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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Nov 17. 2022

아틀란티스를 빙자한

 나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수영장이면 더 좋고     


 레일을 따라 사람들이 수영을 하면 움직임이고     


 닮은 사람을 떠올리면 멈춤이었다 나는 그 공간을 지키지 못할 거라고

 어느 날 네가 알려줬다

 너는 나를 불신했고

 나는 불신으로 유지된다     


 물이라는 단어에 공간을 부여하고

 바다였으면 좋겠다는

 기도처럼

 불신에서 신을 만들어내는 말장난처럼

 주문을 외운다     


 나는 물이었다

 너도 물이었고

 우리는 양수라고 불렸고

 계곡의 골짜기에서 탄생했다

 바다라는 판타지를 꿈꾸는 사춘기에서

 수영장에서 헤엄을 연습하는 성인으로      

 

 물속에 가라앉는 게 제일 무서웠다

 숨이 안 쉬어지는 것이

 숨과 멀어지는 것이

 제일

 내가 거대해지는 순간이었다

 수영장을 가득 채우는 부피로

 바다로 확장되는 부피로

 네가 내 옆에 있음을 인식하는 거대함으로      


 죽음이 가장 이타적이었고 누군가를 옆에 두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나도 모르게 너를

 태어나면서 잃어버린 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제도 만났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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