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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20화

by 마담 리에

네이버 블로그에 2021년 9월 13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미의 관점의 변화


프랑스인들은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벌어진 이빨도 나름대로의 멋이고, 뻐드랑니도 개성이며, 요정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귀도 멋이고 개성이다. 이번달 6일에 88세로 별세한 프랑스의 배우였던 장폴 벨몽도 (Jean-Paul Belmondo)도 비뚤어진 코를 가지고 있었지만 프랑스의 국민 배우였고, 장 뤽 고다르의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이었다.


나에게도 한국에서 살 때와 이곳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 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했다. 우선 화장을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하는 남편으로 인해서, 나 또한 자연스러운 건강미를 추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살면서 파운데이션을 3번 발라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첫번째는 나의 결혼식이었고, 두 번째는 크리스마스의 가족 모임 때였고, 세 번째는 시누이 결혼식이었다. 게다가 내가 사는 동네는 산동네라서 아주 당연하게도 하이힐을 항상 신발장 저 깊은 곳에 쳐박혀 있으며 크리스마스 때나 가족 행사 모임때 간혹 꺼내서 신을 뿐이다. 게다가 학교에 다닐 때도 여차하면 소매치기들에게 가방 털리고, 핸드폰 뺏기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항상 주머니에 지퍼가 달린 츄리닝을 교복처럼 입고 기본으로 운동화를 장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 살 때는 나는 먹을것에 별로 집착을 안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끼니를 잘 챙겨먹기는 했지만 균형있는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갈대처럼 여리여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날씬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반해 우리 남편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과일 젤리나 푸딩, 덜 익힌 계란찜 처럼 보들보들하고 비실비실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산골동네에는 체력들이 워낙 넘치는 에너자이저들이 많아서 산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도 걷기 보다는 달리기를 한다거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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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남성들에 못지 않은 체력을 뿜뿜 자랑하는 철의 근육을 가진 여성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는 이 사람 또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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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사는 모기 마저 강인하다. 모기에게 물렸는데 3cm 크기 정도로 부어 오르다니… 이 놈의 아시안 타이거 모기의 위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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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골에서 흔히 보는 풍경


아마도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2차선에서 트랙터가 차도를 막아도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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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출근길의 바쁜 아침에도 불구하고 탈탈탈탈~~ 거리며 트랙터가 제일 앞에 천천히 달리고 있고 그 뒤로 따르는 차량들의… 줄줄이 소시지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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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도로를 양떼들이 점령하고 있어서 지나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3. 유카(Yucca)에게 두 번째의 삶을...


프랑스 남부는 겨울이 한국에 비해 춥지 않은 편이어서 우리 동네에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다. 함박눈을 보기도 힘들고 당연히 빙판길도 없으니 길에서 넘어지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두 번 정도 폭설이 내린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집 정원에도 눈의 무게에 이기지 못한 나무가지가 부러졌었다.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는 이웃집을 지나치고 있었는데, 길가에 버려진 유카(Yucca)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 이웃에게 유카(Yucca)를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보자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길가에 버려진 유카(Yucca)를 데리고 와서 우리집 정원에 심었다. 그런데 올해 그 유카(Yucca)가 이렇게도 아리따운 꽃으로 피어서 우리집 정원을 화사하고 화려하게 오랫동안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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