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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19화

by 마담 리에

네이버 블로그에 2021년 5월 1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이웃집 부부싸움


이웃집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사는 시골 마을은 1,2층으로만 구성된 주택들만 있는 곳이라서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내가 사는 동네를 말했더니 프랑스어를 가르쳐 주는 샘은, 본인의 아버지가 아프실 때 우리 동네의 재활병원에서 입원을 하셨다며 우리 동네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동네는 프랑스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동네라고 말하면서 “시간이 멈추어 버린 마을”같다는 표현을 덧붙였다.


그런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굉장히 높다. 프랑스에서도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런 우리 동네에 한 젊은 커플 이웃이 이사를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집 뒤에 새로운 공터에 어느 날 집을 한 채 짓고 정착했다. 그 젊은 30대의 커플의 남자는 소방관이고 그 커플은 자주 15명 정도의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편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서 국가 전체적으로 격리가 한창 시행되었던 중에서도 말이다.


어느날 그 커플이 아침부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단독주택들만 있는 곳이라서 조금이라도 큰 소리가 나면 동네 주민이 들을 수 있는 곳이기에 본의 아니게 부부싸움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남자는 새로 집을 지어서 이사를 왔기 때문에 여기저기 공사를 계속하고 싶어 하고, 여자는 이제 더 이상 공사 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상당히 가격이 비싼 관계로 돈이 많지 않은 이상, 모두 DIY(Do it yourself)가 기본이므로, 우리가 우리의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일을 해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미 나는 집의 이런 저런 공사에 이미 많이 참여를 했기에, 이 과정을 정말 잘 알고 있다. 내가 이사를 왔을 때 우리집 정원은 모두 흙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짝궁과 나는 자갈과 시멘트를 직접 기계에 돌리고 갈아서 아스팔트 포장으로 길을 냈고, 집의 여기저기 페인트 칠은 물론이거니와 집에 심어져 있던 사이프러스 나무를 베어내고 집의 주변으로 울타리를 세우고 또한 베란다 증축하는 공사도 했기에 그 이웃집 여자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싸울때도 되었지... 평생 집수리 공사만 하면서 살고 싶진 않지~~~ 암~ 그렇고 말고~~~



2.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전수해 주었던 옛 은사님...


올해 Francophone(프랑스어권의) 문학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게 된 책들은 일본 교수가 프랑스어로 쓴 책, Côte d'Ivoire 출신, 말리 출신, 아이티 출신, 그리고 퀘백 출신 작가가 프랑스어로 쓴 책들을 읽게 되었다. 원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참고 서적으로 국내 출판에 번역이 되어 있는 책이 있을까 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특히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았고, 게다가 정보도 거의 없었던 와중에 내가 찾고자 했던 그 저자에 관한 논문이 딱 하나가 존재했다.


그리하여 그 논문을 읽고 싶었으나, 현재 나는 프랑스에 살고 있고, 내가 읽고 싶었던 그 논문은 국립도서관에 있었다. 그리하여 그 논문을 읽을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도서관 사서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친구가 검색을 해 보더니 유료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번거로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서 그 싸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유료로 결제를 하고 논문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 논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여의도나 서초의 국회 도서관을 방문해서 논문과 책을 읽으러 다녔는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영미시나 영문학 레포트를 쓰는 것이 즐거웠고, 따라서 학기말에 숙제를 내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레포트가 한권의 책의 양이 되어서 제본을 해서 제출을 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나에게 그 레포트를 나에게 돌려주지 않고 본인이 가지고 있어도 되겠냐며, 후배들에게 이렇게 쓴 선배가 있었다고 보여 주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다.


오랫동안 은사님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논문을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많은 논문을 읽었던 시대로 기억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내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되었다. 영미시를 전공했던 그 교수님은 이제 막 부임을 해서 열정으로 똘똘 뭉쳤었다. 그때는 40대 초반으로 박사 논문을 마치고 갓 한국에 귀국해서 대학 교편을 잡았던 은사님이었다. 그리하여 그 과다하게 넘쳐 흐르는 본인의 열정을 학생들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었고, 그 덕분에 어쩌면 문학에 관한 나의 진지한 관심도 시작되었다. 고등학교까지는 내가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지 모르는 채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대학 때 그 교수와의 만남은 영국, 미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을 비롯한 고전 문학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 교수님을 검색해 보았더니 은퇴하셨다는 기사 한토막을 접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세월은 흘렀고, 이제 내가 그 교수님이 부임을 하셨을 때의 나이에 있구나...



3. 올해 4개월간의 가장 큰 변화


나에게 정말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많이 힘들게 했었던 프랑스어가 이제 정말 많이 힘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짝궁과는 물론이고, 시댁과의 대화도 힘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기나긴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대화가 장시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산책을 하다가 한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나를 붙잡고 스테레오로 70분을 이야기를 논스톱으로 하셨다. 그 70분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이 되어서 나조차도 놀랬다. 예전에는 길어봤자 5분이 채 되지 않았었던 듯 싶은데... 게다가 그 노부부의 말투가 이곳 출신의 말투가 아니라서 다른 지방의 억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노부부 뿐만 아니라 지난달부터... 사람들과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씨가 좋으면 좋다고 이야기 하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며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본인들은 백신을 맞았다며 자꾸 가까이 오셔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서 한걸음씩 내가 뒷걸음 치다가 나중에는 벽에 거의 내가 붙어 있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또 동네 시장님처럼 모든 주민들을 다 알고 있는 이웃집 할아버지는 멀리서 걸어오는 나를 보고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건네고는 하신다. 동네 이름의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도 이야기를 해주고, 덕담도 해주고, 인생에 대한 중요한 가치도 하나씩 이야기 해준다. 굉장히 마음을 여는데도 오래 걸리는 시골 분들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지 4년이 된 지금은 따뜻한 인사가 오고가는 요즘이다.


IMG_2562.jpg 우리집 정원에 핀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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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129.jpg 우리집 정원에 핀 꽃들...


IMG_3130.jpg 우리집 정원에 핀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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