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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리에 Feb 09. 2024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의미있는 기억

▶ 몽펠리에 국립대 어학당 B2 (2020.9-2020.12)



2020년 9월 여전히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고 실제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약 2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상황이 좀처럼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학당 등록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학기에 엉망이었던 온라인 수업 때문에라도 선뜻 등록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게다가 코로나가 창궐해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었던 3월에도 주말에 반 대표가 주말 파티 반모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심지어는 본인의 가족마저 데리고 가서 참석하는 이들을 보았을 때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생각났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났을 때 방사선 구름이 프랑스의 국경에서 멈출 거라고 방송에서 보도를 했고 또 많은 프랑스 사람들도 믿었었다는 사건 말이다. 주말 파티를 주도하던 반 대표는 코로나도 피곤하니까 주말에는 쉴 거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방사선 구름이 프랑스 국경은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하는 상황에 수업을 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심하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 면역성이 떨어져서 알레르기로 피부를 미치게 가렵게 했던 부작용에 시달렸던 나였다. 그래서 파티를 좋아하는 그들과 함께 했을 때 내가 면역성이 약하면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학기를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나에게도 배움의 순간이 평생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배울 수 있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7천명 정도의 확진자들이 나오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를 등록했다. 


학교가 개강을 하고 이번 학기의 시간표를 받아보니 내가 배정된 반의 수업의 시간표로는 수업을 받기가 불가능했다. 이유는 그 반의 수업이 늦게 끝나는 요일이 있어서 그 수업을 받게 되면 집으로 돌아올 마지막 버스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 귀가할 수 없었다. 나는 어학당 직원에게 가서 반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이유는 많은 학생이 반을 바꿔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만 바꿔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학비도 지불했고 수업을 받고 나면 집에 돌아갈 버스가 없어서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불가능하다. 이메일 보낼 때까지 기다려라.”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한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자니 디렉터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디렉터에게 직접 부탁했다. 왜 나는 반드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는데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디렉터도 반복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경하게 의견을 주장했다. 첫째, 내가 학교 등록 당시부터 내가 사는 곳을 설명했으며 어학당에 오기 위해 통학 시간이 하루 왕복 6시간 소요가 된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의 실수로 인해 어학당에 등록하러 오는 것도 2번이나 와야 했다는 것. 이렇게 따져들자 디렉터가 종이 쪽지를 내밀어서 내 이름을 쓰고 반변경을 원하는 이유를 간단히 쓰라고 했다. 


반변경을 디렉터에게 요청했지만 승낙을 얻지는 못했기 때문에 기존에 배정된 반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고 문제가 되었던 늦은 수업은 받지 않고 집에 귀가했다. 이틀째 아침이 되었다. 새벽 5시에 집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30분 동안 반 바꾸는 것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내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찼다. 그래서 나는 버스 정류장에 걸어가면서 디렉터에게 이메일을 썼다. 프랑스 방식으로 형식을 모두 갖추어서 서론, 본론, 결론, 편지의 경구 맺음말까지 제대로 써서 디렉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 문제의 기존의 반에서 영혼없이 수업을 받고 머나먼 길을 다시 되돌아서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마침내 디렉터에게 답장이 와 있었다. 나의 반 바꾸는 것의 요청이 수락이 되었기에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른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나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나는 새로운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나서의 어학당 수업은 이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 작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외국인들이 처음으로 몽펠리에에 도착하여 유학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로 가득찼다. 지중해에서 가깝기도 한 몽펠리에이기에 도시 탐험도 하면서 근교 여행도 하면서 유학생활을 만끽하고자 하는 유학생들로 마치 축제가 시작 되기 이전의 들뜬 분위기의 열기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갱신을 하고 있는 2020년 하반기는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를 선호했다. 온라인 인터넷 강의로 충족이 안되는 부분에 목이 말라서 현장 수업을 받아야 겠다고 굳게 결심한 나같은 사람들이나 본인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학교에 직접 와서 현장 수업을 받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의 축제 분위기는 끝났다. 이제 노량진 재수학원이나 신림동 고시원 분위기였다.

