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전작 읽기 11월

by 리단쓰

박상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대도시의 사랑법 '이라는 소설과 영화를 만난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박상영 작가의 개인적인 관심으로 들리는 정보들에 그의 문학적 행보에 관심이 가는 정도였다.

이번 작품을 만나며 박상영 작가의 몸짓과 목소리가 좀 더 선연해져서 친근감이 들었다.


너무 심각해지면 아파지는 현실 속에서 해학을 터득하고 장전시키며 생존 본능을 지켜내는 몸짓이 느껴져서 글의 곳곳을 집중해서 머물기도 하였다.


퀴어 소설의 제창을 캐치프레이즈로 전방위로 나선 작가의 길은 실상 쉬운 항로는 아닐 터이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속 작품들은 지그재그로 퍼즐이 맞춰지듯 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 느껴졌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차치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실상 세상살이에서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무수한 경험 속에서 깨달은 바였다.


작품 속 모습들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이질감으로 모래알 같은 서걱임을 배치해 둔 내용이지만 실존적 고민이 있는 누군가의 삶이기에 표현해야겠다는 결심으로 고뇌하는 작업을 해낸 것이다.


앞으로 계속 박상영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그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는 이번 독서였다.


우리 모두의 청춘의 자욱은 조금씩 다르지만 작품 속 누군가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거나 들여다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는 퀴어적 소재들을 만나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의 한 편의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살피고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예전의 친구 간 우정은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순간이 요즘의 세태이기에 뭐든 간과하고 싶지 않은 사안이기도 하였다.


여러 작품 중 세라믹을 만나고는 너무 먹먹해서 가슴이 아팠다. 박상영 작가의 최고의 엑기스가 농축된 무언가를 발견한 듯 몸부림의 흔적이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틈만 나면 엄마를 디스 한다는 작가의 초월적 입담은 어쩜 '세라믹' 속 아이처럼 응축된 시간들의 최종점인 듯 느껴졌다.


제제는 단 한순간도 어딘가에 현혹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매일 사랑을 하고 살았는데 꼭 가당치 않은 대상들을 골라 사랑하는 재주가 있었다. p27


정말 소라의 말대로 개는 내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p81


어제 팝콘을 사 먹지 않아 침울해했던 태혁의 표정이 떠올라 색깔이 요란한 팝콘과 음료수 세트를 시켰다.

p113


나는 혐오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아 태초의 무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p147


나는 유나도, 바니도, 그 무엇도 아닌 채 묶여 있는 남자의 앞에 섰다. p239


눈송이 1,2,3,4. 눈송이를 오십 개까지 세다 만 우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피부과에 갔다. p267


혓바닥을 내밀자 혀에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거무튀튀한 자국이 남은 게 보였다. p321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편안해졌다.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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