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날, 시댁 어른들과 즐긴 디저트 파티
"연말에 약속들 있으세요?
3년 전 한국에 돌아와 따뜻하게 맞아 주시던 시댁 어른들께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모든 분이 "늙은이가 무슨 약속이 있겠니? 하셨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나이가 들수록 쓸쓸함과 시간의 무게가 더 어깨를 누르는 날,
한 살, 또 조용히 늘어나는구나 하는 공허감도 외로움으로 느껴지는 날...
외로움 대신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드리고 싶었다.
한식점에 모셔 저녁식사를 한 후 우리 집에 모셔 디저트 파티를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올해는 피곤하니 그냥 지나갈까?
이 생각 저 생각하다, 흔들리던 마음을 고처 먹었다.
"그래, 조금 힘들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뭐, 행복이 따로 있나..."
우리 집에서 연말 파티가 3년째,
언제나 설렘과 부담감을 안고 격식도 갖추어야 하는 디저트 파티!
멋진 디저트 테이블을 차리기 위해 며칠 전부터 마음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타고 한 점 구름처럼 몽글몽글 날아다녔다.
어떤 와인 안주를 만들까?
그릇은 크리스마스 접시로 할까?
흰색 접시로 할까?
고민하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서 쓰기로 했다.
화려한 테이블보는 작년에 썼으니 올해는 흰색 테이블보에 가운데만 화려한 것으로...
꽃과 촛불은 따뜻한 빨간색으로 하자.
미리 테이블 위에 그릇을 배치해 놓고 사진도 찍어 논다.
배치된 그릇과 음식에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
수담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집에 모셔, 어른들이 환한 웃음 속에, 화투놀이에 빠져 계시는 동안,
동서에 도움을 받으며 파티 테이블상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구워 놓은 빵에 , 딸기로 귀여운 산타를 만들어, 빵 위에 올리고, 소나무 잎도 꽂고, 흰색 슈가 파우더를 솔솔 뿌리니, 눈 내린 예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완성됐다.
방울토마토를 갈라 검정 올리브를 붙인 후 다크 초콜릿을 살짝 녹여 콕콕 점을 찍으니 귀여운 무당벌레 휭거푸드도 탄생됐다.
귤을 조심스럽게 반만 열어 가운데 빨간 체리를 꽂으니 화사한 꽃도 피어났고, 꽃잎을 붙인 키위도 우아하게 한 자리 잡았다.
단 케이크를 안 잡수시는 분을 위해 인절미도 한 접시 준비하고, 곶감에 피칸과 잣을 넣어 썰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만든 치즈빵은 겉은 바삭, 속은 쫄깃, 진한 치즈향까지...
치즈빵은 뜨거울 때가 가장 맛있으니 파티 중간쯤 노릇하게 구워내면 모두가 환호하신다.
내 손은 춤을 추듯 바삐 움직였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하나, 둘 그릇을 채워갔다.
큰 접시에 담긴 과일 데코레이션은 나를 더욱 즐겁게 했다.
식탁 위에 꽃도 장식하고, 빨간 촛불도 밝히니 예쁜 연말 파티상이 완성됐다.
디저트 파티는 시작됐고 "이대로! "와인잔을 부딪히며 웃음소리가 집안에 가득했다.
옛이야기를 하시며 웃음소리는 이어졌고, 모두 시간의 결을 따라 과거 옛 시절에 머무르고 계시는 듯했다.
문득, 우리 시부모님이 생존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웃음 가득한 파티 속에서 마음 한편이 뭉클하게 젖어들었다.
지금은 완쾌하셨지만 작년에 식도암으로 고생하시던 고모부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와인잔을 부딪히시는 모습에 내 가슴엔 파란 풍선이 "팡"터졌다.
흐뭇한 모습으로 즐기는 남편을 바라보니 내 가슴에 빨간 풍선이 "팡팡" 터졌다.
파티 준비로 피곤한 몸과 마음은 눈 녹듯 녹고, 웃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내 마음엔 행복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모두가 행복해하던 그 시간,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한 그 시간이, 내게 가장 큰 선물이 되었다.
디저트 파티가 끝난 후 "한 해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즐거워하셔서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셔서 늘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단체 카톡방에 글을 보내며 2024년 마지막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