 


어학당의 2020년 하반기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았다. 개강이 9월 1일이고, 종강이 12월 9일, 중간에 방학이 1주일이다. 방학을 기점으로 방학 이전에 과목마다 첫번째 contrôle continue (시험)을 본다. 그리고 종강하기 전에 두번째 contrôle continue(시험) 을 보고 종강 이후에 examens (기말고사)를 보면 한 학기가 끝난다. 총 200시간의 수업을 듣는 것에 추가적으로 B1 이상의 레벨 부터는 즉 B1,B2,C1 레벨은 선택 과목을 2개를 수강해야 한다. 즉 일주일에 3시간의 수업을 더 들어야 한다. 그래서 총 236시간 정도의 수업을 듣게 된다. 과목 수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문법1, 문법2, 음성학, 옵션 2개 이렇게 9과목이다.


나는 옵션 과목을 과학과 프랑스 문학을 선택했다. 과학은 많은 카테고리 중 요즘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테마인 환경에 대해서 배웠다. 열정없고 게으르게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기에 작년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준 선생님들이 굉장히 그리웠다. 프랑스 문학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배우는 유명한 작품들을 개략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시에 대해서 배웠다. 프랑스 시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시작법을 배웠고, 다루었던 대표 작품들의 시인들은 라블레, 롱사르, 라신, 볼테르, 라퐁텐, 몰리에르, 보들레르, 베를렌느, 랭보, 기욤 아폴리네르 등이다. 그 다음으로는 볼테르의 “Traité sur la tolérance(관용론)”의 텍스트의 일부분을 읽었다. 문학 선생님이 이 텍스트를 읽어 주면서 똘레랑스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볼테르가 왜 이 텍스트를 썼는지, 그리고 볼테르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초의 생각들은 무엇인지 텍스트를 읽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원래 예정에 없었던 볼테르의 텍스트를 읽은 이유는 프랑스에서 지리 역사 과목의 한 교사가 테러리스트에게 목이 잘려 참수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온라인 강의가 아닌 위험을 무릅쓰고 가서 먼거리 통학을 하며 직접 학교에 가서 받은 효과는 말하기 수업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말하기에도 방식이 있다. 본인 멋대로 말하기를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고 서론에서 다루어야 할 것, 본론의 구성요소, 결론을 맺는 형태에 이르기까지 형식이 있다. 나는 지난 학기에 이 방식을 배우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전환된 온라인 수업으로 배우지 못했기에 이 부분을 기필코 배우고 싶었다. 숙제로 점철되었던 온라인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 불가능했던 말하기 수업은 이번 학기에 직접 학교에 와서 대면 수업을 통해 들으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역시 비대면 수업보다는 대면 수업이 몇배는 더욱 효과적이다. 발표하는 방법은 선생님에게서 배웠지만 학생들 모두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같은 아이디어라도 저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른 표현을 사용해서 발표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 말하기 수업을 제외하고 다른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왜냐하면 코로나 이전에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정말 열정으로 가득차고 능력있고 수업 준비도 열심히 했던 분들이셨기에 그분들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는 열정적으로 가르쳐 준 분들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게 모두 사라졌다. 그 뛰어나고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로 인해서 학교에 가서 배우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고, 프랑스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이 굉장히 컸었다. 예전에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그리웠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을진데 가르치는 것에 열정을 가진 능력있는 스승들과의 이별은 아쉽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 분들의 열정은 나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몽펠리에 국립대 어학원의 우리 반 학생들은 모두 서로 다른 국적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생각 반경의 스펙트럼의 폭이 굉장히 넓다. 다양한 국적의 B2 수업중에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에피소드 1) 시위

