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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Mar 27. 2020

부석사의 나머지 전각들

자인당, 응진전, 삼성각, 단하각

부석사에와서 일주문부터 천왕문, 범종루, 무량수전, 부석, 선묘각, 조사당까지 보았다면 웬만큼 중요한 장소는 거의 다 둘러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못 본 전각들도 짤막하게 소개 정도는 하고 지나가야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거 같다. 


먼저 조사당의 동쪽으로 좁은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이를 따라가면 조사당과 비슷한 크기의 전각 두개가 나온다. 자인당과 응진전이다(사진9-1). 동쪽이 응진전, 서쪽이 자인당이다.

9-1. 왼쪽 사진 자인당, 오른쪽 사진 응진전


응진전 내부에는 석가모니 부처와 좌우에 제화갈라보살, 미륵보살을 비롯하여 16분의 아라한들이 모셔져 있다(사진9-2). 여기 모셔진 조각들은 전부 흙으로 빚어 만든 소조상이다. 석가여래상 뒤에는 석가모니불이 설법하는 장면의 불화와 함께 나한상 뒤에도 각각의 나한도가 봉안되어 있다. 참고로 아라한이란 수행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자를 의미한다. 또한 최고의 이상인격을 의미한다. 아라한은 여러가지 명칭으로 불리는데, 다음과 같다. 


- 응공 :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

- 응진 : 진리에 상응하는 사람이라는 뜻

- 무학 : 모든 번뇌를 끊어 더이상 닦을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

- 살적 : 수행의 적인 번뇌를 물리친 사람이라는 뜻


이외에도 흔히 간단히 줄여서 나한이라고 한다.

9-2. 응진전 내부의 석가여래와 16나한상



자인당 내부에는 석불 3구가 모셔져 있는데, 부석사 인근 동쪽의 폐사지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수습해서 가져온 것이다(사진9-3). 가운데 상은 석가모니불이며, 양 옆의 두 상은 지권인을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인데, 둘 다 보물 22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불상들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 첨부한 안내문 사진으로 대신하겠다(사진9-4).

9-3. 자인당 내부에 모셔진 석불 3구. 가운데는 석가모니불, 양옆에는 비로자나불이다.


9-4. 자인당 내부 석불에 대한 안내문



자인당과 응진전을 보고 다시 조사당 쪽으로 걷다보면 선묘각처럼 자그마한 전각이 나오는데, 단하각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자그마한 상이 하나 모셔져 있는데,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쥐인지 너구리인지 모를 동물을 한마리 안고 있는 모습이다. 단하선사라고 부르는 당나라 때 선종의 승려이다. 이분은 허례허식에 찌들은 스님들을 깨닫게 해주려고 목불을 도끼로 패서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폈다 한다. 선종의 스님이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나저나 그많은 승려중에 왜 단하선사를 여기에 모셨는지는 나로서는 알기 어렵다. 그것도 화엄종 사찰인 부석사에 말이다.

9-5. 단하각과 안에 모셔진 단하선사


무량수전 서쪽을 보면 포장한 길이 하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낮은 담장에 둘러싸인 전각이 하나 보이는데, 바로 삼성각이다(사진9-6). 이 삼성각에는 산신과 치성광여래, 나반존자를 모시고 있다(사진9-7).

9-6. 삼성각의 모습.
9-7. 왼쪽부터 산신, 치성광여래, 나반존자


삼성각은 칠성신앙, 독성신앙(나반존자), 산신신앙을 합쳐서 한꺼번에 모시는 전각이다. 본래 이들 세 신앙은 불교가 아닌 토속신앙인데 불교에서 외연을 넓히고자 이를 흡수한 것이다. 


칠성신앙은 도교에서 유래한 북두칠성을 모시는 신앙이다. 북두칠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벽에 걸린 탱화에는 북극성을 상징하는 치성광여래와 해와 달을 의미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여래가 그려져 있다. 부석사에서는 특이하게도 반가사유상 형태의 보살상이 치성광여래로 모셔지고 있다.


독성신앙에서 모시는 나반존자는 홀로 깨달은 성자이다. 이분은 오로지 우리나라의 불교에서만 모시고 있어서 그 유래를 알기 어렵다. 소승불교에서 홀로 수행하여 깨친 이를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고, 단군신화에서 유래한  단군신앙으로 보기도 하고, 18나한중 한명인 빈두로존자로 보는 견해도 있는 등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이분은 말법시대에 나타나 미륵이 올때까지 중생들에게 복을 주고 재앙을 없애주며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그림에서는 흔히 노인의 모습으로 동자와 함께 나타난다.


산신신앙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산신을 모시는 신앙이다. 산신령을 모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산신도에서는 흔히 노인의 모습으로 호랑이와 함께 나타난다. 마치 호랑이를 애완동물 다루듯이 표현된게 특징이다. 조상들이 호랑이를 두려워 했던게 산신신앙으로 나타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로써 부석사의 중요 전각과 문화재들을 대부분 살펴보았다. 이것으로 부석사 답사기를 마쳐도 되지만 마지막으로 글을 하나 더 써보려한다. 바로 풍수지리에 관한 내용인데 이것이 어떻게 부석사의 건축에 적용되었는지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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