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기록 보관소, 다섯 번째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레는 일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은 퍽이나 슬픈 일이다.
지나온 지극히 평범한 날들의 흔적일까?!
그래도 다행히 고향 집에 가는 날은 설렘이 있다.
내 고향은 푸른 바다가 속삭이는 올해 가뭄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강릉이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가뭄은 해결되었다.(10월 2일 이후 3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을장마가 온 것은 그 난리의 후기다)
하여튼,
그런 그곳에 갈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학창 시절만 해도 변변한 유명 영화관 하나 없는 촌구석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나도 보통의 지방러들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 촌구석을 좋아하게 되었다.
왜 그런 걸까?
단순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고향에 대한 향수 일까?
난 그 보다 다른 이유가 먼저 떠올랐다.
일종의 '도피처'랄까?!
삶의 고달픔에 지칠 때마다 참고 참아 마지막에 도망갔던 곳이 바로 고향이었다.
어리광을 받아주는 부모님이 있고
시끄러운 삶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멀고 먼 곳..
지금 생각해도 수도권 어디쯤 애매하게 붙어 있지 않고 멀리 동해바다 외딴곳이라 좋다.(요즘 그 외딴곳이 주말마다 KTX는 매진이다)
그런 고향에 간다.
특별히 그곳에 바라는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잘 있는지 한 주먹의 기대감과 걱정을 가지고 간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맘모스와 단팥빵 옆에 셀렘의 달콤함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