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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17. 2022

블랙홀

그들이 죽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흑백에서 백

무대 조명이 켜질 때

그들의 빛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때     


그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가

그들이 죽었다고 말해 줬을 때

처음으로 죽음을 인지했다      


여러분,

사과와 함께 밝힐 수 없는 미래를 전합니다     


우리는 중력으로 가득한 곳

모든 빛을 끌어모으는 곳

빛도 어둠 속에 침몰하는 곳

더 깊은 어둠에 유일한 빛이 남아 있는 곳

그 남아 있는 빛조차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곳     


처음이에요

누구보다도 처음이에요     


어떤 꿈을 꿔도 만나지 못했는데

홀은 블랙

검정은 모스부호

어둠은 빛의 속내     


모든 색깔이 뒤섞인 곳

나의 처음과 당신의 처음이 우리라 불리는 곳     


여러분,

진실과 함께 실타래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빛을 전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지만 세계도 아닙니다

세계는 아니지만 희망일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

제 말 역시 내일에게는 거짓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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