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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05. 2023

다소 고역인 리셉션 파티 문화

서양 문화에는 점심이나 저녁 메인 식사를 하기 전 간단히 다과와 음료를 즐기며 교제를 하거나 인맥을 구축하는 리셉션 파티가 있습니다.  이때 음료는 알코올류와 비 알코올류가 제공되며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국가, 외교 행사에 포함된 공식적인 리셉션 파티에서는 전통에 따른 주종이나 다과류가 제공되며 웨이터가 서빙을 하고 일정 크기 이상의 리셉션 장소가 제공되지만 비즈니스 식사나 콘퍼런스 네크워킹 식사 전 리셉션등은 별도의 격식 없이 편하게 진행되며 장소도 별도의 리셉션 파티 장소 없이 메인식사 장소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리셉션 파티라는 문화가 서양 문화이기 때문에 서양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데 익숙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인 2시간 정도 리셉션 파티의 경우 서양인들은 맥주 1~2병 또는 와인 1~2 잔을 마시며 2시간 내내 담소를 하는데 익숙한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이런 행사가 고역일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언어 장벽이 1차적인 저해요소이지만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더라도 그들과의 공통 관심사나 문화, 역사적인 동질성이 없으면 장기간 담소가 쉽지 않습니다. 유럽의 국제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서로 국가가 다르더라도 생김새나 문화가 비슷하고 역사도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배우고 습득한 토론 문화에 힘입어 2시간 내내 떠들어 댈 수 있는 내공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어릴 적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고 잘못 답변하면 혼날까 봐 의견 개재에 소극적인 동양인들은 10분 정도 얘기하다 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때부터 파티가 끝날 때까지 고역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유럽 식전 리셉션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한 번은 영국에서였습니다. 한 거래처가 Supplier 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제 기억으로는 Supplier 중 동양인은 저와 제 동료가 전부였습니다. 그날따라 리셉션 파티가 거의 3시간가량 지속되었는데 약 30분 정도 지나니 저희는 일단 얘기할 밑천이 떨어졌고 그 이후부터는 배고픔이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 (서양인들)은 맥주 한 병들고 어찌나 수다들을 떠는지 그날 서로 처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십년지기들의 저녁 식사시간 같았으며 이러한 그들의 문화가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서로 하도 신나게 떠드니 주최 측에서 담소 시간을 좀 더 주려고 식사서빙을 늦추어 파티 시간이 길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날은 이질적인 문화충격과 배고픔 때문에 지금도 저의 흑역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한 번은 스위스였는데 이틀간 진행된 콘퍼런스 중 저녁식사 전 리셉션 파티가 개최된 호텔 야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는 여름이라 늦은 시간까지 해가 중천에 떠있었으며 해도 무척 강렬했습니다. 참고로 유럽은 여름 서머타임이 적용되면 밤 10시 30분까지 해가 떠 있었습니다. 저는 해가 너무 강렬하여 그늘을 찾아 헤매었는데 서양 참석자들은 그 땡볕 밑에서 약 2시간 정도 떠드느라 메인 식사 때에는 얼굴들이 모두 시뻘겋게 익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 선블록 화장품, 토시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지만 서양인들은 해만 있으면 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선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은 일조량이 적어 어릴 때부터 비타민 D 복용을 권장하는데 이렇게 적은 일조량이 이런 문화를 만든 것 같으며 또 이 때문에 서양인들은 피부가 좋지 않고 피부암도 동양 사람들에 비해 많습니다.


이런 리셉션 파티 문화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서양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메인 식사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길게 남아 고역일 경우에는 슬쩍 다른 장소로 옮겨 핸드폰을 체크한다던지 딴짖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차피 내가 없어져도 서로 수다를 떠느라 나의 부재를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어색하게 그 자리를 지키느니 아예 없어진 후 메인식사 시간에 나타나는 게 보다 좋은 인상을 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30분 정도는 선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공부란 현재 돌아가는 경제, 정치상황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고 한국에 대해 질문할 경우에 대한 답변도 생각해 두는 것 등입니다. 제 경험상 북한과의 관계,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본인의 모범답안 하나씩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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