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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Valentino Cha

by 오로라

Valentino Cha는 제 후배의 외국어 이름입니다. (성이 "차"입니다) 단지 1년 후배이기 때문에 후배라기보다는 친구이며 입사동기이기도 합니다. 입사 초기, 학교 선후배이고 공통관심사도 많아 함께 술도 많이 마시러 다녔고 제가 결혼 후, 제 아내와도 친해져 저희 집을 자기 집 드나듯이 다니며 저희 집 술을 축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는 삼성계열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몇 달 후 저에게 "형. 웬만하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말뚝 박으셔" 라며 삼성이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후 저는 유럽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연락이 소원해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에서 연락을 하더군요. 알고 보니 삼성계열사를 그만두고 의료기기 중견 기업에 취직, 그 기업의 스페인 지사에 발령받아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반가워 제 가족을 데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날아가 그 친구 부부와 함께 바르셀로나 해변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친구는 멕시코 유학 경험이 있어 스페인어가 유창했는데 그날도 식당 종업원에게 유창한 스페인어로 주문을 하고 농담도 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왔구나"라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저녁 식사 후 당연히 제가 선배라 계산하려 했는데 이 친구가 스페인은 자기 지역이니 자신이 대접해야 한다고 우겨대 다음을 기약하고 그 친구가 저녁값을 내게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이렇게 후회될 일인지는 몰랐습니다. 저는 같은 유럽대륙에 있으니 자주 만날 수 있고 다음번엔 제가 거하게 대접하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친구로부터 멕시코로 가게 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듯했고 일반적으로 멕시코에 대한 인상은 불안정한 치안이 먼저 떠올라 그 친구의 멕시코행이 영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는데 다행히 얼마 전부터 카톡으로 연락이 재개되어 몸 건강히 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친구도 가끔 한국에 나간다 하니 가능하면 서로 시간을 맞춰 방한하여 만나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마음속 깊이 앙금으로 남아 있는 후배로부터 얻어먹은 흑역사를 다음번에 만나면 깔끔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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