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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Jan 08. 2021

네가 뭐라고 날 평가해?!(서류 편)

길버트 잡(JOB) 생각, 네 번째

 난 평가받는 것을 무진장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렇게 시험을 싫어했는지도..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평가(?)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내가 뭐라고 남을 평가하는지 참..) 그래도 요즘은 나를 찾는 학생들이 기업/기관의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여튼, 오늘은 기업/기관의 채용 담당자들이 채용할 때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을 평가 하는지 이야기하겠다. 먼저 서류(입사지원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에 면접을 이야기하겠다.


우선,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것이 찐(?) 어렵다! 정말 힘들다. 점점 평가 방법과 기준들이 고도화되고 객관화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참 어렵다. 요즘 같이 대면보다는 비대면 채용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어려워졌다.  그만큼 기업과 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즉, 아무나 간단히 막 뽑을 수가 없다. 최대한 많은 검증 단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통 대기업 기준으로 채용 기간은 3.5개월이다. 기간만 따지면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원자가 그 기간 내내 검증을 받느냐가 중요한데, 그렇지 않다. 지원자가 너무 많다 보니 평가할 절대 수와 단계가 있다 보니 이렇게 기간이 나오는 것이다. (보통 서류 제출 및 심사 한 달, 인적성 또는 NCS직업기초능력 평가 진행 및 평가 보름에서 한 달, 1~2차 면접 진행 및 평가 한 달, 최종 건강검진 보름 내외) 즉, 인당 검증 시간, 기간은 절대 길지 않다. 그래서 채용 담당자들은 항상 고민이 많다. 절대적 짧은 기간 안에 우리 기업을, 우리 기관을 이끌어갈 인재를 뽑아야 하니깐! 그리고 그 인재들이 해당 직무에서 좋은 정량, 정성 성과를 내야 하고 또 조기 퇴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절대적 짧은 기간 안에 우리 기업을, 우리 기관을 이끌어갈 인재를 뽑아야!

그래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1~2차 면접 후 일정 기간 동안 인턴을 진행하고 그 후 최종 면접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의 공채 폐지에 따른 수시 채용 확대로 인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예전에는 그래서 소위 말하는 '취업 10가지 스펙'으로 채용을 많이 했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인턴십, 봉사활동,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남들보다 이런 스펙의 점수가 좋으면 기업&기관에서도 일을 잘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아니 실제로 이런 신입들이 어느 정도는 일을 잘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 이유를 좀 깊게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삼성이 세계 최고 기업이다. 하지만 80~90년대에도 그랬을까? 아니다. 이때는 삼성보다 소니, 도요타 등 일본 기업과 독일 기업이 세계 최고였고(미국 기업은 빼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기업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였다. 그러다 보니 일류 기업과 그들의 상품을 분석하고 이를 벤치마킹해서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했고 10가지 스펙이 탁월한 좌뇌형 인재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10가지 스펙이 과거 채용 시장에서 중요했고 그래서 이 점수를 높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드린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10가지 스펙으로만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 그 이유도 앞선 사례에 이어서 이야기하겠다. 

80~90년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천 년 2000년대가 되면서 삼성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제 최고가 되었다. 더 이상 1등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기업도 상품도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남들이 쫓아오고 싶어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인재의 기준, 규정도 변경되었다. 철두철미한 분석력보다는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창의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제는 예전보다 직무가 훨씬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그러다 보니 10가지 스펙으로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왔다. 그래서 공용적인 이런 스펙보다는 직무 맞춤 경험과 경력이 더 중요한 스펙이 된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국가 직무능력표준(NCS)' 사업과도 잘 맞아떨어져 지금의 NCS가 공공기관과 금융권, 대학병원 등의 채용에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된 것이다.

  

철두철미한 '분석력' 보다는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창의력'이 더 중요

시대에 따른 인재상의 변화는 다른 시간에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어 보기로 하고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 서류 평가 기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겠다.


기업과 기관마다 서류 작성 양식과 특히 자소서 문항이 다르기 때문에 공통적인 서류 평가 기준은 없지만 그래도 암묵적인 평가 기준은 있는 편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야기하겠다.

먼저, 평가 기준에 이런 것이 있다. '명백하게 감점 요소가 있지 않으면 우선 통과시킨다!' 대부분의 서류 평가가 그렇다. 뛰어난 서류를 뽑는 것보다, 누가 봐도 아닌 서류를 탈락시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그렇다. 지원자격과 블라인드에 위반되지 않으면 적, 부 판단으로 통과시킨다. 


평가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정량 부분일까, 정성 부분일까? 당연히 정량이다. 우선 정량은 있고 없고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영어 점수가 있고 없고, 직무 관련 자격증이 있고 없고, 인턴 경험이 있고 없고.. 그렇다 보니 정성적인 내용이 많은 자소서보다 정량적인 내용이 많은 이력서가 평가 하기 더 좋다. 하지만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의 보편화로 이력 서안에서 정량적인 부분을 많이 볼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적, 부 판단을 하는 것도 있다.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의 보편화로 이력서안에서 정량적인 부분을 많이 볼 수 없다

자소서는 기본이 정성적인 내용이다. 지원자의 소중한 경험을 좋고 나쁨으로 단순 평가할 수 없다. 그러면 자소서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직무 연관성'이다. 경험 사례를 적는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지원한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 인지 어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조금이라도 취업 준비를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 좀 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을 3가지 정도 알아보겠다.