그룹 발표 수업의 미션이 주어졌다. 원하는 사람들과 발표 그룹을 형성하면 된다고 했다. 국적이 같은 사람들끼리 같은 조원이 되면 안된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내가 들어갔던 조에는 한국인 나, 베트남인, 콜롬비아인, 중국인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발표 주제를 ‘시위’로 하기로 했다. ‘시위’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였기 때문이었다. 경찰관들도 시위를 하는 나라 프랑스, 샴페인과 소세지를 구워서 바베큐 집회도 하는 프랑스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시위를 각 나라와 비교하여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 출신의 학생의 설명 차례였다. 그 중국 학생의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중국에서는 시위가 있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 발표자 중국 학생이 대답하기를 중국 국민들은 불만이 없기에 시위 같은 건 없다고 대답했다. 살면서 나라에 불만이 없다니 신기할 일이다.  


에피소드 2) 스승의 날

베트남 출신인 한 여자아이가 11월 20일은 베트남에서 스승의 날이라며, 우리반을 담당하는 두 명의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반 전체 톡으로 보냈다. 메시지 문구는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형식적인 전형적 모범답안 유형의 감사하다는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에 샘들의 이름을 추가하여 오류가 전혀 없는 완벽한 문장의 프랑스어로 반 전체 톡방에 보냈다. 그 메시지에 대한 샘들의 답장은 다음과 같다.


샘1 : 감동적이야. 굉장히 고마워. 그런데 프랑스에는 스승의 날이 없어.
샘2 : 고마워, 나도 역시 굉장히 감동받았어. 오늘 중으로 시험 일정 날짜 발표할게.


에피소드 3) 생일초대

11월 18일 수요일에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온 한 남학생이 반톡을 날렸다.


“안녕 애들아, 나 OO야. 다음주 내 생일에 너희들을 초대하고 싶어. 다음주 화요일에 시험이 끝나고 오후 OO시에 OO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생일파티를 열거야. 고마워. 좋은 밤 되길…”


현재 프랑스는 외출 제한령으로 학교 수업도 1주간의 Toussaint 방학이 끝나고 나서 11월 2일부터 전격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와중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는 집 밖으로 외출하면 안되는 상황이며, 외출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유가 적힌 attestation을 작성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본인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할 것이라고 반 애들에게 초대장을 날렸다. 규칙과 법을 잘 준수하는 한국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남학생의 제안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반의 아르헨티나 출신의 한 여자애가 “좋아” 하고 그 남학생의 초대를 수락했다. 파티의 힘은 집 반경 1km만 나갈 수 있다고 했던 대통령의 말보다 더 강하다.   



에피소드 4) 반장선거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다양한 국적 출신의 친구들이 반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대화다. 획일적으로 국적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간단한 구분을 해놓은 것뿐이므로 가볍게 봐주길 바란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 출신의 마담

-나는 이미 선생들을 통솔하는 책임자로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반을 잘 통솔할 수 있어.


알제리 출신의 여자애

-나는 프랑스어 말을 잘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대표해서 이야기를 잘 할 자신이 있어.


이란 출신의 남자애

-나는 반장이 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엄청나게 되어 있어.


러시아 출신의 여자애

-나는 지난학기에 반대표를 해봐서 익숙해. 너희들이 추천을 해준 이상 나도 반장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 출신

-우리는 개인적으로 바빠서 반장을 할 시간이 없어.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리비아, 시리아 출신

-결석.


결국 성격이 꽉 막힌 조지아 출신의 마담은 탈락하고, 본인이 말을 잘한다며 자신있게 본인이 반장으로서 최적임자라는 알제리 출신의 여자애도 탈락되었다. 반면에 축구를 좋아하고 미식 축구를 해도 지지 않을 골격을 가진 19세의 똘망똘망한 러시아 출신 여자애와 본인이 하고 싶은 본인의 생각을 적절한 단어로 말하지 못하지만 반장이 너무 되고 싶은 동기부여가 충만한 이란 출신의 남자애 이렇게 2명이 반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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