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날이라 아이들도 나도 들떠 있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언제나 연휴는 반갑다. 아이도 어른도 감출 수 없는 감정이다.
고학년 아이들을 지도할 때 늘 보여주는 영화가 두어 편 있다.
그중 '늑대아이'를 추석 선물로 준비했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볼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가 같이 보기를 권하는 좋은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된 계기는 중학교 다니던 둘째가 학교에 다녀와 나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동을 전달한 일화를 통해서이다. 얼마나 좋은 영화길래 자신의 감정을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몸만 큰 사춘기 소년을 저리도 흥분하게 했을까 궁금했다. 나에게 인생영화 몇 편을 꼽으라 한다면 이 영화를 꼭 넣고 싶다.
영화는 모든 생명의 존엄과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반 아이들도 감정을 입으로 표현하며 반작이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감상문 쓰기를 지도했다. 아이들의 글은 단순하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를 잘 몰라 늘 '재미있었다.', '좋았다.', '부러웠다.' 등으로 마무리된다. 초등교사들의 정보 전달 창구인 인디스쿨에서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모아놓은 자료를 다운로드하였다. 늘 좋은 자료를 공유하는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감정을 얼굴로, 몸으로 나타내기 놀이를 한 후 사전에 포함된 표현들을 글에 5개 이상 넣기를 원칙으로 글을 썼다.
역시 우리 반 아이들은 천재가 분명하다.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모지리 교사의 오버스러움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