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을 다시 일으키는 힘
“인간은 상처를 입을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하지 못할 때 무너진다.”
— 빅터 프랭클
1. 질문에서 시작하다
2025년 2월, 매일경제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놀라웠습
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53%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
한 능력”으로 소통능력과 회복탄력성을 꼽았습니다. 기술 혁
신, 인공지능,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인간을 살리는 힘은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마음의 근력이라는 사실을.
저는 HR 임원으로 25년을 현장에서 버텨왔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직원이 작은 실패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습
니다. 반대로 스펙이 부족해도 매번 다시 일어서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그 차이를 갈라놓은 것은 머리의 지식이 아니라
, 마음의 힘, 그리고 소통능력이었습니다.
2. 회복탄력성의 본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단순히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
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유입니다. 2024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이 강한 집단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태도를 가진 집단이 1.7배 더 높은 장
기 성과를 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집착이 아니라 자유에서 시작됩니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끝까지 도전할 수 있고,
도전하는 사람만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3. 소통능력: 회복의 관절
마음의 근육이 회복탄력성이라면, 그 근육을 움직이는 관절
은 소통능력입니다. 소통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닙
니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내 감정을 분별하며, 사실과 해석
을 분리해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2025년 한국행동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 내렸
습니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소통능력이다. 팀 리더의 소통능력이 한 조직의 학습 속도
를 34% 향상했다.”
현장에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실수를 보고받은 리더가 즉시 범인을 찾으면,
팀은 위축되고 학습은 멈춥니다.
반대로 “사실-영향-대응”의 순서로 말문을 여는 리더는
사건을 학습으로 전환합니다.
소통은 곧 회복의 첫 번째 움직임입니다.
4. 두려움의 계보: 두려움 좌절 분노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는 근본은 두려움입니다.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잃을까 두려워합니다.
두려움은 좌절을 낳고, 좌절은 분노로 이어집니다.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했습니다.
“직장 내 분노 표현이 잦은 조직은 생산성이 27% 낮다.”
HR 현장에서 저는 수없이 같은 장면을 보았습니다.
두려움을 언어로 명명하게 하고, 실패를 낙인에서 데이터로
바꾸는 순간 팀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실험이었다.”
이 문장을 반복하는 조직은 다시 일어섭니다.
5. 타인의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기
현대인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큰 중독은 타인의 인정입니다.
칭찬에 의존하면 비난에 무너집니다.
2025년 서울대학교 사회심리학 연구는 이를 이렇게 설명했
습니다. “타인의 인정 욕구가 높은 집단은 스트레스 지표(코
르티솔 수치)가 평균 38% 높았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먼저
맺습니다.자존과 자기 수용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탱합니다.
“나는 충분하다.” 이 내적 선언이 있을 때, 사람은 더 이상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그 자유가 회복탄력성의 시작입니다.
6. 공동체적 의무로서의 행복
행복은 개인의 권리를 넘어 공동체의 의무입니다.
행복은 전염됩니다. 한 사람의 불행은 팀 전체의 성과를 무너뜨립니다.
202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리더의 정서 상태가 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
다. 긍정 정서를 유지한 리더의 팀은 프로젝트 성공률이 31
% 더 높았습니다.
따라서 행복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안전지대를 지키는 행위입니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적 덕목을 넘어 사회적 책임입니다.
7. 기억하는 자아와 내러티브의 힘
회복탄력성은 ‘기억하는 자아’의 능력입니다.
같은 실패도 누군가는 치욕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성장의 증거로 기억합니다.
2024년 런던정경대(LSE) 연구는
“사건을 성장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2년 후 삶의 만족도가
45% 높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조직에서도 동일합니다.
사건을 “사실-영향-대응”으로 재서술하고,
실패를 학습 프레임으로 전환하면
팀의 회복속도는 가속합니다.
언어가 내러티브를 만들고, 내러티브가 회복을 만듭니다.
8. 뇌에 새기는 습관
회복탄력성은 지식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명시적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반복해 배는 암묵적 지식입니다.
신경과학은 이를 증명합니다.
반복 훈련은 시냅스를 강화해 뇌에 새로운 회로를 새깁니다.
2025년 MIT 신경과학연구소는
“감정 라벨링 훈련을 8주간 실시한 집단에서
편도체 반응이 평균 29% 감소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반복과 습관, 그리고 훈련을 통해 뇌에 새겨집니다.
그래서 HR의 역할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며,
그 훈련이 곧 회복탄력성을 만드는 루틴입니다.
9. 한국인의 강점과 과제
국제 비교 연구에서 한국인은 충동통제력이 높게 나왔습니
다. 그러나 감정조절력과 원인분석력은 취약했습니다.
“버티는 힘”은 강했지만, “풀어내는 힘”은 약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회의실에서 끝내 참았던 감정이,
결국 메신저와 험담으로 폭발하는 장면들.
한국 조직의 회복탄력성은 ‘버팀’ 위에
‘표현과 해석’을 얹어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10. 결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
회복탄력성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집착에서 나오지 않습니
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자유에서 시작됩니다.
소통능력은 이 자유를 조직에 전염시키는 매개체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한 사람의 회복탄력성이 한 팀의 안전지대를 만든다.
한 팀의 안전지대가 한 조직의 학습 속도를 바꾼다.”
AI가 계산을 대신하고, 자동화가 절차를 대체하는 시대에도
인간을 다시 일으키는 힘은 결국 인간입니다.
그 출발은 소통, 그리고 회복입니다.
참고문헌 및 기사
• WHO, Workplace Anger and Productivity, 2024
• Harvard Business Review, Emotional State of
Leaders and Team Outcomes, 2024
• MIT Neuroscience Lab, Neural Circuitry of
Emotional Labeling, 2025
• London School of Economics, Narrative
Resilience Study, 2024
• 한국행동과학연구원, 조직 회복탄력성 연구 보고서,
2025
• 매일경제, 「직장인의 절반, 위기 상황에서 소통·
회복탄력성 꼽아」, 2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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