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기록 보관소, 여섯 번째
인사도 없이 가을이 그냥 가는가 싶었다..
다행히 가을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봄이 산뜻한 에이드(ade)라면,
가을은 산미 가득한 아메리카노다.
또 가을이 되면 항상 이중적인 느낌을 받는다.
포근하고 따뜻하면서도 한편 처량하고 쓸쓸하다..
한 해의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추수 감사(Thanksgiving)의 시즌이면서,
혹독한 겨울을 앞둔 마지막 잎새의 계절..
다행히도 오늘은 포근한 느낌이 더 크다.
벌써 연말을 천천히 이야기하고 카페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다소 어색하게 흘러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치여 정신 차리기 어려운 요즘, 계절까지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니 어디에서 안정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노인들이 살아가기 너무 힘든 세상"이라는 어머니 말처럼, 나 또한 제대로 정신 차리고 살기 점점 어렵다. 이제는 제대로 산다는 의미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고자 할 뿐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할 수 없는 일(통제 불가능한 일)은 과감히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노란 은행잎 가든한 곳에서 산책을 하고, 적당히 붐비는 카페에서 산미 가득한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초코 케이크를 주문한다. 그리고 나서 몇 장 남지 않은 결말이 궁금한 책을 읽어 보자!
나의 가을은 이렇게 소소하다.
붙잡을 수 없는 결국 지나가 버리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앞으로 올 적당히 새로운 것을 기대해 본다.
여기에 한 가지 욕심을 부리자면,
당신의 가을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