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깎이 미술사학도 Apr 18. 2020

뭐? 불상에도 종류가 있다고?

부처라고 다 같은 부처가 아니다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사찰에 왜 그렇게 많은 불상이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작은 암자 혹은 소규모의 절이라면 법당이 하나뿐이니 문제가 없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국사를 예로 들자면 불상을 모신 불전이 3곳이나 있다. 왜 똑같은 불상을 3구나 만들어서 물자를 낭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3분의 각기 다른 부처를 모시기 위함이라고 대답하겠다.(참고로 필자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독자님들이 한자를 읽을 줄 안다면 부처를 모신 전각마다 현판 글씨가 다르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어떤 곳은 대웅전, 다른 곳은 무량수전, 또 다른 곳은 약사전,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름의 불전이 있다. 붓다라고 다 같은 붓다가 아니다. 흔히 석가모니 부처만 생각하기 쉬운데 불교에는 여러가지 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각각의 세계마다 부처가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차근차근 알아보자.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의 부처는 석가모니불이다. 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대웅전이라고 하는 전각에 모셔지는 불상이 바로 이 분이다. 손 모양(수인)을 잘 보면 왼손은 단전 쪽에 있고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인데 이를 항마촉지인이라고 한다(사진1). 수행자 시절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마왕에게서 항복을 받을 때 취했던 수인이 바로 이것이다. 이 항마촉지인은 석가모니불 고유의 특징이니 기억해두면 좋다. 석가모니불 양옆으로는 두 분의 보살들이 서있는 경우도 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다. 이 두 분 보살들은 옆에서 여래(부처의 다른 표현)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른 말로 협시보살이라 부른다. 

사진1.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석굴암 석가모니불(국가문화유산포털)




사바세계 서쪽으로는 극락세계가 있다. 극락정토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에는 아미타부처가 존재 한다. 무량수전이나 미타전, 극락전 등의 불전에 좌정하신 분이다. 아미타불은 흔히 아미타구품인이라고 불리우는 설법하는 모습의 수인을 하고 있다(사진2). 극락에 도착한 왕생자들에게 설법 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머리에 쓴 보관을 자세히보면 조그만 화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대세지보살은 보관에 정병을 지니고 있다.

사진2. 불국사 극락전 현판과 아미타불상, 박물관에 있는 아미타구품인 안내 설명


사바세계 동쪽으로는 유리광세계가 있다. 이곳에는 약사여래부처가 머물고 있다. 약사전이나 유리보전 등의 전각에 모셔진 불상이 바로 이분이다. 약사불은 중생들의 아픔을 치유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한쪽 손에 약함을 든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알아보기 쉽다. 협시보살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로, 불화를 보면 보관에 해와 달을 지닌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사진3)

사진3.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국가문화유산포털), 약사여래의 왼손에 약함이 희미하게 보인다.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보관에 삼족오와 토끼가 그려져 있어서 구분이 된다.



다음으로 석가여래 열반 이후 56억 7천만년이 지난뒤 사바세계로 내려오신다는 미륵불이 있다. 지금은 도솔천에서 보살의 신분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전한다. 미륵불은 일종의 구원자, 메시아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혁명을 원하는 백성들이 많이 신앙했었고, 반란을 일으키던 자들이 미륵을 칭하곤 했다. 사극 태조 왕건을 보면 궁예가 스스로를 미륵으로 칭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이런 이유인 것이다. 


혹시 미륵전, 용화전, 자씨전 등의 편액을 보았다면 미륵불이 계신 곳이라 보면 된다. 금산사 미륵전이 미륵불을 모신 대표적인 불전이다. 이 미륵보살은 석가모니 부처에게서 직접 미래의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아직은 여래가 아닌 보살 신분이기 때문에 보살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사진4)

사진4. 김제 금산사 미륵전과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입상(국가문화유산포털)


그리고 또 다른 부처로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이 있다.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은 설명하기가 까다롭다.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삼신불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승불교에서 정의하고 있는 삼신불은 각각 법신불, 보신불, 화신불이다. 


법신불은 진리 그 자체를 인격화 시킨 것으로, 진리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 불법을 의미한다. 법신불은 다른 말로 비로자나불이라 불리우는데, 우주의 중심인 연화장세계에 있으면서 우주만물을 다스리고 총괄한다. 이 비로자나불은 일정한 모습이 없어서 일반사람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존재를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어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사찰에가면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 비로전 등의 전각에서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쥔 모습을 한 불상 조각을 볼 수 있는데, 이분이 바로 비로자나불이다(사진5). 이런 손모양을 지권인이라고 한다.

사진5.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수인인 지권인은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닌 하나이며, 이치와 지혜, 미혹과 깨달음도 본래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비로자나불이 중생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보신불이나 화신불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보신불은 과거에 무수한 공덕을 쌓고, 수없이 많은 수행을 통해 부처님이 된 존재를 말한다. 다른 이름은 노사나불이다. 대표적으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가 이에 해당한다. 아미타불은 과거에 법장 비구였는데 대중들을 구제하겠다는 48개의 서원을 세우고 수행을 거듭한 결과 부처가 되었다. 약사여래 역시 과거 약왕보살 시절 12대원을 세우고 이를 실천한 결과 부처가 되었다. 이 두분의 부처가 대표적인 보신불이다. 간혹 대적광전의 조각이나 삼신불이 그려진 불화에서 노사나불이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마치 보살처럼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쓴 모습으로 묘사된다.(사진6) 

사진6. 부석사 오불회 괘불도에서 노사나불 부분.(국립문화재연구소)


화신불은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처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석가모니불이 이에 해당한다. 미래에 내려올 미륵불도 화신불이라고 할 수 있다. 써놓고보니 삼신불의 설명이 많이 난해하여 이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따지고보면 노사나불이나 화신불이나 모두 비로자나불이 모습을 바꾸어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불교에서 중요시 여기는 것은 석가여래나 아미타불 같은 부처를 신처럼 받드는 것이 아니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진리) 그 자체인 비로자나불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라고 하겠다.






PS. 읽어보시고 혹시 이해가 안가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도 공부하면서 쓴 내용이라 내용이 매끄럽지 않은 점 양해바랍니다.


-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은 예외적으로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는 점 참고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제강점기 사진으로 보는 부석사의 과거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