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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17. 2022

레고 시티 2

 땅과 밀접해지려는 자세로 엎드린다

 땅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

 작은 진동

 작은 시작     


 땅에서 손이 뻗어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지?     


 죽음이 미끄러져서 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레고 하나에 의문과

 레고 둘에 연대로

 레고 셋에 불신과

 레고 넷에 사랑으로     


 동그란 손 하나에 단어로 네모난 몸 하나에 문장으로 질서를 지닌 빌딩 하나에 연으로 전체라 불리는 시티 하나에 가능성으로     


 주문처럼 우리를 믿으면

 만났던 순간처럼 의연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모두가 엎드려 있고 생각해 보니 불안이 진동이고 생각해 보니 어제 죽은 네가 이 광경을 보지 못한 게 아쉽고 생각해 보니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지녀 본 적이 없고          



                                                                         *     



 주문처럼 종말을 바라면

 마지막을 가장 아름답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고

 손과 손이 엉키고     


 땅에서 진동이 멈추고

 하나와 둘과 셋의

 마음이 탄생하고

 마음의 밑에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고

 모든 불빛이 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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