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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Sep 27. 2024

비상상황

급식이 연착

아! 이럴 수는 없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도 30분이 지나야 우리 반 급식 차례가 시작된다. 그동안 알림장을 미리 쓰고 아이들은 놀이를 하며 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급식이들의 대장인 나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4교시 시작할 즈음 업무메신저로 밥이 덜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3층 교실에서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당연한 일이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시각이 1시 20분이니 밥을 먹고 나면 놀 시간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의 메뉴는 크림새우에 쌀국수다. 하~~~ 입에 침이 고인다. 사랑이 들은 차마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한숨짓는다.


내가 먼저 난리를 떨었다.

"아, 배고파서 눈물 나겠다. 이이잉"

 아이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어쩔 수 없다. "그럼 지금 5교시 수업하고 5교시에 6교시를 하자. 그리고 6교시에 점심시간에 못 논 놀이시간. 어때?"

"박쑤~~ 우" 역시 노는 게 제일 좋다.


약속대로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 공원 놀이터로 나갔다. 하늘도 바람도 기분만큼 맑은 날이다. 잘 먹고 잘 노는 아이들이 잘 자란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보다 잘 놀아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학교 조합 마켓에서 아이들 모르게 깜짝 선물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두었다.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까먹으며 나는 우주최강 선생님이 되었다. 작전성공! 가끔은 계획에 없던 일이 소소한 행복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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