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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Jan 05. 2020

부석사 범종루, 두번째 이야기

범종루는 왜 이상한 방향으로 서있을까

지난번 글에 이어서 범종루에 관한 설명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범종루는 측면과 정면이 뒤바뀌어 있는데, 이렇게 지은 이유는 지형 논리로 따져보는 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부석사의 가람을 구성하는 축이 강한 일직선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에 맞추려다 보니 그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일주문부터 시작하여 천왕문, 회전문을 지나 범종루까지는 일직선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축선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려면 현재와 같이 배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범종루 주변 건물을 보아도 범종루처럼 측면이 남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함이다.

부석사 조감도. 화살표 방향을 축으로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부석사가 들어선 지형 또한 이러한 축 구성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땅의 생김새 때문에 일직선 형태로 건물을 배치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뒤편의 산에서  동서 방향으로 산줄기가 뻗어 나와 주요 가람을 감싸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물들을 그 사이에 지을 수밖에 없다. 이 공간은 횡으로는 좁은 편이나 종으로는 상당히 길다. 종방향으로는 경사가 지긴 했어도 축대를 쌓아서 공간 구성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식으로 배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회전문과 무량수전, 안양문은 예외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풍수이야기를 하면서 설명해보겠다)


이제 누각 아래쪽을 살펴보도록 하자. 범종루를 통과하다 보면 이렇게 가운데 기둥이 좁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는 좁은 기둥을 따라가면 길이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 것이다. 왜냐면 범종루를 일반적인 방향으로 배치하지 않은 탓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헷갈려할까 봐 이런 배려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 1-1 참조)


또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들을 보면 모양이 제각각이다. 돌을 다듬지 않고 자연석 그대로를 썼기 때문이다. 대신 기둥 아랫부분을 돌의 모양과 딱 맞춰서 깎았다. 이런 것을 그렝이 공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기둥을 세우면 건물이 상당히 견고해진다. 지진이 오더라도 상당히 오래 버틸 수 있다. 물론 궁궐이나 종묘 같은 고급 건축물을 지을 적엔 이렇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다듬은 주춧돌을 썼다. 지체 높은 임금님이 사는 궁궐에 이런 막돌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진 1-2)


사진 1-1, 범종루 누하주를 보면 가운데 두줄은 가늘게 되어있다. 이 방향이 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사진 1-2, 주춧돌을 대충 다듬어서 사용한 대신 나무 기둥을 돌에 맞춰서 깎았다


기둥 옆쪽에는 비가 왔을때 물이 흘러가도록 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비가 왔을때 기둥이 젖게 되므로 기둥이 쉽사리 썩는 요인이 된다. 이는 건물의 수명 연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이다. 목재는 생각보다 습기에 약하다. (사진 1-3)

사진 1-3, 범종루 주변에 설치된 수로. 비가 오면 이리로 물이 흘러간다.


범종루 위를 올라가 보자. 올라가면 이렇게 불전사물이 눈에 띈다. 북 모양의 법고와 속이 빈 물고기 모양의 목어, 구름처럼 생긴 운판이 있다.(사진1-4, 1-5) 범종은 없다. 범종은 조선후기에도 있었으나 19세기 무렵 사라졌다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부석사가 태백산 사고의 관리를 맡게 되면서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종을 처분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1-4, 법고와 목어. 법고의 양면은 암소와 수소의 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사진 1-5, 운판의 모습


불전사물에서 나는 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비유되는데,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불법으로 교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범종은 인간과 지옥의 중생들을, 목어는 물에 사는 생물들을, 운판은 날아다니는 생명체들을, 법고는 육상의 생물들을 교화한다. 다만 그것은 상징적인 의미이고, 실제로는 사찰의 주요 일과 시간을 알릴때 사용된다. 예불을 시작할 때, 공양시간을 알릴 때 등등 하루의 주요 일과를 알려줄 때치곤 한다. 다른 것들은 간단하게 치고 끝내는데 법고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친다. 


예전에 한번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법고를 치는 소리를 듣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 소리가 묵직하면서도 듣기가 좋다. 마치 난타공연을 보는 느낌도 든다. 스님들에게는 법고를 치는 것도 일종의 수행이기 때문에 마음 심자를 그리면서 친다고 한다. 유튜브에 법고 치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용으로 하나를 올려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IutfHkjwOyo


범종루 내부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서 이렇게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가면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함부로 불전사물을 쳐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출입을 금한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이제 범종루를 다 보았으니 뒤편에 있는 괘불대를 잠시 살펴보고 안양루로 올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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