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기를 지니고 있는가*
누가
누구에게
무기를 쥐는 법을 알려줬는가 우리는 물과 관련된 시를 쓰고 싶었다
우리는 물이었고
물로 이루어진 사건과 밀접했고
다시는
누구에게 무기를 쥐어주지 않겠다는 말과
다시는
힘이라는 말을 무기라는 말과 동의어로 두지 않겠다는 다짐과
홋줄을 풀어내고
소리와 함께 출항한다
소리는 상실이었을까
아니면 음악이었을까
우리는 기적을 바라던 계절이 있었다
*
나는 그 계절에 수업을 듣고 있다
지리 선생님이 울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말이
선생님에게도 그만한 아이가 있는데
나는 그만한 아이의 친구였는데
단어가 사라져간다
물이
바다가
단어를 쫓아간다 그러면 조금 이 세상이 나아질까
미래를 꿈꿔본 적이
모두에게 있을 테고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누가
무기를 지니고 있는가
누가
삶을 쥐었는가
*
나는 나를 사냥할 의무가 있어서 가장 먼저 내가 지녔던 언어 체계를 무너뜨렸다
*
나의 사랑은 음악을 닮았고 나는 음악처럼 시를 썼다
*
버릇처럼 죽은 공간, 죽은 이, 죽은 시간, 죽은 철학, 죽은 눈동자…… 비슷한 수식을 다르게 적었다
*
내게 쥐어진 기적을 들고
내게 쥐어진 이해를 들고
뱃고동이 울리면
항해가 시작된다
나의 바다가 당신의 바다로
나의 꿈이 당신의 어제로
바다처럼 사유하다가
바다처럼 울었고
날이 맑으면
날이 맑은 데로 시가 된다
기적을 믿는 일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은
누가
어떤 무기를 지니고 있는가
매체가 쏟아지는데
망치가 두들겨지는데
재판이 많은데
무기가 너무 많은데
물로 이루어진 도시를 상상한다 전설 속 아틀란티스처럼 모두가 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한
배가 바다 안으로 들어간다
이해 불가한 건
사라진 미래에 맡겨두고
도시가 있다
도시 안에 당신이 있다
나는 기적을 믿어본 적이 있다
*자넷 폴『미래가 사라져갈 때』, 김예림·최현희 옮김, 문학동네, 2021, 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