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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17. 2022

미메시스 범인

 사람을 만들었다     


 물론 눈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그게 내가 만든 첫 번째 사람이었고     


 그 이후에 나는 재현을 훔친 재현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했다     


 동물이 꾸는 꿈을

 내가 대신 재현해 주는 것     


 그들이 꿈을 꾸었는지 안 꾸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서사가 궁금한지 안 궁금한지가 중요했다     


 동물이 온통 사람처럼 말하다가

 태몽처럼 새겨지는     


 사람이 만들어졌다     


 나라는 사람 위에 덮어씌운

 온갖 것들이 뒤섞인      


 눈덩이를 굴리듯이

 세계에 다양한 것들이 뭉쳐지듯이     


 우연을 가장한다

 우연하게 만든 것이에요

 마치 전생 같았어요

 시점보다 더 짧은

 찰나였어요     


 기억을 가정한다

 개처럼 울었고 고양이처럼 세수했어요

 말처럼 달렸고

 새처럼 부유했어요

 아주 생생했어요     


 날씨에 영향받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장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나가서 비와 잎사귀와

 여백을 즐겨야 했다

 햇빛이 쨍쨍하면

 창문을 열고 식물처럼 멈춰 있어야 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들었다     

 

 온갖 것들이

 사람을 떠나기 전에

 온갖 것들이

 사람을 지우기 전에     


 사람이 사람을 만들었다     


 전생이

 사람을 꾸짖기 전에

 전생이

 사람을 잊어버리기 전에      


 미래가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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