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0년의 굳은살, 그리고 뒤늦게 피어난 철
84만 원의 첫 월급봉투를 쥐고 막막함에 울던 신입 치료사는 이제 없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손끝에는 수많은 환자의 온기와 단단한 굳은살이 박였다. 사실 고백하자면, 그 10년의 세월을 오로지 숭고한 사명감으로만 채운 건 아니었다. 때로는 인생을 좀 막살기도 했고, 앞날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던 날들도 길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다섯. 2025년, 가족들의 도움과 내 피땀 어린 월급을 모아 부산에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칸을 마련했다. 이제 겨우 내 집을 가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집주인이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느껴지는 안도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철없던 시절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서른다섯이면 당연히 가정을 꾸리고 살 줄 알았는데, 결혼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다. "남의 일상은 그렇게 잘 챙기면서, 내 짝 찾는 건 왜 이렇게 어렵나" 싶어 쓴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이제야 정신 차리고 내 삶을 단단하게 일구기 시작했으니, 인연 또한 가장 좋은 때에 찾아오리라 믿어본다.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여전히 박봉이라 투덜대기도 하고, 몸이 부서질 듯 고단한 날도 많다. 하지만 퇴근 후 부산의 맛집을 찾아 기록하고, 내가 직접 일구어낸 집에서 편히 쉬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이제는 안다. 내가 행복해야 내 환자들에게도 진심 어린 미소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을 10년 만에 깨달은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내일 아침 8시에도 나는 어김없이 엄마가 닦아준 그 출근길을 따라 병원 문을 열 것이고,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그들의 일상을 함께 빚어갈 것이다. 조금 늦게 철든 10년 차 치료사 갱선생, 나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