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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Feb 20. 2020

불청객이 찾아오다

탈모야, 좀 꺼져주면 안되겠니?

지인들에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몇번 말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와서 읽어달라고 부탁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내가 주로 쓰는 미술사라는 주제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인생사도 종종 올리기 때문에 더더욱 부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지인 두명이 구독자가 되었다. 구독을 해줘서 고맙긴한데 아무래도 직접 보는 사람이다보니 의식이 된다. 어릴적부터 봤던 친한친구라면 그다지 상관 안할거 같은데 친하다고 할수는 없는 애매한 사이라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탓에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된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쓰자. 뭐 어쩔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유명 작가들은 책도 못 쓸것이고 유명 유튜버들은 영상에서 당당하게 자기 의견도 못 밝힐 것이다. 내 글이 마음에 안든다면 그 분들이 구독을 취소하고 떠나면 될일이니 신경쓸 일이 아니다. 내가 구독을 부탁하지 않았으니 당당해지는게 좋겠다.

예전에도 몇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학원 진학에 따른 고민과 회사 생활의 어려움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회사를 다니면서 수행한 장시간 노동 때문에 체력은 바닥이 났고,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동생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추가로 받았다. 이런 여러가지 안좋은 상황 때문인지 머리 숱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 운동을 전혀 안하고 늦게 잠드는 불규칙한 생활을 한 내 탓도 있을 것이다.

6년전에도 한번 탈모가 온적이 있었다. 그때는 또라이 직장 상사 때문에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시적으로  원형탈모 증상이 왔었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지금 현재 머리 상황이 이렇다. 남들은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


인터넷에 치료법을 검색해 봤는데, 탈모의 원인은 DHT라는 호르몬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남성호르몬의 일종이라고 한다. 피부과에 가면 탈모약을 준다는데, 그 약을 먹으면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억제되면서 머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머리가 다시 안난다고 한다. 약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려서 한방쪽을 검색해 보았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머리가 빠진다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발생한 탈모 증상도 한의원에서 치료한 적이 있어서 한의학이 더 신뢰가 간다.

탈모인 커뮤니티에 들락거리다보니 남성의 경우 자위행위를 자주 하면 탈모가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었다. 스스로를 자주 위로하게 되면 특히 신장에 무리가 되는데 이로 인해 머리가 빠진다고 했다. 이 내용이 근거가 있는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뜨끔한 것은 사실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정액을 만드는 영양분하고 모발을 생성하는데 쓰이는 영양분이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체는 번식을 우선시 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으므로 머리털 보다 정자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자가 만들어지는데 3일이 걸리므로 3일 동안은 두피로 가는 영양소가 줄어드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설명 같다.

그래서 나도 이참에 금욕 수행(?)을 해보기로 했다. 거세를 하지 않는 이상 그게 가능할까 싶기는 하지만 일단 참아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6일차인데 하루 하루가 정말 힘들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야한 생각이 난다. 금욕을 해보니 스님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성욕을 참는 것인지 궁금하다. 일단 이번달까지 참아보고 경과를 살펴봐야겠다. 다음달이 되어도 탈모가 지속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한의원에 갈 예정이다. 한의원에 가도 안되면? 그냥 포기하고 삭발하고 다녀야지 뭐. 아직은 겉보기에 멀쩡해보인다. 머리를 이리저리 들춰보면 정수리쪽이 휑한게 보이는데 나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자꾸 성욕이 치솟아 올라오니 운동이라도 해서 다스려야 할 것 같다. 2월이 이제 1주일 하고도 2일 더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달에는 브런치에 한의원 답사기를 쓰고 싶지 않다. 제발!

성실하게 금욕을 한 대가(?)로 요석공주와 잠자리를 하는 행운을 얻게된 원효대사. 금욕을 오래 하면 그런 좋은 일이 나에게도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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