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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18화

by 마담 리에


네이버 블로그에 2021년 3월 5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랑스의 남부에 위치한 조그만 산골짜기 마을에 내 발을 딛게 된 인연이 2016년이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내가 이곳에서 살게 될 거라는 것은 짐작조차 못했고, 중년의 나이에 인생의 이모작을 시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리 시작하리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배우지 않았던 새로운 언어를 중년의 나이에 습득해야 하는 사실도 말이다. 프랑스어 실력이 빨리 늘어날 지 아니면 흰머리가 빨리 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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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프랑스에 살게 된지 5년이 되어가려 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밝은 조명과 자동차 경적 소리와 도시의 소음이 가득찬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삶에 익숙해져있다가,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 이 곳은 아침이면 새들의 지저귀는 합창으로 일어나게 되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생물 다양성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벌들과 새들, 그리고 저녁에는 부엉이와 올빼미 소리가 들리고, 방에 놓인 침대에 눕게 되면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보인다.


짝궁과 결혼하게 된 그 해, 나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앞으로 될지 모른다는 짙은 안개가 끝없이 펼쳐져 그 두꺼운 안개를 어떻게 헤치고 가야 할지 몰랐던 그 때에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나를 떠밀고 있었다.


현재 나의 상황은 프랑스에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생의 입장으로 오게 된 것이 아니고, 한 남자의 아내로 오게 되었으며,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이 곳에 일자리가 충분히 없으므로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공부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짝궁이 아프게 되면서, 내가 빨리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를 열흘처럼 강도 높게 나를 다그쳐서 빨리 실력을 향상 시켜야 하는데, 나의 뇌는 내 맘처럼 따라와 주지 않고 자꾸 번민과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뒤덮여 있다. 새벽 5시에 항상 눈을 뜨지만, 피곤해서 더 자고 싶다는 생각과 싸우며 일어난다. 아무런 소음이 전혀 없어서 집중하기에 좋은 새벽을 놓치게 되면 그 날 하루는 공부를 하더라도 안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럼에도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시간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정말 정말 효율적으로 가장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새벽이기 때문이다.


요즘 결혼을 하게 된 그 해, 프랑스에 오게 된 그 해, 나의 운명의 수레바퀴가 크게 굴러갔던 그 때의 생각이 자주 생각난다. 아직까지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크게 구르게 될 것 같은 그 운명의 느낌이....



우리집 정원에도 시간은 흘러서 꽃이 피었다. 튤립도, crocus도, 수선화도, 개나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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