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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by 여름온기

출근하려는 남편의 옷깃을 붙잡고 아침부터 또 눈물이 쏟아졌다.

"여보... 나 너무 아파. 나 한국 갔다 올게."


한국으로 떠난 휴가,

거의 4개월간의 긴 휴가는 온전히 요양을 위한 여정이었다.


현지 병원에서 MRI를 찍어보니 디스크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어느 순간, 눈에 띄게 하체 근육도 빠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서도 주사나 수술과 같은 치료 방법이 있다고 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치료받고 싶지 않았다. 난 그렇게 한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탈 무렵 증상이 더 악화되어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질질 끌어 탑승할 정도였다.


신경 차단술을 받고 재활을 받으며 어느 정도 나아가는 시점,

이제 곧 다음 주면 비행기를 타고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야 하는데 또다시 처음처럼 아파서 걸음을 걷지 못했다.


'다시 좀 더 있다가 가야 하나.'

'남편을 계속 혼자 둬서는 안 되는데.'

'가서도 아프면 큰일인데, 치료받을 곳이 없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노래방에 갔다.

'그래, 고음을 좀 지르다 보면 나아지겠지.'


'잔인한!!! 여자라!!!...

나 같은 사람 꼭 만나기를—

우와아아아악!!!'


누나가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쓰러지듯 웃던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 누가 보면 헤어진 줄 알겠어."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달빛—

꺄아아아악!!!!"


그러다가 이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과 고성이 섞인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나마 답답함이 해소가 되며 머리가 가벼워졌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같이 우실까 봐 괜히 조마조마했는데

평소에 긍정적이고 쾌활한 엄마는,


"답답하지,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그 마음 이해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히려 엄마의 담담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에 묻은 먼지를 툴툴 털어내주었다.




"벌써 아픈 지 일 년째다. 몸은 왜 이렇게도 지겹게 안 낫는 거니."

출국일 하루 전날까지 허리 통증은 나를 못살게 굴었다.


남편도, 부모님도, 친구도 "너 자신을 먼저 생각해." 라며 비행기 일정을 더 미루라고 했다.

하지만 왜 이리 남편이 눈에 밟히던지.

일도 힘든데, 혼자 타국에 있을 남편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난 미련하게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안 나은 허리, 멕시코 가서 뭐 필라테스든지 뭐든지 하자. 일단 그냥 가보자.'


그렇게 비장하게 복대를 부여 맸고 멕시코를 향해 15시간의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불안.

내 평생 시시때때로 싸우고 있는 감정.

불안은 늘 같은 방식으로 나를 굴레 속에 가두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밟은 멕시코 땅에서도 그 감정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랑 안 맞는 사람들과 또 어떻게 지내지?'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모든 게 기우였다는 듯, 무사히 잘 내려서 집으로 향했다.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몸도 잘 회복할 거야.'


졸음에 잠겼다 깨기를 반복하는 사이, 차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점심을 포장하러 잠시 들른 한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러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타이어에 펑크 났어."

예고 없이, 나를 또 불안 속에 가두는 녀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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