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커튼을 걷자 구름 수염을 단 산이 인사를 했다.
주말 아침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맑고 상쾌했다.
도로 위 구글 지도는 주황빛 선으로 가득했고 차는 조금 막혔다. 우리 앞, 빨간 승용차 타고 있던 소녀들이 갑자기 뒤를 돌아 남편과 나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손을 들어 인사하니, 차창 너머로 소녀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마트에 들어서니 몇몇 사람들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민망하다가도, 계속 이어지는 시선에 마음이 살짝 불편해졌다.
눈싸움을 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시선에는 악의가 담긴 게 아니라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다.
멕시코에도 한류 열풍이 거세다.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는 미용사, 멕시코 사람들로 붐비는 한식당, 마트 진열대 가득 놓인 불닭 볶음면과 짜파게티, 진라면,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이 가끔은 놀랍고, 또 고맙다.
남편이 회사 일행과 똘랑똥꼬 온천에 갔을 때 일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이 사진 찍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국인 여자와 사진 찍으려는 줄은 더 길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남편만 한 게 아니었다.
비자를 받으러 갔을 때다.
옆에 앉아 있던 우루과이 출신 여자아이는 힐끔힐끔 나를 보더니 수줍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에게 "Hola.(안녕.)" 하고 인사했다. 아이는 더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우루과이 아이 어머니가 말을 건넸다.
"한국사람이에요?"
"네!"
"우리 애가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해요. 한국 남자들은 다 잘생겼대요."
"아... TV에서만 그래요, 하하."
아주머니가 웃으며 소녀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얘야, TV 에만 잘 생긴 사람이 많대."
아마도 나는 작은 아이의 동심을 깨트렸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한국어도 혼자 공부한다는 그 아이가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
가방에 있던 영수증과 펜을 급히 꺼내 영수증 뒷면에 아이의 이름을 한국어로 써 주었다.
'메이를린❤️'
소녀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금세 활짝 웃었다.
"Muchas gracias. (정말 감사해요.)"
곧장 아이는 자신의 핸드폰 투명케이스를 열어 이름이 잘 보이게 넣고는 꼭 끌어안았다.
호기심 어린 눈들이 때로 부담이 되지만, 한국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나도 내 자리에서 받은 다정함을 나누고 싶다. 스쳐 지나가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멕시칸에게 멈춰 서서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로 화답해 주었다.
그 작은 인사가 몽글몽글하게 퍼져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