첫 번째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 글쓰기이다. 자소서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가 아니다. 명확한 읽는 이를 대상으로 작성한 글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을 위한 글쓰기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단순히 적기보다는 읽는 이가 듣고 싶은 말을 적는 것이 맞다. 그럼 자소서를 통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기본 질문 항목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해당 직무와 기업/기관에 지원한 동기와 입사 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일을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와 성과 내기 위한 어떤 전문 지식 및 기술이 있는지 다. 또한 공동체 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이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이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하는 방법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또 읽는 사람이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글이 깔끔해야 한다. 글이 깔끔하다는 의미는 말하고자 하는 봐가 명확하고 문장의 길이가 길지 않고 글을 꾸미는 부사나 형용사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맞춤법, 띄어쓰기,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지양, 단어 사이 내려쓰기 않기 등이다. 카더라 뉴스를 보면 '맞춤법을 틀리면 서류 탈락!'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맞춤법 한 개 틀렸다고 탈락시키지는 않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글이 지저분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힘들다. 그래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읽는 이가 듣고 싶은 말을 적는 것 &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두 번째는 자기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좀 더 말하면 자신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글쓰기가 좋다. 1995년 이후 출생한 요즘 젊은 세대를 보통 Z세대(Generation Z) 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어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채용 전형에서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듣고 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생각을 많이 말한다. "그래서 지원자의 생각은, 주장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선뜻 바로 대답하는 지원자들이 많지 않다. 왜 그런지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자소서든 면접이든 광탈의 조건이다. 기업/기관에서 믿고 거르는 지원자가 바로 이런 류이다. 신입일 때는 자기의 생각보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스스로 업무를 만들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 하여튼, 생각보다 이런 지원자들이 많다. 자소서를 보면 이런 지원자들은 보통 '누구보다도 성실한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다...'라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는 아버지가 아닌데도 말이다. 또는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이렇더라, 어떤 논문을 보니 그렇더라' 또는 '주변에서 어떤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그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더라..' 등등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자소서에서 주변인으로 있을 뿐이다. 절대 이러면 안 된다.

취업 전문 강사라면 누구나 이야기하는 STAR 기법(s상황, t과제/무, a행동,r결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A(ac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인 자신의 행동/노력이다. 자소서는 결국 이 action 싸움이다.

질문 항목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지원동기를 적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원 기업/기관이 1등이기 때문에' 또는 '국민들을 위한 우수한 사업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원한다고 쓰기보다는, 그것들이 본인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본인이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여 기업/기관에 기여하고 싶은지 적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인 자신의 행동/노력 중요, 자소서는 결국 이 action 싸움

마지막 세 번째는 면접 전형을 염두에 둔 글쓰기이다. 면접은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평가를 한다. 모든 지원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자소서를 쓰다 보면 면접은 고사하고 1차 서류만 어떻게 붙어 보자는 마인드로 글을 쓰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각종 거짓말과 부풀림이 난무하게 된다. 나도 그랬고 여전히 많은 채용 담당자들은 의심이 많다. '자소서에 적은 내용이 정말 일까? 이런 경험을 했다고? 이런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이런 물음이 생기면 기본적으로 확인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걸 1차 면접 때 주로 한다.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이 보통 나온다. 몇 번만 꼬리를 물어 들어가면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자소서 내용에 살을 붙이는 것은 괜찮지만, 없는 것을 했다고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작성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개념이나 내용에 대해 너무 확실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좋지 않다. 예로 이런 내용이다. "나는 ~~ 과정을 통해 혁신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는 "~~ 업무를 통해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글을 쓰고 면접 때 이야기하면 여기에 대한 공격(?)이 들어온다. "000 지원자가 생각하는 기업의 혁신은 무엇인가요?"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여기서 대답을 잘하면 당연히 플러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솔직히 더 많다.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을 매우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안된다. 그리고 해당 정의나 내용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서 1차 서류 통과만을 위해 무리하게 내용을 적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적어도 '이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지!'라고 미리 생각 한번 하고 적는 것이 좋다.


 '이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지!'라고 미리 생각


서류 전형 평가는 이제 명확하게 두 가지 초점으로 나누어졌다. 블라인드로 인해 정량적인 평가가 예정보다 많이 어려워진 환경임으로 최소한의 지원자격을 갖추면 통과시키는 적/부 평가, 그리고 지원자 상향 평준화로 블라인드와 마찬가지로 이력서 상으로 평가/구분이 어려워짐에 따라 예전보다 자소서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다. 본인이 지원하는 기업 또는 기관이 이 둘 중 어느 평가 스타일인지 입사지원 전에 각종 인터넷 정보 및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알아보고 각각 맞춤으로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소서를 쓰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한번 꼭! 해보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자기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유튜브에 나오는 각종 스킬로만 글을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제는 이런 경우를 각각의 전형 단계에서 다 구별해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꼭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는 면접 평가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다!

아,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참고로 올해는 신축년 소띠 나의 해다^^


출처: JTBC 드라마 '안녕 드라큘라(hello dracula)'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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