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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Dec 23. 2019

부석사 범종루

부석사에서 가장 미스터리 한 건축물 범종루, 그 첫 번째 이야기

회전문을 통과하면 아래 사진처럼 누각이 한채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름은 없으나 통상 범종루로 불리는 건물이다. 과거에 범종을 포함한 불전사물을 매달았던 이력이 있으므로 범종루라고 한다. 현재는 범종 없이 운판, 목어, 법고만 있다. 범종은 범종각을 따로 만들어 단독으로 매달아 두었다.

회전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범종루



회전문을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한쪽 구석에 이렇게 기와불사를 하는 장소가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기와에 자신의 이름과 소망을 적어내면 되는 거 같다. 그렇게 소원이 적힌 기와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나중에 지붕을 보수할 때 활용하는 건가?

저 기둥에 지저분한 낙서는 도대체.....


친절하게도 만원의 금액을 지불하면 기와불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지금 보니까 종무소에서 부석사 책도 판매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처 못 보고 지나쳤는데, 어떤 책일지 궁금하다. 혹시 대원사에서 나온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는 아닐지?

담당자가 없어도 불전함에 돈을 넣으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센스!


다시 정면을 보면 범종루 앞에 이렇게 작은 탑 2기가 서있다. 원래부터 여기 있던 것은 아니고 부석사 인근 동쪽 폐사지에 있던 것을 1966년에 옮겨온 것이라 전한다. 탑 앞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있는데, 탑을 옮겨오면서 익산 왕궁리 5층 석탑 출토 사리를 나누어 모셨다고 적혀있다. 원래부터 이 자리는 아니었으나 탑의 크기가 크지 않고, 튀는 모양도 아니라서 주변 경관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 탑에 대해서 많이 설명하고 싶으나 아직 탑파쪽 공부가 충분치 않은 탓에 설명할 능력이 부족하다. 추후 기회가 되면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찍은 안내문 사진을 첨부한다. 이 탑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탑을 지나면 범종루가 보인다. 탑에서 봤을 때 2단으로 이루어진 축대 위에 서있고, 처마가 팔작지붕 형태로 뻗어있어서 상당히 웅장하면서 동시에 화려한 느낌을 준다. 처마가 뻗은 모양이 마치 새가 날아가려고 날갯짓을 하는 듯하다. 상당히 동적인 느낌을 준다. 


누각의 정면은 3칸으로 되어있고, 지붕 쪽에 보면 봉황산 부석사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과거에는 안양루에 걸려있던 것이라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방문기념으로 안양루에 새로운 편액을 써주면서 이곳에 걸었다고 한다. 


흔히 목조 건축물의 크기를 말할 때 "칸" 개념을 많이 쓴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칸"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누각의 가운데 칸으로 계단이 이어져 있어서 그리로 지나가면 된다고 유도하는 듯하다.


문화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눈치챘겠지만 이 범종루는 굉장히 특이한 건축물이다. 부석사에서 상당히 주목할만한 건축 유산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데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학자들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이상하기 짝이 없다. 


조선 후기에 지어져서 역사도 나름 오래되었다. 1746년, 부석사에 큰 화재가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 범종루도 함께 불타고 마는데, 그 후 2년간의 불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된다. 1750년에는 단청도 실시했었다 한다. 그 이후 단청은 보수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 불전인 무량수전도 단청이 벗겨진 것을 보면 사찰의 경제력이 많이 낙후된 탓에 단청 불사를 할 여력이 안 되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은 단청의 흔적만 약간 남아있는 상태이고 기둥이며 서까래, 보 등이 원목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단청은 벗겨졌지만 지금의 모습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니 이대로 쭉 두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때로는 꾸미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처마 모서리 부분의 용 모양 장식. 용이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모양새다.
범종루의 천장 사진. 보와 도리 등에 단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범종루는 특이한 건축물이라고 언급을 했었다. 그런 특이점은 두 가지나 되는데,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정면과 측면이 뒤바뀌어 있다.

두 번째, 전면과 후면의 지붕 모양이 다르다.


먼저 정면과 측면이 바뀌어 있는데, 한옥에 익숙하거나 문화재 답사를 자주 하신 분이라면 따로 설명 안해도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다. 아래에 소개한 경회루 사진을 보면 정면과 측면의 차이가 이해될 것이다. 일단 정면이 측면보다 칸수가 더 많고 넓다. 지붕의 모양도 다르다. 정면에서 보면 용마루를 정점으로 지붕이 내려오는 모습만 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용마루 지점에서 "ㅅ"자 형태로 앞뒤 지붕이 만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경회루의 정면과 측면 모습. 좌측 사진이 측면이고, 우측 사진이 정면이다. 국보 제 224호.


다시 부석사 범종루의 정면 사진을 보면 경회루의 측면 모습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붕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반적인 건물이라면 이쪽이 측면이고 옆을 향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범종루의 측면 모습은 이렇다. 정면보다 칸 수가 1칸 더 많은 4칸이다. 이 사진을 보면 두 번째 특징도 드러나는데, 지붕 모양이 앞 뒤로 다르다. 


범종루를 통과하여 뒤편으로 올라가서 보면 이런 모습을 한 지붕이 보인다. 이런 지붕을 맞배지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당 건축에 많이 쓴다. 화려함보다는 엄숙함과 절제를 추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앞면에서 보았던 지붕은 팔작지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가옥에 많이 활용된다. 맞배지붕의 모습에 처마를 솟구치게 하면 만들어진다. 맞배지붕과 비교하면 화려하고 동적인 모습이다.

범종루의 뒷모습.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전면과 달리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종묘의 삼문. 사당의 건축물은 이처럼 맞배지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의 지붕을 하고 있는 것일까? 범종루가 사당 용도로 쓰여서 그런 것은 아닐 테고.... 대체 무슨 이유일까?


여러 가지 자료를 읽어본 결과 이렇다 할 정설은 아직 없었고 두 가지 의견이 있었다. 


첫 번째,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불자)에게는 부처님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올라온 사람에게는 부처님의 세계를 보게 해 주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 밑에서 올라올 때는 화려한 모습의 팔작지붕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은연중 부처님의 영역도 그럴 것이라는 마음을 품게 한다. 처마가 길게 뻗은 탓에 부처님이 계시는 무량수전이 잘 보이지 않는 점도 한몫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대감이 생긴다. 


반대로 일단 범종루 뒤편까지 올라온 후 뒤를 돌아보면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오는 산줄기들이 멋지게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처마가 길게 뻗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면 그만큼 시야가 가려지게 되어 이런 산줄기의 향연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범종루 뒤편의 공간은 상당히 넓은 데다 괘불 지주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법회나 수륙재 등의 행사가 이 곳에서 행해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인원들이 이 곳에 모이는데 범종루의 처마가 커서 시야를 가린다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 그리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두 번째, 범종루가 반야용선을 상징한다는 의견이다. 반야용선이란, 죽은 자들을 저승에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를 말한다. 뒤에서 보면 범종루의 생긴 모습이 마치 배 같이 생겨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 같다. 다만,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쓴 책에서 본 내용이라 신빙성이 낮다.

망자들을 저승에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반야용선의 모습.
배 모양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범종루의 모습. 무량수전 영역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지붕 모양에 대해서만 논했을 뿐 정면과 측면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 측면을 정면으로 내세웠는지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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