단어를 발음했다. 메인 주의 울림이라는 게 독특해서 'fart : 방귀, 똥 - 역주' 라는 단어에 아주 격변하는 성질과 터무니 없이 바보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어떤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faaaaaaaat.
<펜실베이니아, 메인 등에서 어떤 지역 방언은 일반적인 미국 영어에 비해 r 음이 탈락되고 앞의 모음이 장음으로 발음이 되면서 독특한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 역자 주>
보스턴 포스터 신문 배달함에 기대어 서 있다가 집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저 배달함은 성공적으로 늙어간다는 성취를 이루었다면서 그녀가 시청 행사에서 받은 바보 같은 수상품이었다. 의심에 여지 없이 저 빌어먹을 신문사는 파산할 것이라 생각했다.
현관 계단에서 멈춰 서서 구부정한 자세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봄의 느낌 그대로 순수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었다. 오, 하지만 그것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어떤 것, 사악한 어떤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