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업무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는 프리랜서라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5년째 계속한다. 덕분에 교실과 학년을 옮기지 않을 특권을 부여받았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한 학급이 대략 27명 정도다. 그 안에는 별의별 사정 있는 아이들이 다 있다. 내 어린 시절이 그다지 평탄치 않았기에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
해마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신청해 그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학폭 사건을 일으킨 아이의 부모를 대신해 다른 학교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었고, 가해자 아이를 내 아들로 삼았다.
엄마는 알코올중독이고 아버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다. 아이는 늘 방치되었고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탓에 바른길로 가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면 녀석을 데리고 같이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러 다니기도 했다. 볼링을 배우고 싶다기에 친한 아이들을 데리고 볼링장도 다녔다. 고도 비만인 아이와 함께 등산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가끔은 엄마라 부르며 응석을 부리는 귀염둥이(키가 나보다 커진지는 한참 되었다.) 순한 양이 되었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마라탕이 먹고 싶다며 카톡을 보낸다.
나는 상담교사다.
전문상담 교사 자격증은 없다. 해가 지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까지 일이 생기면 꼭 나에게 연락을 한다. 상담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쉬는 시간, 하교 후 교실 문을 열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늘 초콜릿을 준비해 둔다. 달달이를 먹으며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같이 울고 웃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은 진정이 된다. 내 교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다.
학교는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교육관이다
우리 학급은 왕따가 없고 폭력이 없고 숙제가 없다. 차별도 없다.
아이들의 선한 영향력은 생각보다 힘이 강하다. 본인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그 영향력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학급 분위기는 더없이 밝아진다.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닭살 돋는 하교 인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고 눈 맞춤을 해 주었다. 종일 나와 한 마디 못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나를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당신의 자녀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교사를 신뢰할 수 박에 없다.
(민원이나 학교 폭력 시건의 발생원인이 교사의 무능 탓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님을 밝히니 오해 없으시길…)
나는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직업인이다.
프로 프리랜서다. 내 스스로 기간제 교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프로라는 단어 안에는 맡은 일을 책임있게 잘 해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자부심이 자만이 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공부한다.
존중. 배려. 감사
13년째 급훈으로 쓰고 있다.
세상에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을 내가 다 책임져 줄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교실 안에서는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교단에 설 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의 교실에서는 끝까지 우주최강 라미쌤으로 살고 싶다.
우!주!최!강!
<올 해의 선생님, 라일라 그리어>
다정함이 바꾸는 세계
어린 라일라의 ‘만약에 걱정들’과 불안을 해소할 길을 찾아준 건, 라일라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 컨 선생님의 ‘다정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