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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Apr 24. 2020

독서모임은 왜 나이제한을 두는 것일까?

한국사회의 부족한 다양성

지금 다니고 있는 독서모임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령 제한이 있어서 내  또래의 사람들만 들어온다는 점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연령대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아예 모임 대문에 해당 연령대의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공지를 해놓았다. 확실히 형동생뻘 되는 사람들만 있으니 윗세대와 있을때보다 눈치를 볼일도 적고 여러모로 편하긴 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나이 제한이 걸려 있다보니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나이 제한만 걸었을 뿐인데도 찾아 오는 사람들이 여러모로 비슷비슷하다. 모임에 나오는 회원들을 보면 대부분이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몇년 안된 초보 직장인들이다. 길어야 사회생활 경력이 5년 정도 되는것 같다. 취준생도 소수지만 몇명 있다.


대부분이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사무직 직장인이다. 살인적인 대학입시 과정을 거쳤고, 극심한 취업난에서 벗어나고자 비슷한 스펙을 쌓았고, 비슷한 대학생활을 경험했다. 살아온 과정이 비슷한데 연령까지 비슷하니까 관심사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임에 가져오는 도서의 주제나 장르가 유사한 경우가 많고, 책을 읽고 하는 이야기도 큰 틀에서 보면 차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확행이나 비혼주의, 꼰대 상사 비판 류의 이야기를 하면 공감을 많이 얻는편이다. 나쁘진 않지만 가끔씩은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느정도 나이가 있다면 같은 주제라도 과장이나 차장 정도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고 결혼 생활이 주는 장점이나 노력하는 삶에 대해서도 들어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해외 언론들이 미스코리아 후보 얼굴이 다들 비슷하다고 보도했다(사진출처:중앙일보)


사실 다른 독서 모임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연령제한 없이 시작했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겨서 제한을 두게 되었다는 글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의견충돌이 생겼을때 원만하게 해결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만 봐도 아직 우리사회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독서 모임 말고도 친구들, 과거의 직장 동료, 기타 다른 집단에서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었던 또래들 역시 생김새는 제각기 다르지만 생각은 대동소이하다. 뭔가 남다른 가치관이나 개성, 경험이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은 TV나 책, 신문, 유튜브에만 나오는거 같다.


나이든 세대들 역시 그들끼리 논다. 우리 동네 공원의 한쪽 구석에는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그 자리에 서 그들은 하루종일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지나가면서 몇번 봤는데 윷놀이나 고스톱을 많이 하는 것같다. 젊은 사람이 그 무리에 어울리려 한다면 굉장히 우스운꼴이 될 것이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

5년전에 첫직장을 그만두고 우리 궁궐에 대해 가르쳐주는 기관을 찾아 3개월정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공부했던 분들이 부모님 뻘이라 많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분들이 하는 대화에 끼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마치 꿔다논 보릿자루가 된 느낌이었다. 물론 친화력이 부족한 내 잘못이 컸을것이다만.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청년 세대들이 윗 세대와 통하는 면도 일부 있다. 대표적인게 그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크고 안정된 조직을 예로 들수있다. 본인도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대기업 입사를 꿈꾸었다. 아직까지는 창업이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 철이 없거나 굉장히 용감한 사람 취급을 받는게 일반적이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회구조가 불안정하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국가던간에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무너지고 말았다. 신라는 골품제 때문에 최치원 같은 인재도 뜻을 펴지 못했다. 조선도 당쟁이 끝나고 세도정치가 시작되자 급속히 무너졌다. 반면에 속주(식민지) 사람들도 시민이 될 수 있었던 로마제국은 천년을 갔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지금처럼 중진국에 만족하고 주저 앉을지.

로마 최초의 속주 출신 황제 트라야누스와 뜻을 펴지 못하고 해인사로 들어가버린 최치원


유튜브만 봐도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제는 정해져 있는 듯하다. 게임, 뷰티, 먹방, 정치, 시사이슈, 재테크, 자기계발 등 몇개 안된다. 그래서 유튜브가 경쟁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의 메세지는 신뢰성이 없다. 한정된 주제에만 사람이 몰리니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사람들은 유튜브를 초창기에 시작했으니 그런 경쟁에서 자유로웠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구독자를 모았을 것이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의 유튜브는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한국과 비슷하려나? 영어를 못하는 관계로 알길이 없다.

이건 외국의 유튜브 채널도 같이 조사한 모양이다(출처 KBS뉴스)


작년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라는 TV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고국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어느날은 제임스라는 영국 청년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친구들 가운데 60대 할아버지가 끼어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친구가 아니라 친할아버지로서 손자를 만나러 온줄 알았다. 우리는 10살 차이만 나도 불편한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30년 이상 차이나는 어르신과 친구라니, 정말 놀라웠다. 그걸보고 선진국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지금 코로나 대처하는거 보면 영 아니지만).

맨 오른쪽 할아버지가 젊은 제임스의 친구로 나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너무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답을 내릴 수 없다. 일단 나 자신의 문제는 없었는지 반성해보자. 생각해보니 타인이 뭔가를 이야기 할때 내 생각과 다르면 귀를 닫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말할때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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