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2021년 9월 14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집 뒤에 살고 있는 이웃 커플은 예전에 파리에서 살았다. 파리지앙이 은퇴를 해서 이 곳으로 터를 잡았다. 이유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공기 좋고 물도 좋아서 온천이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 사람들이 오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그 커플이 우리 동네를 알게 된 이유는 본인의 딸의 치료를 위해서 수소문을 하다가 이 동네를 알게 되었고, 해년마다 치료를 위해 한번씩 오던 것이 계기가 되어 처음에는 이 곳에 별장을 샀고, 그러다가 이제는 은퇴를 해서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살게 되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한 가지의 공통된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굉장히 엄청나게 투박스럽고 거칠고 산짐승 같다. 원래 프랑스어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가, Bonjour, Merci, Au revoir 일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이런 에티켓이 전혀 통용이 되지 않는다. Bonjour 라는 인사를 하지 않고 말을 건네고, Au revoir를 말하지 않고 그 자리를 뜬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에티켓을 전혀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곳이다. 만약에 얼굴에 미소를 띄고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프랑스인이 아니라 영어권의 사람이거나 다른 유럽 국가의 사람일 확률이 큰 동네이다.
그런 정말 거칠고 상냥함 제로의 동네인 이 곳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그 파리지앙 커플은 상냥하다. 그렇지만 그 상냥함은 모든 것을 퍼주는 정도의 과한 상냥함이 아니다. 정말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정도에 딱 맞게 상냥할 만큼만 딱 상냥하다. 이런 담백한 상냥함이 나는 참 좋아서 이 커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상냥한 이전 파리지앙의 집에서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과거에 가이드를 했던 마담은 닭을 위해서 닭이 놀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울타리를 낮게 지어주고 쉴 수 있는 작은 쉼터들도 닭들을 위해 지어주었다. 게다가 여기 저기 꽃나무들을 심어 닭들이 마음껏 힘차게 뛰어놀 수 있는 예쁜 운동장을 만들어 주었다. 어찌 보면 닭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시소도 만들어 주고… 게다가 그들의 집까지 손수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산책을 위해 그 집을 지날 때마다 그 집의 닭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면 정말 보기만 해도 저 집 닭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구나… 라고 느껴졌다. 다른 집에서 보는 닭들과 다르게 어찌나 잘 뛰어 다니는지 내가 이름을 붙였다.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 1,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 2,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 3,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 4,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 5…
나의 귀차니즘의…. 수준이란….
그 집에서 어느날 달걀을 원하는 이웃에 한해서 달걀 6개에 1,5유로에 판매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야외에서 그렇게 달리기를 잘하는 행복한 닭들이 낳은 달걀을 꼭 먹고 싶었던 우리 부부는 그 집에 전화를 걸어서 닭이 달걀을 낳기도 전에 달걀이 준비되면 연락을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해서 한동안 노른자도 탱글탱글한 그 신선한 유기농 달걀을 먹던 와중에, 8월달의 중순 정도에 그 커플이 바캉스로 여행을 가느라 집을 비웠다… 그런데 그 여행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했다. 길지 않은 여행의 기간 동안 여우가 뒷산에서 내려와 닭을 3마리를 먹어 해치우는 사건이 발생해 버렸다.
그래서 닭이 5마리에서 2마리로 줄어 들었으니.. 달걀을 낳을 수 있는 닭의 숫자가 확 줄어져 버린 데다가.. 살아남은 닭들은 여우의 트라우마로 인한 스트레스로 달걀을 낳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쉽게도 그 집 달걀을 한동안 먹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오늘 저녁식사로 우리 부부는 새우를 먹었다. 그런데 닭이 새우를 엄청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새우 껍질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닭에게 주러 그 집에 갔다. 그랬더니… 닭에게는 새우가 캐비어 급이라며 너무나 좋아해 주었고, 닭이 이제서야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며 달걀을 낳고 있으니 6개가 모아지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정말로 보기 드물게 좋은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