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지금은 교과서를 출판사들이 만들어 학교에서 선택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국어와 도덕은 아직 국가에서 만드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시대 상황과 학습자들의 변화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도덕 교과서는 여전히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 학생들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은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교육목표와 학년 수준의 성취기준에 도달 가능한 학습 자료 개발에 분주하다. 나는 그림책과 놀이 활동, EBS 자료들을 주로 활용한다.
이번 도덕 시간에는 가치 보드게임 만들기를 해 보았다. 협동을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모둠원들이 협동하여 보드게임을 만들고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각 모둠별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정하게 하고 그 가치를 중심으로 게임판을 만들게 했다. 10분 정도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을 뿐이다. 제작 시간은 40분 수업 시간을 기준으로 3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조잡한 주사위 게임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결과물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임판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과 그것들을 실천하기 위한 미션들이 사랑스러웠다. 놀이를 하는 내내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친구를 비난하거나 남 탓을 하며 화내는 아이들이 없었다. 성공한 수업이다.
교과서와 활자를 통해서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교과서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참고 자료일 뿐이다.
오늘도 초등교육은 기본인 전인교육을 위해 노력한다. 안전하게, 즐겁게 잘 데리고 논다. 가끔은 교과서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